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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Feb 23. 2021

Hello Tractor: 트랙터 공유 플랫폼

농기계 소유가 아닌 공유로 생산성을 높이다

고된 육체 노동만으로 이루어지는 농업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는 약 2억 2천만명의 인구가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농업은 아프리카 경제의 약 4분의 1, 전체 일자리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지만, 이들은 하루 2달러(한화 약 2,100원) 미만의 수입으로 자신들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땅을 경작하는데 필요한 트랙터나 농기구를 구입할 자본이 부족해 아프리카 농작물의 약 80%가 여전히 수작업으로 경작되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제하이엘 올리버(Jehiel Oliver)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마치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 플랫폼 우버(Uber)처럼 농기계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고안해냈습니다. 


헬로트랙터 창업가 Jehiel Oliver / 사진: Agritecture


 제하이엘은 플로리다 공과 대학교(Florida Institue of Technology)에서 농업경제학을 졸업하고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 대학원에서 경제학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뒤 글로벌 금융 컨설팅 기업에서 재무분석가로 활동하던 인재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을 잘 살린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의 능력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꿈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제하이엘은 아프가니스탄과 동남아시아로 근무지를 옮겨 다니며 가난한 농민들의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대로 된 농기구 하나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육체 노동으로만 농사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해당 국가의 농업 생산성은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부족한 식량은 강대국의 원조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제하이엘이 첫 사업 진출 국가로 눈여겨보던 나이지리아는 전세계 평균 트랙터 보유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 75만 대의 트랙터가 필요한 대표적인 농업 후진국이었습니다.


 제하이엘은 전세계적인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은 우버(Uber)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2014년, 가난한 농민들이 소유하기 어려운 트랙터를 공유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안한 제하니엘은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Abuja)에서 사업을 시작, 헬로트랙터(Hello Tractor)라는 이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습니다. 헬로트랙터는 농부가 1헥타르(10,000m2) 당 75달러(한화 약 8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경작지 위치와 규모, 원하는 작업 시간을 입력하면 트랙터 소유자가 자신의 트랙터로 직접 밭을 갈아주는 서비스입니다. 



헬로트랙터가 가져온 변화


트랙터 주인이 직접 작업을 대신해주는 헬로트랙터 서비스 / 사진: USAID


 농부와 트랙터 소유자 양측에게 정확한 데이터를 전달하기 위해 헬로트랙터는 트랙터에 실시간 GPS를 장착하고 클라우드를 활용해 서버와 연결했습니다. 제하이엘은 농부들이 애플리케이션리케이션을 통해 농민들에게는 원하는 트랙터의 정확한 위치, 소유자 정보, 수리 이력, 그리고 연료 소비율과 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트랙터 소유주에게는 GPS정보를 활용해 활동 시간과 이동거리를 측정하여 수리 시점을 알려주고 기술자를 파견하는 사후서비스(AS)를 제공했습니다. 그 덕분에 농부와 트랙터 소유자는 헬로트랙터 서비스를 통해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헬로트랙터는 농기계를 소유할 수 없었던 농민들에게 꼭 필요했던 서비스 였습니다. 동일 생산량 기준 수작업 대비 40분의 1수준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해주는 자동화의 장점 덕분에, 헬로트랙터 서비스는 농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헬로트랙터는 창업 4년만에 서비스 이용자가 25만 명에 달하며 우버에 이은 또 하나의 공유 플랫폼 성공 사례로 자리잡았습니다. 



Collective Impact: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성장으로 


농장 위치를 입력하면 근처 트랙터를 검색할 수 있는 헬로트랙터 서비스 / 사진: Hellotractor


 헬로트랙터는 창립 이후 각종 국제 단체와 정부, 다국적 기업과 협업하며 회사를 알리고 사업확장을 시도했습니다. 2016년에는 미국 국제 개발청(USAID)과 협력하여 나이지리아 예비 농부를 양성하고 트랙터 운전 교육을 제공해 미래의 나이지리아 농가가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일자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 옥수수밀개량센터(CIMMYT)등 국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의 소규모 농민들의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헬로 트랙터는 나이지리아 청년들을 트랙터 주인, 정비사, 기술력 있는 농부로 성장시키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추후에 헬로트랙터 플랫폼의 고객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2월부터는 미국 농기계 제조회사 존디어(John Deere and Company)와 파트너십을 맺고 헬로트랙터의 공유 플랫폼을 가나와 케냐에 있는 400대의 존디어 트랙터에 시험 운용하고 있습니다. 존디어는 자사 장비를 구입하는 모든 업체들에게 헬로트랙터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블랙박스를 계기판에 설치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헬로트랙터는 나이지리아를 넘어 현재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간 약 370만 달러(한화 약 40억원)수입을 올리고 있는 헬로트랙터는 2019년 11월 보쉬(Bosch)와 파운더스 팩토리 아프리카(Founders Factory Africa)로부터 약 1만 5,000달러(한화 약 1,600만원) 투자를 유치해냈고, 2022년까지 1,500만명의 사용자를 목표로 하는 아프리카 대표 트랙터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내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전국 24시 콜화물’


 헬로트랙터는 트랙터 소유자의 장비 잉여 시간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함으로써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공유 경제 서비스의 전형적 모델입니다.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와 더불어 영국의 창고 공유 서비스 ‘Stowga’, 일본의 주차장 공유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공유 경제 비즈니스 모델이지요. 그렇다면, 우버나 헬로트랙터와 같은 모빌리티(Mobility)분야의 대표적인 국내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어떤 회사가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헬로트랙터와 유사한 국내기업 ‘전국 24시 콜화물’ 을 추가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공유 경제 개념과 대표 기업사례 / 자료: 교보증권


 ‘전국 24시 콜화물’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화주, 중개 사업자, 그리고 차주(운송사업자)들에게 실시간 화물 운송 주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화물운송 서비스 중 독보적인 이용자 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용자 수는 24만명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도입 이후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2019년 매출액 규모는 236억원을 기록 했습니다. 또한, 하루에 등록되는 주문량이 약 10만여 건에 이르며, 연간 2천만 건 이상의 운송 계약이 성사되는 국내 최고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전국 24시 콜화물’은 차주와 고객 모두를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 역시 제공하고 있습니다. 먼저‘스마트배차’ 기능은 주문 정보에서 차주가 원하는 조건을 설정하면 서버에서 적합한 오더를 찾아 빠르게 배차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매칭 서비스입니다. 이와 더불어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주문을 쉽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고, 접수에서 배차, 운행, 정산완료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예치금(가상계좌) 관리, 정산관리,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수수료 자동정산까지 올인원(All-in-On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화물운송 애플리케이션 이용자수 변화 / 자료: 상용차 신문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운송업체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대기하거나 무전기를 통해 배차를 할당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운송 업계를 바꾼 일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플랫폼 덕분에 차주들은 무전기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도 언제든지 배차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화물 운송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공유 경제의 주요한 특징은 쉽게 말해 ‘놀고 있는’ 유휴 기계 장치의 가동률을 높여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휴 장비를 찾아내 소비자의 니즈와 연결시키는 모든 과정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한 ‘디지털 혁신’으로 이루어지지요. 인터넷,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발달 덕분에 개방된 다양한 정보를 이용해 소유주와 고객을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현대의 공유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유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공유로 해결할 수 있는 ‘불편함’이 또 어디에 숨어있을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PPP(Public-Private Partnership)스타트업의 또 하나의 기업가적 여정


 헬로트랙터의 사례는 비즈니스 임팩트의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만한 좋은 케이스가 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민관협력의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PPP)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점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특히, 혁신적인 경제 성장 분야의 주무대로서 주목 받고 있는 국가의 경우(예: 경제적 낙후 지역 등)에는 바로 PPP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로컬의 규제와 법제도의 사례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민간과 공공기관 과의 협력 체계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신산업의 성장은 커녕, 오히려 성장 동력의 지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강조가 되고 있지요.


PPP(민관협력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 자료: TheBalancesmb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민-관 간의 유기적인 공조는 비즈니스의 효과성, 효율성, 파급력,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큰 임팩트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회들이 적극 반영되어 성장할 비즈니스 산업들로부터 혁신생태계(Innovation Ecosystem)의 초기 구성과 발전 양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헬로트랙터가 공유 경제 플랫폼에 비즈니스의 뿌리를 내리고, 이후 확장과 성정을 도모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PP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신생기업(스타트업)의 생존과 신산업의 성장 양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예비 기업가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줍니다.


 민간에서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성장 초기 단계에서 공공조직의 지원과 협조를 바탕으로 신산업이 성장해 나가는 사례들은 앞으로도 헬로트랙터 이외에도 더욱 많아질 전망입니다. 특히, PPP를 통한 혁신생태계에서 민간은 경제적 성과의 극대화를, 공공 기관은 고용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인 임팩트를 기대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PPP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 전략으로 고려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PP가 늘 장점으로만 쓰이지는 않습니다. 헬로트랙터는 PPP의 장점을 잘 활용한 케이스이지만, 신생 기업가나 예비 기업가들은 스스로의 비즈니스 성장에 있어 PPP를 어떻게 활용하고, PPP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깊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PPP의 선례로서도 의미 있는 혁신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헬로트랙터의 이야기 였습니다.






Where?            나이지리아, 아부자(Abuja)

When?             2014년

What?              농업용 트랙터 공유 플랫폼

Who?               Jehiel Oliver

Why?               공유 경제를 통한 기계화 영농 실현과 생산성 제고

How?               GPS와 클라우드를 통해 트랙터 소유주와 농민을 연결, 즉각적이고 투명한 정보공유 



Reference


공유 경제와 투자의 기회, 교보증권, 2019/04/23

농기계 분야의 우버, 헬로트랙터 Hello Tractor,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20/11/23

농기계 분야의 우버, 헬로트랙터 Hello Tractor,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20/11/23

트랙터도 우버처럼 ‘공유’… IT가 농업 혁신 이끈다, 한국일보, 2018/03/06

휴대폰 활용 ‘트랙터 공유 서비스’ 눈길, 농민신문, 2017/04/10

화물과 차주를 확보하라!... ‘화물앱’ 전성시대, 상용차신문, 2020/02/28

Deere taps tractor-hailing tech in bid to break ground in Africa, Reuters, 2020/02/25

Meet The Social Entrepreneur Behind Africa's "Uber For The Farm", Forbes, 2018/08/14

Nigeria’s ‘Uber of Tractors’ Hello Tractor Partners John Deere to Bring Mechanised Farming Closer to Local Farmers, Technext, 2020/02

Hello Tractor, Crunchbase

Hello Tractor, Owler

Hello Tractor, Pitchbook

When you do not have the money to own a tractor but luckily there is IoT and the Hello Tractor app, Techtri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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