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창완 Jun 29. 2020

PLENTY: 올곧게 선 도시농장

지속 가능한 혁신 농업, 수직 농장(Vertical Farm)

그 시절의 오렌지 나무를 찾아서


 동네 마트에 가면 칠레나 필리핀 같이 먼 해외에서 수입된 과일이나 야채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먼 거리를 거쳐 온 과일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디 하나 상한 데 없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과일들이니까요. 이렇게 먼 지역에서 온 농산물은 농부들이 신선도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여러분 중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방부제를 써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무래도 나와 내 가족이 먹는 농산물이니까,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것이라면 걱정이 덜 되는 게 사실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 ‘당신이 먹는 게 곧 당신’(You’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누구든지 나의 몸과 마음의 영양분이 될 음식을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 한 기업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해 더 나은 답을 위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 / 사진: 아시아경제

 

 바로 플렌티(Plenty)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플렌티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잭 오슬란 (Jack Oslan)은 어린 시절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에 살았는데, 그의 집 마당은 오렌지 나무로 꽉 차 있었습니다. 오렌지가 먹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집 마당으로 나가서 따먹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그는 캘리포니아의 신선한 과일들을 언제나 접할 수 있었고 좋아했습니다. 

 

Plenty의 창업자 중, Matt Barnard와 Jack Oslan / 사진: Tolleson

 하지만 곧 그는 더 이상 그 맛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시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도시로 돌아온 그는 동네 마트의 오렌지를 사 먹곤 하였는데, 예전에 집 마당에서 따먹던 오렌지 맛이 아니었습니다. 잭 오슬란은 생각했지요. 아무래도 도시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들은 매우 먼 거리에서 생산된 것이 많을 테고, 이동 과정에서 수확했을 때의 신선도가 많이 떨어져 본연의 맛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잭은 어릴 적 마당에서 따먹었던 오렌지를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내 마당에 심어져 있던 오렌지 나무와 나와의 거리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까운 곳에 농장이 있다면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작고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바로 도시농장 플렌티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까워질수록 신선도와 운송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고, 이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한 가지의 사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잭은 낯설게 바라보았던 것이지요. 이런 잭의 낯설게 바라보기에서 플렌티는 실내 수직 농장(Vertical Farm)을 운영하기로 결심합니다. 



위로 뻗어가는 농장?!  


 처음에 잭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 근처에 세운 농장에서 농작물을 얻는 방법을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도시농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선 도시 주변 땅값이 기존의 농지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비싼 편이었고, 농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자원 또한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떠올린 것이 바로, 수경재배 방식과 농장의 형태를 수직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농장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스마트 팜 개념도 / 사진: 녹색기술정보포털


 이러한 구성 방식은, 매우 좁은 땅 위에서도 벽과 기둥까지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구성하기 때문에, 적은 면적으로도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연 토지와 태양광 없이도 가장 적절한 조건의 자연환경을 LED 조명 센서, 온도 및 습도 조절 센서 등을 통해 농작물에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Plenty에서 개발한 Vertical farming / 사진: curatorn-henrik-Vesterberg


 플렌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약 6m 되는 높이의 수직벽기둥에 식물을 심어 더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건물 내부의 벽면과 기둥에서 수직적으로 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해서, 케일이나 상추 등의 작물이 대량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이라 불리는 이 재배 방식은 다른 실내 수직 농업 회사들과는 달랐습니다. 플렌티는 수평 선반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된 플라스틱 병으로 만들어진 기둥 위에서 자라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농작물이 수직으로 심어지는 실내 농업인데, 햇빛 없이 잘 자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잭은 이러한 문제를 LED조명으로 해결하였습니다. 햇빛과 유사한 LED 조명을 수직으로 설치해서 식물이 햇빛과 거의 같은 양의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또한 농장 전체에 걸쳐 적외선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 온도, 습도, 식물의 성장 정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는 농업 전문가와 인공 지능 전문가에게 실시간 보내지고 분석됩니다. 이 분석 데이터는 다시 농장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좀 더 신선한 작물이 제공될 수 있게 해 줍니다.


스마트 팜의 LED 구성 / 사진: Agritecture


 플렌티의 실내 농업 기술은 기존의 전통 농업과 비교하였을 때, 엄청난 비교우위의 성과를 나타냅니다. 같은 면적의 농지에서 350배 이상 많은 생산량이 출하되고, 물 소비량 또한 99% 이상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통제된 환경에서 안전하게 농작물이 성장하기 때문에, 살충제와 유전자 변형 기술(GMO)의 걱정 없이, 신선한 유기농 농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농장 작업이 대부분 자동화되면서 노동력의 효율화 또한 이루어졌습니다. 소형 로봇이 모종 이식을 담당하고, 실내 센서가 농작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등 첨단 기술의 활용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지요. 



500여 개 도시 속 Plenty  


 플렌티는 2016년 4월 150만 달러(한화 약 18억 3,000만 원)를, 2016년 7월에는 연이어 2,450만 달러(한화 약 299억)를 투자받았습니다. 이는 당시 기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내 농업 부분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대형 투자 금액이었습니다.


 플렌티는 공격적인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2017년 6월에 스마트 농업 벤처인 브라이트 애그로테크(Bright Agrotech)를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브라이트 애그로테크는 전 세계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실내 농작물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던 실내 산업용 하드웨어 회사였습니다. 플렌티는 자신들에게 부족한 실내 산업용 하드웨어 노하우를 브라이트 애그로테크를 통해 확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다 큰 확장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지구는 급속한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인한 농지 축소 등으로 농업 생산량은 감소하고, 지가상승으로 인해 농업생산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플랜티는 인류가 당면한 현안과제를 혁신적인 농업기술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땅값 상승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면적당 생산효율을 높여주는 기술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은 것이지요. 그 결과, 2017년 7월에는 소프트뱅크(Softbank)를 비롯한 8개의 대기업으로부터 무려 2억 달러(한화 2,440억 원)에 상당한 투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 플렌티는 2018년 8월에 전 세계 최초로 로봇 햄버거 가게인 크리에이터(Creator)와 협업하여 도심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재료로 공급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플렌티는 그 비즈니스의 혁신 임팩트를 보다 더 넓혀갔습니다. 2019년 8월, 코드네임 ‘티크리스’(Tigris)라는  새로운 실내 농장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인데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최고 품질의 농작물을 생산하고, 도시민 누구라도 이 농작물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농장인 티크리스는 기존의 실외 농사에 대비, 5% 보다 적은 수자원과 1% 보다 적은 땅을 사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게 큰 특징입니다. 또 모든 재배 과정을 제어하여 다양한 특산물을 키울 수 있고, 이로 하여금 소비자들이 식품 안전의 걱정 없이 사시사철 신선한 농작물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 Plenty 블로그

 


플렌티의 목표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500개의 도시’에 실내 농장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농사 기법으로 농업 분야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 시점으로부터 한 20-40년이 지나서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 통념인데, 플렌티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플렌티의 혁신 기술에 기반한 실내 농장이라면, 3-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소식도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마당에서 따먹었던 신선한 오렌지에 대한 추억이 지역사회의 신선한 농산물의 고민으로 이어지고, 이로써 시작된 비즈니스가 기존과는 다른 임팩트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내고 있는 플렌티의 이야기였습니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 낯설게 바라보아 기술로 실현  


 플렌티의 잭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혁신(Innovation)의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가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잭이 당연해 보이는 사소한 질문을 낯설게 바라보지 않았더라면, 비즈니스 역량으로 연결시켜 기술로 그 임팩트를 배가해 가는 일이 시작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앞마당의 오렌지 나무에서 갓 딴 오렌지의 신선함을, 누구라도 안전하고 저렴한 비용에 접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과 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찾아낸 집념과 고민이 있지 않았다면,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출발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잭은 일상의 익숙함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즉 종래와 다른 ‘새로운 방법’, ‘새로운 시각’을 적용함으로써 창조적 반응(creative response)을 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슘페터(J.A. Schumpeter)는 이러한 기업가이야말로 진정한 기업가이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J.A. Schumpeter / 사진: wikipedia

 또한 잭은 핵심 제품에 걸친 전 과정에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그 과정을 변혁해 갑니다. 이는 비즈니스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각 이해관계자의 주목과 평가를 자원(key factor)으로 삼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의 공격적 투자 인프라에도 그치지 않고, 이제는 혁신의 품질까지 업그레이드해나가며 시장, 사회, 환경에까지 미치는 파급력을 총체적으로 구성하는 일을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일로 플렌티는 자체 역량을 보강할 뿐만 아니라, 이질적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임팩트를 지속하기 위해 협업과 인수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지요. 이와 같이 앙트 프러너는 우리 사회의 능동적 인간 주체로서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해 나가는 경제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기업가정신이라는 말이 최초로 나온 슘페터의 책 『경제발전의 이론』(Theorie der Wirtschaftlichen Entwicklung)(1912)에서는 이러한 기업가의 혁신은 이윤 기회를 찾아내는 최적의 각성(alertness)으로 빠를게 비효율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경영가 이상의 경영가로 그려집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도 플렌티의 잭은 그러한 기업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겠지요?





Where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주, 시애틀 

When    2014 년 

What     수직 농업기술을 개발하여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고, 자동화 사업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실내 농업 

Who      Matt Barnard, Nate Mazonson, Nate Storey, Jack Oslan 

Why      부족한 농지와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신선하고 깨끗한 농산물을 빠르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How      실내 수직 농장과 수직 벽, 수직 기둥을 이용, 자동화 기술을 활용하여 노동력, 비용 절감



REFERENCE

Plenty.ag, www.plenty.ag 

Vertical Farming Startup Plenty Acquires Bright Agrotech to Scale, AgfunderNews, 2017/06/13  

Vertical farming startup Plenty gets investment from SoftBank, Alphabet and Amazon - TomoNews, Youtube, 2017/07/28  

This company wants to build a giant indoor farm next to every major city in the world, Vox, 2017/11/08 

A new Jeff Bezos-backed warehouse farm will grow enough produce to feed over 180,000 people per year, Business Insider, 2017/11/03 

Veteran Tesla Engineer Leaving For Greener Pastures: AgTech Startup Plenty, Forbes, 2018/6/7 

Vertical farms have nailed leafy greens. Next up: tasty fruit, Wired, 2018/03/19 

The crops on this farm are grown vertically, CNN Business 

작가의 이전글 BloomNation: 꽃 전문 온라인 플랫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