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과 촛불 ..종북은 어디에나 있다?

촛불집회와 헐리웃 디즈니 애니메이션

by big andy

뮬란. 98년 제작된 헐리웃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뮬란은 디즈니 역사상 백인이 아닌 동양인을 그것도 여성을, 피동적 '공주'가 아닌 주체적 주인공으로 처음으로 내세운 '파격'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이 뮬란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북한을 고무찬양한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즈니는 종북세력이다. 이 모든 혐의는 뮬란 이라는 그 이름에서 연유한다. 뮬란의 한자 이름은 '목란' 이다.



뮬란은 중국 남북조 북위 때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목란사'(木蘭辭)라는 서사시에서 이름과 모티브를 따왔다.


'덜그럭덜그럭 목란이 베를 짜네'로 시작하는 목란사는 화목란 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여자가 늙고 병든 아비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터에 나가 십이년간 전장을 누비며 공을 세우고 금의환향해 살아서 아비 곁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삼백자 조금 넘는 문장에 한 여인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을 눈앞에 그린듯 표현하고 있다.


지금도 화목란전기 처럼 중화권 TV에선 드라마 단골 소재로 즐겨 쓰이고, 중국 각지엔 목란을 기리는 사당들까지 꽤 곳곳에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목란사 도입부

http://www.yetgle.com/2hansisesa0096.htm

지은이가 전해지지 않고 민가 형태로 전해진 점이나, 황제를 '가한', 즉 칸 이라고 지칭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뮬란은 북방 유목민족의 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디즈니가 '이천년 전의 신화가 다시 깨어난다' 로 뮬란 포스터 카피를 붙인 것도 목란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음을 장사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뮬란은 실제 꽃나무 이름이기도 하다.

Magnolia sieboldii 라는 학명을 가진 '함박꽃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산에서 피는 목련이라는 뜻에서 '산목련' 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목련이나 모란과는 엄연히 전혀 다른 종이다.


함박꽃나무 꽃

만개한 꽃잎은 단정하니 상큼하고 꼭 움츠린 하얀 봉우리는 너무도 수줍다. 함박꽃나무의 꽃말도 그대로 '수줍음' 이다.


그런데 이 함박꽃나무를 나라꽃, 국화로 쓰는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와 정말 '가깝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전략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일성이 함박꽃나무를 처음 본건 1920년대 중학생 때 황해도 정방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처음 봤다한다. 이후 정적들을 모두 숙청하고 일인 독재체제를 확고히 수립한 1964년 5월과 8월 정방산을 찿았다가 우연히 함박꽃나무가 핀 것을 다시 보고 그 아름다움을 극찬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무에 아름다운 난이 피어난거 같다'하여, '친히' 목란 이라는 이름까지 '하사 하시었다' 한다.


함박꽃나무를 목란(중국 발음으로는 무란, '헐리웃' 발음으로는 뮬란) 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목란은, 뮬란은 북한의 국화가 되었다. 1972년 제정된 북한 최고훈장인 김일성 대훈장 문양에 이미 목란이 쓰였을 정도라 하니 북한의 '국가꽃' 이자 '국민꽃' 임에는 틀림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디즈니가 뮬란 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포스터에 목란 이라는 한자가 뚜렷이 새겨진걸 보고 뮬란이 목란꽃을 머리에 꼽고 있는걸 보고,


'이거 뭐야, 디즈니가 북한을 고무찬양 하는 거야, 아니 어떻게 북한 국화를 저렇게 예쁘게 긍정적으로 그렸지, 디즈니 영화사 직원 가운데 종북세력이나 빨갱이가 있나, 북한이 자신들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월스트리트 와 함께 자본주의의 상징 중의 상징인 헐리웃에 간첩을 침투시켰나, 아니면 하다못해 조총련 인사라도 들어간 걸까.. .' 하는 등등의 되도 않는 생각을 하며 영화관에서 혼자 빵 터졌던 기억이 선명하다.


실제 뮬란이 극중 '여자' 로서 정체성을 보이는 장면들에서 뮬란의 머리에 꽂혀있던 꽃은 목란, 그러니까 함박꽃나무 꽃으로 추정되고 배경 나무도 함박꽃나무로 보이는데, 이는 목란(뮬란)이 갑옷을 벗고 목란을 통해 여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았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혼자서, '디즈니가 북한 고무찬양?'이러며 낄낄 댔지만, 한국에선 사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귀에걸면 귀거리인 국가보안법 고무찬양죄 조항 때문이다.


북한의 국화를 주인공으로 예쁜꽃 좋은꽃으로 그려 결과적으로 북한을 고무찬양한거 아니냐 고 정보부 직원이 윽박지르면 아무리 억울하고 황당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방갈 수밖에 없었던 게 불과 이십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 숱하게 일어났던 현실이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 국화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 아니었냐 하면 간단히 이적행위죄가 추가 되고, 이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북한 사람이라도 만나거나 연락이라도 취했다 치면 또 간단히 간첩죄가 추가된다.


이런 '무시무시한' 법을 떠올리면서 뮬란 영화관에서 혼자 빵 터졌던 이유는, 일단 애니를 만든게 헐리웃 디즈니고, DJ 정부가 들어서며 그런 코에걸면 코거리식으로 국보법을 남용하는 일은 과거의 유산이 됐겠거니 막연히 치부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실소' 였던 것이다.


실제 디제이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들은 거의 사문화 됐고, 간첩을 '만들어' 내던 시절이 다시 올거라고는 꿈에서도 상상도 못했다.그런데 어떻게 된게 이게 다시 '웃을수 많은 없는 일'이 되버렸다.


류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서 보듯 국정원이 없는 증거를 조작해 버젓이 다시 간첩을 만들어 내고, 과장을 좀 보태면, 지금 뮬란을 cj가 만들었다면 국가보안법 고무찬양이나 이적행위로 제작자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림사건 변호를 소재로 한 '변호인' 이나 위정자들의 위선을 준열하게 꾸짖는 '광해'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미운털을 박아 모든 법 조항 가운데 가장 우위에 있는, 약도 없는 '괘씸죄' 를 적용해 cj 팔목을 비틀어 부회장을 내쫒고 '국제시장' 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나 만들게 하고(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연기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 단지 그 제작 의도와 배경ㅡ.ㅡ), 그 와중에 박근혜와 최순실의 따까리 일당들은 있는삥 없는삥 다 뜯어 내고.


정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 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런데 아직도 촛불집회와 종북을 연관시켜 촛불집회에 종북세력이 있다거나, 촛불집회는 이적행위 라든가,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 따위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일부나마 있는걸 보니 아연실색하는 정도를 넘어 정말 소름이 돋는다.


더 놀랄 일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정호성 녹음파일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 '십초만 공개해도... ' 운운하며 청와대와 박근혜, 야당과 특검, 촛불민심 사이에서 간을 보고 있는 검찰이 역겹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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