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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May 26. 2021

Farmwise Labs: 제조체 없는 세상을 구현하다

인류의 건강과 지구 생태계를 위한 농업용 로봇

소리 없이 몸에 쌓이는 독성물질, 농약


 우리가 먹는 식물을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가 사용되었을까요? 이런 화학물질은 우리 몸속에 조용히 쌓여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옥수수와 대두 등 콩과 식물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라는 농업용 화학물질이 있습니다. 글리포세이트는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급A 발암물질로 규정한 성분이며, 글리포세이트를 섭취한 산모가 선천성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는 위험성이 보고되면서 오스트리아, 프랑스, 태국 등의 국가에서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 사용을 아예 금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몬산토의 글리포세이트 농약 Round Up / 사진: Vernon Morningstar

반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콩과 옥수수의 90% 이상이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를 사용하는 세계 최대 종자기업 몬산토(Monsanto Company)의 유전자 변형(GMO) 작물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수입된 콩으로 만드는 식용유나 간장, 동물 사료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는 매일 호르몬 교란 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1996년 국내에 식용 GMO 작물 수입이 허가된 이후 자폐증과 소아암, 성 조숙증 등과 같은 질병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화학 물질의 위험성은 글리포세이트 농약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현재 농업 생태계가 시중의 제초제에 적응하고 있어 점점 더 강한 화학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농약에 적응한 잡초는 더욱 기형적인 성질을 가진 ‘슈퍼 잡초’가 되어 농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독한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초제와 비료는 생태계를 교란해 환경 오염을 유발하며 결국 사람의 몸 속에도 쌓이게 됩니다. 잡초를 제거해도 여전히 토양에는 잔류농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이지요. 또한 앞으로 세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식량 생산이 늘어나고, 제초제 사용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해 화학 농약 사용 문제는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과연 화학물질 없이 잡초를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을까요? 농업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프랑스 청년, 세바스티앙 보이어와 토마스 팔로마레스가 창업한 ‘화학물질 제로(0)’ 제초 로봇 스타트업 팜와이즈랩스(Farmwise Labs)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알프스 농장에서 시작된 농업용 로봇 

팜와이즈 랩스의 창업가 세바스티앙 보이어와 토마스 팔로마레스 / 사진: Forbes


 ‘팜와이즈 랩스(Farmwise Labs)’는 프랑스 알프스의 농장에서 2명의 학생이 농장 일을 거들다가 시작된 스타트업입니다. 프랑스의 명문대학인 에꼴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세바스티앙 보이어(Sebastien Boyer)와 토마스 팔로마레스(Thomas Palomares)는 토마스의 조부모님의 농장에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응용해보며 농업용 빅데이터의 활용성을 찾았습니다. 두 청년의 초기 목표는 친환경 농장 운영 기술을 개발하고 조부모님의 농장 수확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알프스 농장에서 당장 2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았습니다.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도 농기계의 생산성이 좋지 않으면 생산량 향상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창업을 결심한 세바스티앙과 토마스는 당장 비싼 농기계를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아직 창업을 목표로하기에는 컴퓨터와 로봇공학 지식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좀더 멀리 내다보기로 결심한 두 청년은 사업을 잠시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팔로마레스는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경영 과학을, 그리고 보이어는 MIT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을 수학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6년, 각자 대학원을 졸업한 세바스티앙과 토마스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농업용 로봇 개발을 목표로 다시 뭉쳤습니다. 세바스티앙과 토마스를 주축으로 팜와이즈 랩스(Farmwise Labs)가 설립되었고, MIT와 스탠퍼드, 콜롬비아 대학에서 인공지능 분야와 농업 전문가 25명이 모여 본격적인 스타트업이 만들어졌습니다. 



농약이 필요 없는 물리적 제초 작업


팜와이즈 랩스의 제초작업용 로봇 FT-35 / 사진: FarmwiseLabs


 팜와이즈 랩스는 머신러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제초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로봇 아래에는 농작물의 상태를 포착할 수 있는 10대의 소형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카메라로 작물의 성장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통해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분석해 제거가 필요한 작물과 잡초를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을 수행하며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해 AI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팜와이즈 랩스의 인공지능은 현재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지역의 잡초들을 모두 식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향상되었습니다.


잡초와 작물을 분석하는 팜와이즈랩스의 머신러닝 AI / 사진: Vegetable Growers News


 기계가 잡초를 인식하면, 괭이 형태의 블레이드(Blade)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잡초를 제거합니다. 그 속도는 초당 25번의 잡초 절단 작업이 가능한 수준이며, 고객의 작물과 토지 상태 정보를 바탕으로 블레이드를 맞춤 설계(Customization)해주기도 합니다. 팜와이즈 랩스는 이를 통해 여러가지 작물을 키우는 농장도 효율적인 제초작업을 한번에 수행할 수 있는 Waas(Weeding as a Service)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팜와이즈랩스의 WaaS(Weeding as a Service) / 사진: FarmwiseLabs


 팜와이즈 랩스의 구독형 Waas(Weeding as a service)서비스는 1에이커당(약 1,224평) 약 200달러(약 22만 원)의 사용료가 책정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블레이드 맞춤 제작, 로봇 운반 및 운용, 데이터 분석 및 사후지원 서비스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팜와이즈 랩스의 로봇은 농부에게 필요한 온도, 습도, 토양 환경 등 작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결과적으로 데이터 기반 정밀 농업을 가능케합니다. 지금까지는 잡초 제거용 로봇을 개발해왔지만 앞으로는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외 지역에도 농업용을 포함한 다목적로봇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블루리버 테크놀로지(Blue River Technology)와 오지언 로보틱스(Augean Robotics)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농업용 로봇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농부들이 고민하고 있는 극심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단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초작업은 노동자가 밭을 걸어 다니며 잡초를 하나씩 구별한 뒤 허리를 숙여 손으로 뽑아야 하는 가장 힘든 작업이며, 이를 자율주행 로봇이 대신한다는 점만으로도 로봇 개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팜와이즈의 로봇 1대가 인력 10명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고, 잡초 제거에 쓸 인력과 시간을 다른 곳에 활용한다면 농장의 다른 부문에서 생산성을 확대하는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용 로봇 개발을 위해


팜와이즈 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테스트 / 사진: FarmwiseLabs


 2019년 팜와이즈 랩스는 시리즈A 펀딩을 받아 1,450만 달러(약 174억 원)를 조달하며 지금까지 총 2,020만 달러(약 223억 원)를 조달했습니다. 더불어 창업 4년만인 2020년, 추정 연간 매출이 3,500만(약 387억 원)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팜와이즈 랩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 벨트인 캘리포니아 살리나스 밸리(Salinas Valley) 지역에서 상추, 양배추, 콜리플라워가 심겨진 농장에서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미국 남부의 사막지대로도 사업을 확장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지에서도 작동 가능한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며 제초 이외의 다른 작업들도 자동화하기위해 연구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에이비아이 리서치(ABI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농업용 로봇의 수요가 10년 내로 현재의 100배 수준 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팝와이즈 랩스는 이런 거대한 흐름에 발맞추어 자율주행 제초용 로봇을 중점적으로 개발하여 현대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지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사업적 이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환경을 보전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팜와이즈 랩스의 핵심적인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혁신적 협업, 디지털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이 생존하는 또 다른 전략


 기술 변화의 가속화는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군의 생태계에도 유기적인 영향력을 미칩니다. 이를테면 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 제품이 다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팜와이즈 랩스에서 개발한 농장용 로봇이 다른 농업 벤처의 농작물 수확에 활용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다른 기업에서 개발되거나 또는 산업 내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 변화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과 함께 해당 기술을 적용해 다른 가치의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일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그 어느 때보다 기업 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산업 환경에서는, 작은 연결로 인한 비즈니스 혁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보다 의미 있는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는 비즈니스 미션 앞에서, 다른 스타트업의 기술 혁신을 매개 삼아 자사의 전략적, 관리적 측면을 탐구하는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요. 이러한 비즈니스 관행은 곧 스타트업 간의 협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네트워크 혁신을 파생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스타트업은 서로가 서로에게 마중물이 되어줄 만한 비즈니스 역량을 잘 알아보고 있을까요? 스타트업 기업가는 한정된 자원만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더욱 누구보다 기민하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외부 파트너와의 인지적, 분석적, 관계적 측면에서 긴밀한 협업 관계를 갖추어 나가는 한편, 디지털 기술의 R&D 자원을 자극하고 경쟁력을 창출해 나가는 일 역시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역량이 되기 때문이지요(Schuh, Gausemeier, Hompel, & Wahlster, 2016). 그러한 일이 전략적 협업 효과로 포착된다면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협력, 제휴하는 일을 뛰어 넘어 한 몸으로 비즈니스를 이끌어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례들을 우리는 이미 많이 듣고 있지요? 


 모방불가능한 독보적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추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은 그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민첩하게 기업가적 행동을 취하며 혁신적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역시 간과하면 안되겠지요. 한정적인 노동력으로 더욱 효율적인 농작물 수확을 기대하고 있는 농업 스타트업 기업가라면, 팜와이즈 랩스의 자율주행 로봇과 구독형 제초 서비스 모델은 눈 여겨 볼만 한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까지 화학제초제 염려 없이 농작물 수확을 영리하게 해결하고 있는 팜와이즈 랩스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미국 캘리포니아

When?             2016년

What?              자율주행 제초 로봇과 구독형 제초 서비스

Who?               세바스티앙 보이어(Sebastien Boyer), 토마스 팔로마레스(Thomas Palomares)

Why?               친환경 제초 작업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How?               이미지 센싱, 머신러닝 기반의 효율적인 물리적 제초 로봇 개발 



References 


농업 로봇공학 기술 도입의 가장 큰 효과는?, NVIDIA, 2020/02/05

농업용 로봇 스타트업 '팜와이즈',1450만 달러 투자 유치 - 대형 다목적 농업용 로봇 개발 진행, 로봇신문, 2019/09/19

로봇이 야채도 키운다…잡초 제거 AI 로봇 개발, 나우뉴스, 2020/02/05

몬산토와 식약처를 향해 돌진하는 65세 남자 - 그의 이름은 오로지 돌쇠네, NON-GMO운동가입니다, 오마이뉴스, 2020/03/21

인공지능 기반 '잡초 제거 로봇' 상용화, 인공지능신문, 2020/01/10

잡초 쏙쏙 골라내는 똑똑한 AI 로봇, The Scoop, 2020/03/13

팜와이즈, 잡초 자동 식별 로봇 개발 - 인공 비전 이용해 밭 탐색후 작물과 잡초 결정, 로봇신문, 2019/05/14

Autonomous Weeding Robot Created by Farmwise, ENSER News, 2019/08/22

FarmWise plans to add autonomous crop dusting to its suite of robotic services, Tech Crunch, 2021/02/23 

FarmWise raises $14.5M Series A for sustainable robotic farming, The Robot Report, 2019/09/17

FarmWise Titan FT-35 - The Future Of Farming, TIME, 2020/11/19

FarmWise: Sustainable Farming Powered by Robots, Alumni Ventures Group, 2020/10/05

Farm to Frameworks: French Duo Fork Into Sustainable Farming with Robotics, NVIDIA, 2020/01/09

Putting robots down on the farm, AXIOS, 2020/01/20

Your Next Salad Could Be Grown by a Robot, IEEE Spectrum, 2020/01/03

Schuh, G., R. Anderl, J. Gausemeier, M. Ten Hompel, and W. Wahlster. 2016. Industrie 4.0 Maturity Index. Managing the Digital Transformation of Companies. Acatech Stud, Munich: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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