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와 '삼족오' ...길라임의 어깨

'이름'을 잃은 슬픔에 대하여

by big andy


라스베가스 Lynn 호텔로 기억한다. 레스토랑 한쪽 벽면을 다 수놓고 있는 크리스탈로 된 거대한 용이다. 이 호텔은 팽창하는 중국 자본을 뽑아먹기위해 라스베가스에서 유일하게 호텔 인테리어 컨셉 자체를 '중국' 으로 하고 그에 맞춰 기본적으로 붉은색을 바탕으로 중국인들이 신성시하는 용 등의 소품을 활용 내부 전체를 '중국풍'으로

꾸며놓고 있던게 생각닌다.


미르. 용 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러시아 말로는 평화 를 의미한다.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의 평화가 바로 미르 다.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기 전에는 이스라엘 집단농장 키부츠처럼 일종의 촌락 공동체 도 미르 라고 불렀다. 철자는 조금 다르지만 세상, 세계 라는 뜻의 러시아어 발음 엮시 미르 인데서 연유한 것이다.


아들이 하나있다. 용 띠다. 용의 해에 태어나서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용' 이 되라는 다소 거창한 뜻에서 '미르' 라는 이름을 주었다. 엠블랙의 어떤 아이가 미르라는 가명을 쓸때만해도 아리까리 했는데, 확실하다. 본의 아니게 너무 유명해져버렸다.


순실이 언니가 만든 망할 '미르재단'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뭐 하나 하기 위해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법인명을 '미르'라고 할라 했는데 이것도 물건너 갔다. '사단법인 미르'. 예쁘기 그지 없었을 이름이 사기와 겁박,횡령 등의 음습한 이미지만을 떠올리게 하는 무엇이 되고 말았다.


더 웃긴건 미르재단의 로고가 길라임 어깨에 새겨진 용모양에서 따온거 아니냐 하고, 국정원 로고도 이때문에 바뀐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있다.


http://gogota.tistory.com/153


이쯤되면 화도 못내겠다. 애썼다 는 생각밖에.


그런데 미르재단 로고를 보면 꼭 닯은 문양 하나가 떠오른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삼족오다. 다리 세개만 없다 뿐이지 문양의 구도나 특징점, 흐름이나 상징이 거의 흡사하다.



삼족오는 고대 신화에서 태양에 살고 있다는 발 세개 달린 까마귀로, 이름 자체가 '발 세개 까마귀' 다. 태양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태양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 삼족오가 잡아먹고 사는 것은? 바로 용이다.


황허에서 발원한 용의 후손임을 자처했던 중국으로선,

이제 막 중국을 통일한 거칠것 없던 수나라 30만 대군이 쳐들어 왔다가 살수에서 몰살당하고 이천칠백명만 살아돌아간, 그것도 을지문덕의 '수나라장군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 라는 제목의 '여수장우중문시'에서

'너 잘난줄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돌아가' 라는

조롱까지 받고 발끈해 쳐들어갔다가 결딴단

패배와 조롱의 기억이 있는 중국으로선,

중국 역사상 가장 강대했다던 당, 그중에서도 '정관의 치'로 유명한 당 태종이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친정에 나섰지만 양만춘이 지키던 조그만 안시성 하나를 깨지 못하고 "앞으로 고구려는 건들지 말아라"는 유언을

후대 황제들에게 남겼다는 중국으로선,


용을 잡아먹고 산다는 삼족오는 '식겁' 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렇게 고구려 멸망 이후 삼족오는 우리의 역사에서 지워져 갔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반쪽짜리 용이 대신했다. 조선은 발톱 다섯개, '오조룡'은 황제의 문양이라해서 황제의 문양과 같은 문양을 쓸 수 없다며

발톱 네개짜리 '사조룡' 을 왕의 곤룡포에 새겼다.

불구의 용이었다.


유불선 삼도에 통달했다는 아비 최태민의 진전을 이어받았다는 순실양이, '우주의 기운'까지 논하는 순실양이 미르라는 이름과 삼족오라는 상징을 하나의 문양으로 통일시켜 한민족의 기개와 정신을 세계만방에 알리려한 '기특한'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나. 삼족오의 상징과 의미를 잽싸게 가로채간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일본이다. 1대 천황을 태양의 존재로 추어올리며 그 핏줄을 따라 천황에서 천황으로 면면히 이어지는 만세일계의 정통성을 수립한 것이다. 오죽하면 국기를 포함한 거의 모든 주요 상징 문양이 덩그라니 태양 하나일까.



이렇게 일본으로 건너간 삼족오는 지금도 일본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있다. 말 그대로다. '가슴'에 살아있다.

일본 축구국가대표팀 유니폼이다.

가슴팍에 삼족오가 선명하다. 국가대항전이 다 그렇지만, 쟤들은 지들이 태양의 후예(가슴 아프지만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가 아니다), 삼족오의 후예, 일본국의 전사 임을 보란듯이 가슴에 새기고 나서는 것이다.


고구려를 잃고 땅을 잃고 삼족오를 잃고 기개를 잃고

누구 때문에 이제는 미르 라는 이름마저 잃었다.


'나라는 형이요 역사는 혼이다.

나라를 잃을순 있지만 혼을 잃어선 안된다.'


백암 박은식 선생이 한국통사에서 강조한 역사관이자 국가관이다. 선생이 '혼' 이라는 단어가 '비정상'이라는 단어와 묶여 최순실이나 박근혜 같은 자들의 입에서 나왔음을 지하에서 알면 얼마나 기막혀 하실까.


1925년 박은식 선생은 임시정부에서 전횡과 독재, 분열을 일삼던 당시 이승만 임정 초대 대통령을 탄핵!!하고 임정 이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whatever, 그나저나 내가 만들 법인 이름은 도대체 무엇으로 한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기막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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