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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에디터 Jul 17. 2022

소더비가 판 작품이 위작으로 드러났다

가짜 샤갈 그림을 판 세계 최대 경매회사

위작은 미술계의 고질적인 이슈입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형성되는 미술 시장에서, 공급이 극히 한정된 작품들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노리고 만들어지는 위작의 양은 상당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장인 토머스 호빙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죠.


"16년간 미술관에서 일하면서 5만여 점의 작품들을 살펴 보았는데, 그 중, 40%가 위작이었다."


위작은 우리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최근에도 위작 이슈가 전해졌죠. 


(좌) 스테파니 클레그, (우) 그가 구입한 샤갈 위작


문제가 된 작품은 마르크 샤갈의 그림입니다. 샤갈은 활동 당시 피카소, 마티스와 견주는 작가였는데요. 샤갈 사망 9년 후, 1994년에 스테파니 클레그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 원 가량을 주고 샤갈 작품을 구입했습니다. 작가 사망 직후에는 보통 작품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이와 더불어 위작도 쏟아지곤 합니다. 위작이 시장을 점령할 때, 대부분 컬렉터들은 경매회사에서 작품을 삽니다. 경매회사는 작품 응찰자와 위탁자 모두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는 만큼, 작품이 확실히 진품일 때에만 경매를 진행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클레그는, 샤갈 작품이 당연히 진품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클레그는 그간 수집해온 작품들을 조금씩 팔기로 결심합니다. 이전에 작품을 구입했던 소더비 측에 그림을 위탁해 판매하기로 했죠. 소더비는 이에 기꺼이 응했고, 형식적인 절차에 따라 샤갈 작품을 잠시 프랑스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에는 샤갈 작품을 전문적으로 감정하는 기관이 있었기 때문이죠.


(좌) 샤갈, (우) 소더비 경매 당시의 도록


그런데, 프랑스 측에서 보내온 감정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클레그가 구매한 샤갈 작품이 위작이라는 것이었죠. 프랑스에서는 위작을 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합니다. 위작임이 명백히 드러날 경우에는 바로 불태워 없애야 하죠. 감정서에 역시, 작품이 위작이므로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이에 클레그는 소더비 측에 항의합니다. 30여년 전, 클레그가 작품을 구입할 당시에는 소더비가 진품임을 입증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더비는 본인들에게 책임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단, 향후 소더비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할 경우, 수수료 2천만 원 가량을 면제해주겠다고 이야기 했죠. 이는 클레그에게 충분치 않았습니다. 클레그는 소더비 측에 2억 원 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게 되는데요. 결과는 미지수입니다. 소더비 측에서 작품의 진위여부를 보증하는 기간을 5년으로 두었기 때문이죠.


© masterworks


이 케이스는 위작이 개인 컬렉터와 대형 경매회사 간의 분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데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명확한 책임이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점에서 위작은 미술계 해결이 매우 어려운 고질적 이슈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위작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죠. 최근에는 바스키아의 위작이 FBI 수사 덕분에 밝혀져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요. 지금도 위작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또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위작을 피할 수 있을까요?


1. 싸게 사겠다는 마음 버리기: 작품의 평균 거래액, 최근 경매 낙찰가 등을 확인해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의 가격에 구입한다.

2. 아트페어나 전시에 나온 작품을 고르기: 일차적 검증을 거쳐 출품된 작품이다.

3. 그림의 거래증명서나 호적 확보하기: 유통경로가 투명할 수록 안전하다. 이를 작가가 직접 기록하는 경우도 있고, 경매회사를 통해서 알 수도 있다.

4. 공신력 있는 화랑이나 경매회사를 통해 구입하기: 경매회사에서 환불을 해주는 유일한 경우는 작품 가격의 30%를 취소 수수료로 지불하거나, 작품이 위작일 때. 두 가지 뿐이다.


이 외에도, 고가의 작품은 감정서를 요구하기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 유료로 진위와 시가감정을 해주는 데요. 비용이 들긴 하지만, 안전하게 구매하고 싶다면 감정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sotheby's


많은 미술학자들은 의학이나 과학이 발전하듯, 미술품 감정의 영역도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과거에 만들어진 작품 중 많은 양이 위작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도 경고하죠.


위작은 미술시장 모든 구성원에게 독 같은 존재입니다.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에게도, 판매하는 갤러리, 경매회사에도,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에도 마찬가지죠. 없어져야 할 존재지만, 동시에 가치있는 작품을 쫓는 사람들의 욕망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위작은 미술계가 만든 뒷모습이기도 한데요. 진화하고 있는 미술품 감정 기술, 그리고 이에 따라 진화하는 위작 기술. 미술계 명과 암의 모습은 어떻게 전개될 지, 예민하게 지켜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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