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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비단 Nov 22. 2021

교육실습 후기

근데 이제 비대면을 곁들인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12일까지 한 달 동안 교육실습을 다녀왔다. 교육실습, 흔히 교생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교직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 직접 학교 현장에 가서 교사 노릇을 해보는 수업이다. 실제로 교단에 서서 수업을 하고, 현직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나는 교생을 기대했다. 내가 직접 수업을 설계하고  수업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학교 교육학 강의에서 교수법을 배우긴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배정받은 학교가 교생을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네???


아니, 나는 적어도 일주일은 대면으로 진행할 줄 알았지. 전체 비대면이라니. 게다가 더 골 때리는 건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학교에 등교한다고 한다. 그러니깐,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은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교실 TV에 큼지막하게 나오는 내 얼굴을 보면서 수업을 듣는다. 이 뭔…


온라인 수업 상상도.jpg


교생은 별거 없었다. 원래 교생이 엄청 바쁘다고 하는데, 내 학교는 비대면이어서 그런지 할 일이 없었다. 1주차에는 2, 3학년 시험이라고 아무것도 안 했고, 2주차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수업을 2차시밖에 안 했다. 보통 교생이 10차시 정도 수업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겨우 2차시. 두 시간 가지고 대체 무슨 수업을 하란 거지?


더 문제인 건 원래는 3차시 수업이 할당되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학교 행사가 잡혀서 1시간이 빠졌다. 나는 3차시 분량의 수업을 준비했는데 말이다. 마지막 1시간을 그냥 뺄까 고민하다가, 유일한 활동 수업이어서 빼기가 싫었다. 어거지로 3차시 분량을 2차시로 압축했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해서 수업이 망했다. 시간은 부족하고, 아이들은 이해 못 하고, 아이들 목소리는 음질이 깨져서 안 들리고, 엎드려서 자는 애들이 점점 늘어나고….


ㄹㅇ 개판




교생을 다녀오고 난 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빨리 교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나거나, 나는 교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하며 포기하거나. 내가 느낀 소감은 ‘생각보다 별거 없네’였다. 내 경우는 진짜로 별게 없는 거였어서 문제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하고 하는 게 걱정했던 것보다는 쉬웠다. 아무렴 교수님 앞에서 발표도 하는데, 겨우 중고딩 앞에서 긴장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하다.


나름 다행이다. 3학년이나 되어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벼’하며 진로를 고민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음 교생은 무조건 대면으로 하고 싶다. 이번 교생은 일한 시간보다 유튜브를 본 시간이 더 많았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나는 한 달 동안 산처럼 쌓인 과제를 하러 가겠다.


교수님 자비 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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