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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Sep 14. 2020

The Booth:
수제 맥주 문화를 만들어 내다

수제 맥주, 한번 팔아볼까? 


the booth 김희윤 대표 / 사진: 매일경제

   한의사였던 김희윤 씨와 애널리스트였던 양성후 씨는 수제 맥주를 마시며 데이트하는 일을 즐겼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양성후 씨가  ‘너만큼 수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다니엘 튜더(Daniel Tudol)를 여자 친구인 김희윤 씨에게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 역시 수제 맥주라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니엘 튜더 씨는 영국의 유명 경제매체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한국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라는 비평을 남길만큼 수제 맥주에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그 날 역시 셋이서 어울려 이런저런 수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자연스레 “우리도 수제 맥주 가게를 열어볼까?”라는 말을 하게 되었고, 이들은 단순히 이야기 꽃으로만 끝내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과감한 실행력으로 일은 순식간에 진행되었고, 마침내 9주만에 수제 맥주 브랜드 ‘더 부스(TheBooth)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이태원을 목표로 가게를 열려고 하였으나, 높은 임대료 값에 경리단길근처로 위치를 변경했습니다. 15평짜리 작은 공간을 얻어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하였고, 피자와 맥주, 단 두 종류만 파는 이른바 ‘ 피맥 ’ 펍(Pub)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수제 맥주의 레시피는 수제 맥주 품평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을로부터 소개 받은 양조장에 맡기고, 때마침 단골이었던 피자집에서 치즈 피자와 페퍼로니 피자를 공급받으며 가게를 운영하였습니다.


저희는 공간에 초점을 맞췄어요,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이요.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thebooth’로 지었어요


 지금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흔한 조합이지만, 수제맥주집을 열었을 때만해도 이들이 생각해 낸 피자와 맥주의 조합은 흔치 않았었습니다. 이들은 피자와 맥주의 조합, ‘피맥’ 개념을 상표권으로 등록시키며 더 부스가 그들 고유의 독자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때 마침 다행스럽게도 경리단길에 개장한 매장도 매일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결국엔 세 사람 모두 각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더 부스에 본격격적으로 몸담았습니다. 기존의 생업과 동시에 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찼기 때문이었지요. 특히 김희윤 씨는 한의사 일을 병행하며 일 때문에 수면이 늘 부족했습니다. 졸음운전으로 가드레일에 차를 박은 적도 있을 만큼. 


처음에는 가게를 포기하려 했어요.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인데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일을 할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일이 재밌는 거예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가게를 좋아하는 게 신기했거든요.



 김희윤 씨와 양성후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하면서 신혼 여행까지 ‘맥주 여행’ 컨셉으로 다녀왔습니다. 수제 맥주가 맛있는 곳이라면 함께 찾아가 최고의 맥주를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배웠고, 한국으로 돌아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자리를 굳혔습니다. 그들이 맛본 수제 맥주는 무려 200여 종에 달하였습니다.


최초의 The Booth 경리단길 지점 / 사진: 더부스



더 맛있고 신선하게, 새로운 맥주를 사람들과 함께 즐기다


  더 부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펍 운영과 수제 맥주의 제조 및 유통을 근간으로 합니다. 더 부스는 창업 1년만에 4개의 직영점을 낼 정도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고,이후 내실을 다지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여 나갔습니다. 2018년에는 이태원, 강남, 삼성등 서울 중심 상권에 8개의 직영 펍을 운영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을 하였습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수제 맥주 펍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더 부스’ 라는 브랜드의 고유성을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제 맥주 제조, 유통에 더욱 박차를 가합니다. 이들은 전 세계 최상위권의 양조장인 덴마크의 미켈러(Mikkeller)와 협업하여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있게 만들겠다는 컨셉으로 ‘대강 페일에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한국의 판교, 이천에 자체 양조장을 구축해 갔습니다. 또한 한의사였던김희윤 씨의 경험을 살려 한약재를 베이스로 한 ‘썸머젠에일’과 인기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과 콜라보한 ‘ㅋ IPA’, ‘흥 맥주’ 등 다양한 맥주 메뉴를 개발하며,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의 지평을 넓혀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맥주 메뉴를 개발해내도 유통과정에서 맛이 변질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겠지요. 이들은 맥주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었던 점에 착안 해, 국내 최초로 24시간 냉장유통시스템을 도입, 수제 맥주의 참맛을 항상 유지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유통 시스템은 점차 체계적으로 자리잡아갔고, 이제는 400여개가 넘는 납품처에 더욱 신선해진 수제 맥주를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the Booth 판교 브루어리 / 사진: 아트인사이트


 더 부스의 성공에는 자체 개발한 수제 맥주 메뉴와 유통 시스템 이외에, 또 한가지 다른 비결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젊고 트렌디한 브랜딩입니다. 그들은 ‘맥주를 어떨 때 즐기는지’부터 시작하여 맥주가 필요한 곳,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나가 직접 발로 뛰며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들은 더 부스 맥주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는 ‘라이딩 클럽’도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여러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작한 티셔츠나 텀블러를 제작해 나누어 주는 등 젊은 층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시켜 나가는 일에 주력하였습니다. 이로써 수제 맥주가 가진 특유의 매력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며, 더 부스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즐거운 문화를 찾아나가는 사람들의 상징성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혁신 더하기 혁신, 수제 맥주 문화가 된 더 부스


the booth 만의 트렌디한 수제 맥주들 / 자료: 더부스


  처음의 더 부스는 3명의 공동 창업자가 3~4천만 원씩 모아 자본금 1억 원,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작은 가게였지만,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수제 맥주 그 자체로 더 부스를 떠올릴 만큼 강력한 브랜드 파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더 부스는 창업 4년 만에 직원 90명, 7개의 직영매장, 거래처 400곳을 개척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지난 2015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성공한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벤처캐피털에서 3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였고, 이듬해 매출 86억원의 성과를 올린 후, 2017년 초에는 ‘Equity for The booth’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10억원 규모의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확보와 순환을 탄탄히 굳혀 나갑니다. 당시 이 크라우드 펀딩은 시작 24분 만에 마감되어 더 부스의 시장 반응을 실감케 하였을 정도였습니다. 


 이후에는 ‘더 부스 브루잉컴퍼니’로 변모, 세계에서 가장 큰 수제 맥주 시장인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더부스 캘리포니아 브루어리’를 설립하였고, 맥주를 사랑하는 현지의 애호가들에게도 즉각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은 더 부스가 그저 맛있는 맥주가 아닌, 다양하고 트렌디한 콘셉트의 재미있는 맥주로 친근히 다가가기를 원했습니다. 더 부스로 하여금 수제 맥주의 개성과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도록, 메뉴 개발이나 유통, 브랜딩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아예 수제 맥주 축제 ‘더 비어위크 서울’(The Beer Week Seoul)을 개최하여 수제 맥주의 문화로 거듭났습니다.


 수제 맥주에 대한 소소한 관심과 열정으로 시작한 더 부스, 이제는 수제 맥주의 문화이자 상징이 되었을 만큼, 국내 맥주 시장의 판을 개척해 나간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부스의 사례는 관심과 취미로 시작한 무한한 열정이, 과감한 실행력과 혁신을 거듭하는 BM 진화로 그 자체가 시장과 문화가 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모범 사례가 아닐까요? 또 때로는 지나친 관심과 애정이 객관적 분석의 덫이 되어 비즈니스를 정확히 판단하는 일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점에 유의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만큼 비즈니스 성공의 가장 강력한 핵심 동력은 없지 않을까요?


자료: 더부스


예고 없는 위기

 

 승승장구해온 더부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습니다. 더부스는 2019년 주세법 개편이 더 늦게 도입될 것으로 판단하고, 국내 판교 양조장을 철수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양조장을 인수하였습니다. 장기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긴 것이지요. 그러나 2019년 7월 주세법 개편안이 발표되었고, 올해 1월부터 실시되면서 더부스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개편안으로 인해 국산 캔맥주는 세금이 낮아져 출고가가 낮아졌지만, 수입 맥주회사가 내야하는 세금 부담은 커진 것이지요. 기존 과세 방식은 국산맥주에는 불리하고 수입맥주에게 유리한 구조였지만, 이제 그 이점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맥주시장 / 자료: 머니투데이

 

 설상가상으로 다양한 경쟁자들이 수제맥주 1세대 브랜드인 더부스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비맥주가 국내 양조 브랜드 ‘더핸드앤몰트’를 인수하는 등 기존 대형 맥주회사들까지 수제 맥주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와 같은 경쟁력 있는 수제 브루어리들까지 더부스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최근 더부스는 늘어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내부 갈등까지 빚으며 투자자들에게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의 눈빛을 받고 있습니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왔지만, 더부스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까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더부스만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다려지는 때입니다.

 

기존의 성공 공식은 양면의 동전..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


 스타트업으로 성공 신화의 출발선에 선 창업가들이 경험상의 부족으로 경영의 미숙한 운영을 보이거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오너리스크가 발생하는 일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더부스는 초창기 업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성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급변하는 외부 환경의 흐름을 잘 읽어내지 못해 그 대응에 있어 능동적이지도, 선제적이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안일한 경영 의식으로 더 부스 역사 사상 최대의 난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주세법 개편과 같은 이변 상황에 대한 대응 계획을 예비하지 않았고, 달콤한 성공의 신기루에 휩싸여 헐거워진 윤리 의식으로 일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왜 더 부스가 그러한 ‘문제적 상황’을 겪고 있는지는 좀 더 면밀하고 깊은 분석이 필요하겠습니다만,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기존의 성공 경험을 과신하여 경영 환경을 쇄신하고 혁신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성공 경험은 기업에 있어 마치 동전의 양면에 비유할 수가 있는데요. 그 경험으로 하여금 혁신 역량의 근간을 탄탄히 해나갈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 경험은 외부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지 못하는 관성(inertia)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찍이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공 관성을 경계하였습니다. 


 Statistic Brain Research Institute의 산업별 비즈니스 실패 분석 보고서(Startup Business Failure Rate by Industry) 따르면, 스타트업 경영의 실패 이유에는 7가지 주요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름하여 ‘경영 실패 원인’ 목록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습니다. 


초점 부족

동기 부여, 헌신 및 열정 부족

너무 많은 자부심으로 보거나 듣지 않으려고 함

엉뚱한 사람들로부터 조언 받기

좋은 멘토링 부족

일반 및 도메인별 비즈니스 지식 부족

너무 많은 돈을 너무 빨리 모으기

 

 자, 위 7가지 원인들 중 무엇들이 더 부스의 경영 미숙과 도덕적 해이에 영향을 미쳤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복합적인 이유들로 한가지만 꼽기는 어렵겠지만, ‘3번 너무 많은 자부심으로 보거나 듣지 않으려고 함’ 즉, 성공 경험의 관성이 독으로 작용한 게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맥주에 대한 열정과 기업가 정신으로 출발한 더 부스, 하지만 지금의 더부스는 정말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예비 창업가와 성공한 창업가, 그리고 실패한 창업자 모두에게 교훈을 주는 더부스의 사례를 곱씹어 봐야 할 이유입니다. 



Where?       서울, 경리단길 

When?         2013 년 

What?          맥주 양조와 판매 

Who?           양성후, 김희윤, Daniel Tudol 

Why?            한국의 맥주도 맛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How?         ‘우리 맥주 가게나 해볼까?’라는 생각 하나로 9주만에 창업



REFERENCES


3년새 2배 급성장… 수제맥주에 취한 한국, 머니투데이, 2018/04/12

깊어가는 가을, 다양한 문화 예술과 수제 맥주에 취해볼까, 이투데이, 2018/10/11 

더부스 김희윤 대표, 매일경제, 2017/03/01 

더부스, ‘홀푸드’입점…미국 진출 성과 가시화, ZD넷 코리아, 2018/12/13  

더부스, 10억 규모 크라우드펀딩 ‘24분’만에 마감, KNS뉴스통신, 2017/02/08

더부스도 몰락… 스타 외식업체 경영 ‘도마’, 서울신문, 2020/05/07

더부스의 미국 양조장 인수 ‘헛고생’, 팍스넷뉴스, 2020/02/06

모바일 술 주문 허용···스마트오더 스타트업 커질까, 시사저널, 2020/03/13

미국까지 진출한 더부스, 퇴사자 4대보험 미납 논란, 이코노믹 리뷰, 2020/01/13

세계 맥주 덕후들이 뽑은 한국 1위는 ‘더부스’. 경향신문, 2018/02/12 

소심했던 한의사, 수제 맥주에서 꿈을 찾다, 플래텀, 2017/11/20 

'수제맥주 정신' 지킨다더니...대량생산 나서는 AB인베브, 서울경제, 2018/10/24

Quinn, Robert & Cameron, Kim. (1983). Organizational Life Cycles and Shifting Criteria of Effectiveness: Some Preliminary Evidence. Management Science. 29. 33-51. 10.1287/mnsc.2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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