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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Sep 08. 2020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Amazing Brewing Company 맥주를 사랑한 서울대생의 꿈

취미로 시작한 맥주, 브루어리 시장의 루키로 탄생하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김태경 대표 / 사진: 한국일보

 맥주에 모든 것을 건 남자가 있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Amazing Brewing Company)의 김태경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노스웨스턴 켈로그(Northwestern Kellog) MBA 학위를 받은 전도 유망한 경영학도였습니다. 이후 그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의 서울 지사에서 수 조원 규모의 맥주 기업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담당하기도 하며 억대 연봉을 받는 M&A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꿔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순환 근무 차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맥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던 것이지요.


 맥주로 유명한 벨기에와 독일 두 나라와 맞닿아 있는 네덜란드에서의 생활은 맥주 애호가였던 김태경 대표에게 꿈과 같았습니다. 그는 주말마다 맥주 양조장을 찾아다녔고, 정신을 차려보니 집에서 쉰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득 ‘취미로 시작했던 맥주가 이제 더 이상 취미가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에게 그 순간은 꿈이 현실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한국 최소 규모의 양조장의 설계도가 탄생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맥주에 대한 김태경 대표의 열정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50곳 이상의 해외 브루어리(Brewery)를 여행하면서 ‘비어 투어리스트’(Beer Tourist)라는 책을 출판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 몇 명 없는 국제 공인 맥주 전문가(certified cicerone)로 거듭나기도 했던 것이지요. 이에 더해 평소 블로그를 통해 맥주에 관한 글까지 꾸준히 연재할 정도였으니, 그의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예견된 창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김태경 대표(좌)와 스티븐 박(우) / 사진: 조선일보


 행운의 여신 역시 그의 창업을 응원하고 있었을까요? 심사위원으로서 다양한 맥주 대회에서 활동하던 중, 한 사람과의 운명적인 조우가 그의 창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로 한국의 홈브루잉 대회에서 12번이나 우승한 브루마스터 스티븐 박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죠. 스티븐 박과 함께 김태경 대표는 본격적으로 맥주 연구에 돌입하였고, 오로지 맥주에 대한 사랑으로 뭉친 그들은 김태경 대표의 집 차고에서 맥주를 만들며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또 ‘Brew101’이라는 연구소를 차려서 맥주 연구에 돌입,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30여개의 맥주 레시피를 개발하였습니다. 마침내 그들은 한국에서 최초로 250리터의 홈브루잉을 성공, 본격적으로 양조 시장에 뛰어들어 브루어리를 설립하기로 합니다.


 2016년, 김태경 대표는 드디어 서울 성수동에서 오래된 목조 지붕 건물 아래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오픈하였습니다. 좋은 맥주가 있는 곳엔 좋은 안주도 있어야 하는 법. 그들은 뉴욕 최고의 요리학교인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하고 한국 최초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정식당’에서 일하던 요리사와 협업하며 점점 꿈에 그리던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본점 / 사진: 중앙일보



단순한 펍(Pub)이 아닌, 새로운 맛의 맥주 공장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한국 최소 규모의 브루 하우스를 가진 수제 맥주 양조장입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매장에 무려 30여종 이상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매장에는 30여개 이상의 맥주 탭(Tap)이 설치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입장시 개별로 주어지는 전자 태그 장치를 통해 원하는 맥주를 원하는 양만큼 마실 수 있습니다. 소비자 취향 저격을 제대로 실현해낸 것이지요.


 맥주에 대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 대한 열정은 메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찾기 힘든 고수와 소금향이 베어나는 고제(gose)맥주처럼, 김태경 대표는 제조하는 모든 맥주에 원재료의 맛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주세법 개정에 큰 역할을 한 국회의원의 이름을 딴 맥주를 만드는 등, 기존의 한국 양조장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브랜딩 전략으로 ‘젊은 맥주’의 분위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초창기 홈브루잉 장비보다 약간 큰 규모로 맥주를 제조하던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2019년 4월, 연 500만리터를 생산하는 공장을 이천에 건설하였습니다. 이천 공장의 규모는 국내 수제 맥주 업계에서 5~6위권에 드는 규모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이천 공장에서 대표 맥주 6종을 생산하여 전국에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자체 토종 효모 배양 / 사진: 쿡앤셰프뉴스


 또 작년 11월에는 코리안 에일 프로젝트(KOREAN ALE PROJECT)라는 대형 맥주 실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고유의 토종 효모를 찾자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는데요. 그동안 국내에서 선보인 맥주 대부분의 원료인 맥아, 홉, 효모 등은 수입산인 경우가 많았고, 특히 국산 효모로는 맥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코리안 에일 프로젝트는 그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자 프로젝트였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코리안 에일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한 연구소와 협업, 국내 전통시장을 통하여 2,623종의 토종 효모를 채집했습니다. 그 중 맥주 생산에 적합하고 좋은 맛을 내는 2개의 효모를 선택해 맥주를 생산했는데, 이를 ‘찐한국에일’ 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이며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까지 이끌어 냈지요. 찐한국에일은 새롭고 맛있는 맥주에 대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열정이었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오픈 첫날부터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곳이 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차츰 직영점과 양조장을 늘림과 동시에, 각각의 특징을 가진 맥주 라인업도 확장해 나갔습니다. 한 때 ‘어메이징 익스프레스’라는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규제 상의 이유로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7월 주세법 기본 통칙 개정에 따라 다시 맥주 배달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공유 주방을 활용하여 맥주와 음식을 판매하며, 판로와 고객층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매장 실내 모습 / 사진: 싱글리스트


맥주 문화의 중심에 서서 맥주를 외치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성수동 골목에서 4명이 시작한 작은 맥주 가게였지만, 2016년 10월에는 피플 펀드로부터 1분만에 2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내며 맥주 스타트업으로서 존재감을 조금씩 빛 내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에는 그 가능성을 알아본 실리콘밸리 VC 알토스벤처스와 본엔젤스로부터 투자를 거듭 유치하며 더욱 공격적인 확장세로 돌입하였습니다. 이후 송도, 잠실, 하남 스타필드점을 차례로 오픈하며 급성장 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창업 2년여 만에 자본금 2억 3천만원, 매출액 10억 6천만원, 사원수 50여 명에 달하는 어엿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덕업일치(德業一致)를 보여준 김태경 대표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수요들을 만족시키는 주류 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얘기합니다. 단순히 '비용 최소화와 효율화'만 통해서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탈피하여,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자신이 믿는 길을 끝까지 파고드는 것 또한 성공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메이징 브루잉 아카데미 강의 중인 김태경 대표 / 사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점차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본업인 맥주 제조 및 판매 외에도 맥주 시음 교육, 양조장 투어, 맥주 만들기 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들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요? 바로 동양인의 입맛에 꼭 맞는 수제 맥주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2020년 케그(Keg) 맥주 유통을 확대해, 2023년에는 해외로 진출할 것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과연 설립 초기부터 맥주를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다운 명확하고 뚜렷한 목표입니다.


*덕업일치: 좋아하는 것과 일이 일치한다는 뜻의 신조어



세계적인 맥주로 자리잡기 위한 혁신적 업무 행동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김태경 대표는 단순히 맥주 제조와 판매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젊고 참신한 수제 맥주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맥주 자체에 대한 순수한 열정, 지치지 않는 관심이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의 혁신적인 사고와 실행력 또한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즉, 제품, 서비스, 그리고 작업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개선하는 그의 능력은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창업과 성장에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혁신적 업무 행동(Innovative Work Behavior)은 과연 무엇일까요? De Jong & Hartog(2008)에 따르면, 혁신적 업무 행동은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회의 탐색과 아이디어의 생성(창의성과 관련된 행동)을 포함하며, 개인과 비즈니스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변화를 구현하거나 새로운 지식 적용을 통한 프로세스를 개선에 관한 행동을 일컫습니다. 즉,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생성과 구현에 도움을 주는 광범위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혁신에 대한 단일한 차원의 정의가 있지 않은 만큼, 혁신적 업무 행동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검토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로 아이디어 발굴과 생성에 초점을 둔 창의성과는 달리, 혁신적 업무 행동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채택과 능동적 실천(Scott & Bruce, 1994)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사례는 창업가의 창의성은 물론, 어떤 사안의 잠재적 파급력을 이후의 성과물로 변환하여 그것의 효과까지 구현해 냈다는 측면에서, 기업가의 혁신적 업무 행동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맥주 판로 확장과 다품종 기획을 기반으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 해외로까지 우리 맥주의 참맛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혁신적 업무 행동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어떠한 내일이 그려질까요? 세계적 맥주로 발돋움하여 K-맥주의 붐이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Where?    서울시, 성동구 

When?     2015 년 

What?     한국형 소형 맥주 양조장과 소비자 취향저격 맥주매장

Who?      김태경 

Why?       소비자들에게 한국형 수제 양조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How?      맥주기술자들과 함께 유럽 맥주 양조 시스템을 한국형으로 도입



References 


낮맥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집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싱글리스트, 2017/07/22

맥주가 배부른 술 한국 맥주 맛 없다고 몰라서 하는 말, 중앙일보, 2017/08/04

맥주공장장으로 변신한 컨설턴트, 조선일보, 2020/08/13

맥줏집 2년만에 직원 45명 맥주회사로... 목표는 국내 넘어 해외진출, 한국일보, 2018/04/01

수제맥주 전성시대 현주소와 과제, 식품외식경제, 2018/03/28

'술은 신선식품' 수제맥주판 '마켓컬리' 꿈꾼다, 중앙일보, 2020/07/20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한국 토종 효모로 수제 맥주 만들어, 쿡셰프뉴스, 2019/11/21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이천에 수제맥주 공장, 매일경제, 2019/03/07

억대 연봉 직장보다 수제맥주가 좋았죠, 중앙일보, 2017/03/28

참기름, 수제맥주회사도 스타트업, 전자신문, 2017/06/03

퇴사를 꿈꾸는 어른들, 여기에 모였습니다, 오마이뉴스, 2016/05/18

피플펀드, 성수동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크라우드펀딩 실시, ZD넷 코리아, 2016/10/12

학교 기숙사에서 밤새 술 빚던 특이한 카이스트생, 지금은…, 조선일보, 2018/11/08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서 ‘수제맥주’ 만들어보니, 이데일리, 2017/10/06

De Jong, J. P., & Den Hartog, D. N. (2008). Innovative work behavior: Measurement and validation. EIM Business and Policy Research, 8(1), 1-27.

Scott, S. G., & Bruce, R. A. (1994). Determinants of innovative behavior: A path model of individual innovation in the workpla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7, 5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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