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창완 Jan 15. 2021

ProducePay: 농업과 핀테크가 만난 거래 플랫폼

빠르고 안전하게 유통되는 농작물

 농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생산기간이 길고 수확기에 농산물이 판매되어야 매출이 실현됩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농업은 선(先)투자 비용의 자금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금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곤 하지요. 이러한 농민들의 고충을 직접 체험한 멕시코 출신의 한 농부 청년이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해결방법을 찾았습니다.  



멕시코 농부에서 MBA출신 창업가로


ProducePay의 창업가 파블로 보케스 슈바즈벡(Pablo Borquez Schwarzbeck) / 사진: Bizjournals


 최근  농산업 부문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 되면서 애그리테크(Agri-Tech) 기업들 중 유통, 결제, 관리 기능을 포함한 농업 기반 핀테크(Fin-tech)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농지 면적이나 농산물 수확 규모가 큰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중 하나인 프로듀스페이(ProducePay, https://producepay.com/)는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된 '농작물 거래 중개 플랫폼' 기업입니다. 프로듀스 페이는 농작물을 수확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현금 유동성과 자금 활용 효율성을 최대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프로듀스페이를 창업한 멕시코 청년은 4대째 농업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파블로 보케스 슈바즈벡(Pablo Borquez Schwarzbeck)이었습니다. 이러한 가족 내력 덕분에 슈바즈벡은 어린 시절부터 농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겪으며 성장해 왔습니다. 평소 슈바즈벡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농장 운영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을까?

 특히, 그는 농산물 유통 전반에 걸쳐 생기는 여러가지 불편함, 특히 판매대금이 늦게 입금되는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농민들은 판매 대금을 회수하기까지 금전적으로 힘든 일종의 ‘보릿고개’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금을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다음 농사를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코넬대학교 MBA 재학 당시 프로듀스페이를 창업한 슈바즈벡 / 사진: Medium

 이렇게 농업 분야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품어왔던 슈바즈벡에게 코넬대학교 사무엘 커티스 존슨 경영 대학원(Samuel Curtis Johnson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 MBA 과정은 창업가로서의 역량과 지혜를 배우고 좋은 멘토를 만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MBA과정을 수료하면서 쌓은 네트워크로부터 프로듀스페이 창립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MBA과정 중 그는 벤처캐피탈 코벤처(CoVenture)의 공동 창립자 알리 하메드(Ali Hamed)를 만나게 되었고, 프로듀스페이의 가능성을 알아본 알리는 슈바즈벡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알리는 슈바즈벡의 사업 멘토가 되었고, 동시에 프로듀스페이의 주요한 투자자가 되었습니다. 마침 슈바즈벡은 대학교 학사 졸업 후 국제적인 농산물 유통 업체에서 근무하며 남아메리카 칠레, 페루, 우루과이의 농장을 방문하며 수준 높은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어렸을적 가족의 농장 경영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슈바즈벡의 애그리 비즈니스는 본격적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금 회수 기간'을 줄여 농민들이 상품을 출하한 지 하루 안에 판매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회수 기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거래 즉시, 더 나아가 농사 전에 거래 참여자 모두에게 금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핀테크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2015년, 농민의 금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프로듀스페이(ProducePay)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프로듀스페이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거래 플랫폼, 프로듀스페이(ProducePay)


프로듀스페이 서비스 개요 / 자료: ProducePay


1. 프로듀스페이는 농작물 수확 최대 12개월 전에 생산자(농부)에게 생산 자금을 지원합니다. 자금은 농작물 시장가치의 최대 80%까지 지급됩니다. 이를 통해 생산자(농부)의 대금 부담을 덜게 됩니다.


2 & 3. 프로듀스페이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농가와 유통업체를 연결해주고, 양측이 동의한 거래조건으로 농가(재배자)와 유통업체(Distributor)를 참여시킵니다. 농작물을 수확하면, 농가는 사전에 연결된 유통업체에게 농작물을 출하(Shipping)합니다. 이를 통해 다년간 지속될 수 있는 안정적인 재배자-유통업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습니다.


4 & 5. 유통업체는 농작물을 소매업체에게 판매하고 프로듀스 페이에게 판매 대금을 지급합니다. 프로듀스페이는 생산자에게 선지급한 지원금을 회수하고, 전체 판매금액의 1%를 수수료로 차감한 뒤 남은 돈을 생산자에게 지급합니다. 농가(재배자)와 유통업체에게는 거래 투명성을 위해 모든 거래 과정의 정보가 공개됩니다.


자금이 필요한 계약 농가를 모집하는 프로듀스 페이 플랫폼 / 자료: ProducePay


 프로듀스페이를 통해서 농가는 다양한 유통업체들과 연결되어 많은 판매 기회와 시장 확장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유통업자 입장에서는 프로듀스페이가 보장하는 농가와 쉽고 빠르게 품질 좋은 농산품을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계약하고 싶은 농장을 찾는 시간을 절약해주고 선택의 실패에서 오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원 스톱(one-stop)’ 플랫폼 구축을 향해


프로듀스페이 인사이트 / 자료: Insights.Producepay.com


  프로듀스페이의 목표는 농업에 관한 모든 정보가 모이는 ‘원 스톱’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프로듀스페이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19년 10월부터 종자, 중장비, 물류 정보 등 농업용 필수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비스는 초기 단계부터 이미 1억 달러(한화 약 1,089억원)의 구매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기록하며 프로듀스 페이가 나아갈 방향을 암시했습니다. 더불어 농사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 농사 컨설팅을 제공하는 ‘ProducePay Insights’라는 서비스까지 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정확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 making)을 내릴 수 있고, 나아가 불필요한 자원 소모를 줄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프로듀스페이 사업 현황 / 자료: ProducePay


 프로듀스페이는 2015년 9월 서비스 출시 이후 미국 이외 9개국, 약 800개 이상의 농가까지 사업을 확장해 15억 달러(한화 약 1조 6,350억원)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금융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전하여 농사를 안정적으로 짓기 어려운 멕시코와 남아메리카를 주요 시장으로 삼았고, 이 지역에서 생산된 작물을 미국으로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 첫 해 1,700만 달러(한화 약 185억원)로 시작해, 2019년에는 농장과 유통 업체에 7억 5천만 달러(한화 약 8,175억원)의 자산 유동성을 제공하는 대형 금융 및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프로듀스페이의 총 투자 유치 금액은 총 2억 9,990만 달러(한화 약 3,268억원)에 이르렀으며, 프라이브코(Private Company Intelligence)에 따르면 프로듀스페이의 기업 가치는 최소 1억 달러(한화 약 1,090억원)로 추정되는 어엿한 성공 스타트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사람들은 왜 ‘프로듀스페이’를 선택할까?


 글로벌 경제 미디어인 포브스(Forbes)와 데크 트리뷴(Tech Tribune)에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중 하나로 여러 차례 회자되며 애그테크 분야에서 핀테크 리더가 되기 위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로듀스페이는 농민과 유통업체들에게 강력한 매력을 어필하고 있고,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들이 프로듀스페이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프로듀스페이는 농업 종사자들이 그들의 서비스를 꾸준히 사용하게 만들었을까요? 더 정확히는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빼앗은 걸까요? 프로듀스페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농민들의 농지를 담보로 잡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농지를 담보로 생산 자금을 빌렸지만, 이를 갚지 못해 파산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나 프로듀스페이를 선택한다면, 토지를 담보로 잡지 않아 농부들은 선지급된 지원금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재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로듀스페이는 오직 농작물(상품)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농사를 망친다고 해도 농작물이 이미 유통업체를 거쳐 매출로 실현되었으니, 농가가 당장 파산할 위험이에 겁먹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두번째 성공 요인으로는 초고속 평가 시스템을 꼽을 수 있습니다. 농부가 프로듀스페이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며칠 내로 최대 500만 달러(한화 약 54억원)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공증문서서 제출이 아닌, 온라인으로 필요한 문서를 편리하게 제출할 수 있다는 점도 시간이 부족한 농민들에게는 매력적인 장점이었습니다.



핀테크(Fin-Tech)와 레그테크(Reg-Tech)의 시너지로 극대화되는 농업 비즈니스


 비즈니스의 효율성과 생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 혁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일은 비단 특정 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 공통된 도전일 것입니다. 농업 비즈니스 역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과 드론, 그리고 AI 등 광범위한 기술을 활용한 애그리테크(Agritech)로의 산업 동향 분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요컨대, 농업 비즈니스의 임팩트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혁신과의 시너지는 앞으로도 최우선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농업 비즈니스에서의 핀테크(Fin-Tech)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요? 특히 가뭄, 기후 변화와 같은 자연 환경에 영향을 받는 농업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더더욱 핀테크를 통한 혁신 성과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애그리 핀테크 기술의 활용 가능성 / 자료: INC42


 앞으로 농업 비즈니스 시장은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확장될 추세로, 이에 따라 금융 공급망은 현재보다 더욱 발전하고 다양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글로벌 결제 및 현금 흐름 관리 분야에 있어 핀테크 솔루션은 농업 비즈니스 생태계의 가치 사슬을 효율화하고 농업 공급망의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프로듀스 페이처럼 핀테크와의 시너지로 일찍이 핀테크 애그리 비즈니스의 리더로 전망되고 있는 제3세계 국가의 애그리-핀테크(Agri-Fintech) 스타트업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어디에 와 있고, 또 어디로 갈 것인지 말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데이터 컨설팅펌 CB Insights에 따르면 2018년 핀테크 벤처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33억달러(한화 약 58조 8천억)로, 그 금액의 대부분이 아시아에 기반을 둔 핀테크 기업에 투자되었다고 합니다. 그 안에서도 애그리-핀테크 스타트업에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나갔고, 인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단연 눈에 띄는 성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2020년 아시아에서 눈여겨봐야 할 애그리-핀테크 스타트업에 인도의 FarMart, Jai Kisan, 인도네시아의 Crowde, TaniGroup, 필리핀의 Cropital, 미얀마의 Impact Terra가 꼽힌 사실은 그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fintechnews, 2020).


 앞으로도 애그리-핀테크의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입니다.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 솔루션 및 앱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대출에서부터 보험까지 농업에 특화된 다양한 금융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분야별 핀테크 개발 역시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아직 발전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에는, 안착된 금융 규제나 정책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핀테크 기술 적용에 따라 규제와 정책도 성장하는 레크테크(Reg-Tech,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러 법률 및 규제들이 기술 혁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애그리-핀테크의 새로운 기술 혁신과 제도 혁신(Institutional Innovation)을 이끌어 갈 글로벌 애그리 비즈니스의 리더들을 여러분들에게서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지금까지 핀테크의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농업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프로듀스페이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미국, 로스앤젤레스

When?             2015년

What?              농작물 유통 플랫폼 및 금융 플랫폼

Who?              파블로 보케스 슈바즈벡(Pablo Borquez Schwarzbeck)

Why?               생산 주기마다 발생하는 농부들의 금융 부담을 줄이고 농작물 유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How?              농부, 유통업체를 빠르게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제공



References


애그리테크 벤처들, 핀테크를 입다, 이코노믹리뷰, 2017/12/14

해외판 카카오파머, ‘프로듀스페이’ 뜬다, ZD Net Korea, 2016/07/01

2021 Best Tech Startups in Los Angeles, The Tech Tribune

Cornell MBA Launches AgriTech Startup To Support US Farmers, businessbecause, 2020/05/29

From family farm to FinTech: Pablo Borquez Schwarzbeck, MBA ’15, helps farmers grow profits, Cornell University, 2019/02/05

How ProducePay is Flipping Agricultural Finance on its Head, Arena Ventures, 2016/02/08

Matchmaking & Transaction Security, Producepay

ProducePay closes $205m debt financing to launch aggressive scaling campaign, AgFunder, 2019/12/10

ProducePay – bringing FinTech to AgTech, Techweek, 2018/11/07

ProducePay lands $205 million to pay for produce, BizJournals, 2019/12/10

작가의 이전글 N.thing: 화성에서도 신선한 야채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