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비단 Jun 19. 2022

생존신고

3달 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4학년이 되면서 너무나도 바빠졌다. 정말 나는 빼도 박도 못할 임고생이 되었다. 닭장처럼 생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스터디를 하고, 수업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고, 중간고사를 치르고, 교육실습을 다녀오고, 기말고사를 치르고 정신 차려 보니 벌써 종강이다. 글을 쓸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사실 글 쓸 시간을 내려면 낼 수 있었다. 4학년이 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유튜브나 게임으로 시간을 버리기 일쑤였으니. 아무래도 유튜브 중독이 맞았나 보다. 하루 10시간 이상 유튜브를 보고, 새벽이 되면 자괴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다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으니.


5월 말쯤 되니깐 이렇게 살다간 진짜 인생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파민네이션>이란 책을 읽고, <무기력 극복 8세트 테크닉>이란 걸 사서 읽어서 유튜브와 인터넷을 끊으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은 하루 최소 6-7시간은 공부시간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를 진작에 끊었어야 했는데. 유튜브에 너무나도 많은 인생을 낭비했다.




임용고시가 이제 약 4개월 정도 남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죽도록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여전히 공부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하고, 충동에 못 이겨 딴짓을 하는 데 시간을 낭비한다. 그 이유가 대체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동기부여가 안 되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동기는 매우 중요하다. 동기는 인간이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어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나한테 동기가 없다. 성취감도 이미 옛날에 잃어버렸다. 내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나에게는 고등학생 때의 꿈이나 열망이 남아 있지 않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이제는 희미해졌다. 4학년이나 되었으니 그만둘 수 없게 되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스물셋이란 나이는 분명 젊지만, 지금껏 해온 일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나이다.


4학년이나 되고 나니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고등학생 때 수학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자기가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다고. 1분 1초도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까워서, 한시도 쉬지 못하고 공부했다고. 내가 지금 딱 그 상황이다. 시간이 아까워졌다. 지금 내가 하루에 낭비하는 시간, 과거에 낭비해왔던 시간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 불안하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선택이 틀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교사가 된다고 사범대에 왔을까. 시간에 희석되어 희미해질 꿈 따위 뭐가 중요하다고. 차라리 평범한 대학교에 가 남들처럼 자격증 따고 취직 준비를 해서 돈이나 벌걸. 자꾸만 후회와 불안이 맘속에서 피어오른다.




이 답답한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그리고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고, 내 할 일을 해야만 한다. 스마트폰에 잠금앱을 설치하고, 자기관리앱을 설치했다. 노트북과 아이패드에는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마치 고3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나름 살아 있는 중이다. 유튜브를 끊고 남은 시간에 공부하거나, 그게 안 되면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이다. 그럼 브런치에 업로드가 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에 걸렸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