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우 에디터 Jul 17. 2022

2022 격동의 미술시장 키워드

밀레니얼, 신진작가, 온라인, 그리고 흑인

세계 미술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간 미술시장의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은 83조, 2020년은 코로나 영향으로 조금 줄어든 65조였는데요. 작년인 2021년, 84조를 달성하며 코로나 전 만큼의 호황을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미술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과 조금은 다른 형태로 회복된 걸 볼 수 있습니다. 규모 자체는 전과 비슷한데, 목록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각각의 수치가 전과는 현저히 다르죠.


© Thaddaeus Ropac


이전에는 원로작가, 혹은 타계한 작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곤 했는데, ① 신진작가의 작품 판매가가 매번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또 "미술품은 눈으로 보고 사야 해~"라는 과거 인식과 달리, ②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늘었습니다. 더불어 그간 미술시장에서 잘 팔리던 건, 백인 남성 작가의 작품이었는데요. ③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선정던 두 작가 모두, 흑인 여성이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기존 미술시장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모습인데요.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있었던 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소비자가 등장한 덕분입니다. 바로, 밀레니얼 세대죠. 이제는 밀레니얼, MZ가 그렇게 신선한 단어는 아니지만, 미술시장에는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들은, 전과 완전히 다른 소비자이기 때문이죠.



LYNETTE YIADOM-BOAKYE, THE HOURS BEHIND YOU, 2011.© LYNETTE YIADOM-BOAKYE


그들은 어떻게 다른가

전통적으로 미술시장의 소비자는 대부분 40-50대 이상의 X세대였습니다. 그런데, 밀레니얼은 이들보다 훨씬 어린 25-39세 사이 컬렉터들이에요. 이들은 디지털에 매우 익숙합니다. 덕분에 NFT라는, 이제는 시장에서 화력이 줄어들었지만, 당시엔 굉장히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을 때도 밀레니얼은 적극 시장에 참여했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경매가 열리지 못하자,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면서 그간 외면받던 온라인 미술시장을 활성화 시켰죠. 덕분에 온라인 경매 시장 규모는 코로나 전 대비, 두배 성장했습니다.


밀레니얼이 시장을 차지한 비중도 매우 컸습니다. 2020년 기준 미술품 구매자의 52%가 밀레니얼 세대였다고 해요. 그간 시장의 주 소비자였던 X세대는 32%에 그쳤습니다. 또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소더비의 경우, 밀레니얼 회원이 40% 증가하고, 크리스티는 35% 증가했다고 해요. 그들은 빠르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 ICA Miami


미술시장에서 영향력을 갖는 가장 큰 방법은 구매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결국 돈인 건데요. 밀레니얼은 구매력도 좋습니다. 2020년 기준, 밀레니얼의 작품 평균 구매 가격은 22만 8천 달러 (한화 약 2억 9천만 원)이었다고 해요. 이들 중 상위 30%는 100만 달러 (한화 약 12억 9천만 원) 이상을 미술품에 지출했습니다. 한국의 밀레니얼도 3억원 이하 작품을 주로 구매하면서, 꽤나 높은 가격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이렇게 밀레니얼이 시장의 주도자가 되면서,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미술시장이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요.



© Royal Academy of Arts


시장의 주도자가 선호하는 작품들

밀레니얼은 지금 잘나가는 작가나, 기존 미술시장의 소비자가 가격을 잔뜩 올려둔 작품을 사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떠오르는 신진 작가에 주목하길 좋아하죠. 최근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이벤트도 많았습니다.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작품들만 다룬 'The Now' 부문을 신설했습니다. 신진 작가 작품을 찾는 밀레니얼 컬렉터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놀라운 결과가 나옵니다. 20-30대 작가들의 작품이 추정가(경매회사가 예측한 작품 가격)의 10배를 달성하면서 팔려나간 건데요. 추정가에서 훨씬 벗어나는 작품이 드문 만큼, 이 경매는 큰 화제가 되었죠.

© sotheby's 'The Now' 경매 출품작


이런 흐름은 해당 경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발견 가능합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1년, 40세 미만 작가들의 그림 낙찰 총액은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런 젊은 작가들의 작품 특징은 무엇일까요? 국가마다, 작가마다, 인종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일러스트를 보는 것 같은 팝한 작품이 많습니다. 기존에 잘 팔리던 전통적인 회화나 페인팅 작업은 일러스트로 대체되고, 조각 작품은 피규어로 대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시몬 리의 흑인여성두상 조각작품들 © Hammer Museum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흑인 여성 작가 둘

올해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두 명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둘 다, 흑인 여성 작가였죠. 미국관 대표로 나온 시몬 리 Simon Leigh, 그리고 영국관 대표인 소니아 보이스 Sonia Boyce 인데요. 시몬 리의 경우, 수상 이후 그의 과거 작품인 <버밍엄>이 예상가의 10배인 27억 6천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수상으로 시장에서도 흑인 여성 작가의 작품을 대거 내놓았는데요. 최근 소더비의 경매에서는 '흑인 작가 작품'만 모아 경매를 열기도 했습니다. 소더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해요.


© Art Basel


온라인 시장의 확장

다시 시장을 휩쓴 밀레니얼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밀레니얼이 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하면서, 온라인 판매가 강화되었습니다. 온라인 미술시장 규모는 코로나 전이었던 2019년 대비 딱 2배 커졌는데요. 2021년 기준, 133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한화 약 17조원 이죠.


이에는 밀레니얼의 영향도 있었지만,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경매회사가 갤러리에서 시스템을 완비한 덕도 있습니다. 특히 세계 3대 경매회사인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는 온라인 뷰잉룸을 재편해 실제 전시된 것처럼 온라인 가상전시관에서 작품을 선보였죠.

© Frieze 에서 선보인 온라인 뷰잉룸


사실 갤러리나 경매회사에서 하는 전시는 누구든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가기 어려운 느낌이 있죠. 가격이나 작품 정보를 물어보긴 더 어렵고요. 그런데 이렇게 온라인 뷰잉룸이 확장되면서, 가격 투명성과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두가지는 미술시장의 고질적인 진입장벽이었는데, 이것이 해소된 거죠.


또 온라인인 만큼, 이곳 저곳 빠르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미술시장의 트렌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이 갤러리는 이 작품을 내세우는구나, 저 갤러리 저 작품 밀더니 잘 팔리는구나 등등 미술시장을 편하게 공부할 수 있으니 이점도 큽니다.


© Opera Gallery


격동의 2022 미술시장, 한국은?

세계 미술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우선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5천억 원~ 7천억 원을 오가던 한국 미술시장이 점점 커져 올해는 1조 원을 바라보고 있죠. 또 다른나라와 비교해도 수치는 눈에 띕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미술시장 순위는 15위였는데요. 2021년, 6위로 성큼 올라섰습니다.


또 미술시장 규모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가 바로 경매회사 매출인데요. 우리나라의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1분기 매출은 작년 1분기 대비, 42.5% 증가했다고 해요. 또 최근 서울옥션의 경우, 신세계 인수설도 나오면서 미술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퍼진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트페어의 매출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트부산의 경우, 작년인 21년엔 350억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데요. 올해인 2022년, 750억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대부분 아트페어가 하반기에 몰려있어, 아직 진행 안 된 페어도 많은데요. 하반기 실적까지 모두 합치면, 우리나라의 올해 미술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달성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요.


© Frieze


2022 하반기 한국 미술씬 최대 뉴스

프리즈 아트페어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올해 9월 2일 부터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인데요. 한국 미술씬에서는 빅-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들 캘박!


프리즈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시작되어, 영미권에서는 최고의 명문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페어로 잘 알려져 있죠. 그간 프리즈는 런던, 뉴욕, LA 등 영미권에서만 진행해 왔는데요. 아시아 거점을 정하면서, 한국을 택했습니다. 사실 기존 아시아 미술시장 중심지는 오래 동안 중국 상하이였고, 이후 홍콩으로 넘어왔는데요. 이번에 최초로 대형 예술 행사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어,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프리즈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이런 대형 아트페어가 열리면, 현장 상황에 따라 참여하지 못하는 갤러리도 생기게 됩니다. 아무래도 프리즈 측에서는 더 쟁쟁한 갤러리를 참여시키고 싶을테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통은 근처에 위성페어가 함께 열립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배치해 관객이 함께 둘러볼 수 있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공간이 충분치 않아, 내부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요.

© The Korea Herald

또 프리즈 같이 큰 아트페어가 열리면, 큰손들은 다른 아트페어에서는 돈을 쓰기를 꺼리기도 합니다. 프리즈에 비하면 소규모인 한국 아트페어에 돈 쓰기 보다, 국제적인 규모의 페어에서 작품을 사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 크기 때문이죠. 이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프리즈는 향후 5년간 한국에서 열리기로 계약이 되었습니다. 프리즈의 개최는 한국 미술씬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지켜보아야 하겠죠.




오늘의 뉴스 요약

① 미술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이 회복의 흐름을 이끈 건 밀레니얼 세대의 영앤리치 컬렉터들이다.

② 이전과 다른 컬렉터의 등장으로 미술씬에 새로운 키워드가 떠올랐다.

③ 신진작가, 온라인 작품 판매, 흑인 예술가.

④ 새로운 소비자군인 밀레니얼 세대가 이끈 변화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 더 다양한 미술시장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Bid Piece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3D 법칙: 미술시장에 A급 매물이 쏟아져 나올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