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의 웃음과 쿵푸팬더..운명과 해명

jtbc '비신사적 편집'이라는...

by big andy

술자리에서의 그는 유쾌했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얘기다.


2008년 어느날, 김대중 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현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과의 술자리였다.


무슨 재판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박 의원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얼마 뒤 마련된 술자리로 기억한다.


박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고 정권이 바뀌니까 검찰이 자신을 '털기' 시작하는데

본인이 다녔던 술집, 밥집까지 다 뒤지고 다니더라" 하면서 씁쓸한 소회를 털어놨다.


당시 술자리엔 박 의원과 열명 남짓한 기자들이 있었는데 민경욱 당시 KBS 기자가 좀 '느닷없이'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성냥개비인가로 뭔가를 했던 것 같은데

무슨 마술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신기'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반응이 좋자 민경욱 기자는 두어가지 마술을 더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그때가 민경욱 기자와는 처음이자 마지막 술자리였다.


'재미있는 양반이네' 속으로 생각하며 술을 깨작깨작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 '민경욱의 마술'을 다시본건 작년 12월 중순 쯤이었다. 무슨 종편의 인터뷰 프로그램이었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자막이 눈길을 확 사로 잡았다.


종편에 '전격 출연' 해서 '이제는' 뭘 '말할 수' 있는지,

뭘 말하려는지 지켜봤더니, 역시 일단 '마술' 부터 했다.


남자 앵커의 왼 손바닥에 미리 '준비'해 온 빨간 루즈를 칠한 뒤 양 주먹을 쥐게 한 뒤 이리저리 주먹을 부딪치게 하면서 '수리수리마수리'도 양념처럼 집어 넣었더니,


거짓말처럼 왼 손바닥에 있던 루즈 자국이 오른 손바닥으로 옮겨져 있었다.


2008년 어느날 술자리에서처럼 '신기' 했다. '여전히 재미있는 양반이네'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민 전 대변인은 신기해 하는 앵커들에게 "카투사 시절

미군 병장이 마술을 보여 줬는데 (비법을) 터득했다"며

"그 이후 계속 써먹었다"고 했다.


"마술은 사람들간의 장벽, 마음의 장벽을 한번에 허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공연"이라는 것이 민 전 대변인의 마술에 대한 '철학'이었다.


마술로 분위기를 잡은 민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간 '비화'도 소개했다.


지금와 생각하면, 최순실 이라는 존재를 대입하면

'소름'이 쫙 돋는 얘기다.



어느날 김기춘 당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용건은 '한번 만나자' 였다.


"뭣때문인지는 몰랐"지만 만났다고 했다. 만났더니

김 실장이 자신에게 "대변인 하라"고 "집요한 설득"을 했다고 한다.


"무의식 속에 있는 애국심을 끄집어 냈다."


김 실장과의 그날 만남에 대한 민 전 대변인의 소회다.


그렇게 '애국심이 끄집어 내진' 민경욱 기자는

공영방송 KBS의 메인뉴스 앵커 자리에서 내려온지

몇 달도 안돼, KBS 보도국 보직부장 신분에서

바로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장'을 바꿨다.


민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운명' 같은 거 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방송 잘 하고 있는 사람 이쪽으로 빼와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며

"그러나 그게 당신의 운명이다"고 했다고 한다.


"민 기자의 운명 속에는 정치를 할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민 전 대변인은 "저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당시엔 문득 헐리우드 만화영화 '쿵푸팬더' 가 떠올랐다.

"네 안의 영웅을 깨워라!'


거북이 대사부 '우그웨이'가 제 한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뚱보 팬더 '포'가 '용의 전사'가 될 '운명'임을 한번에 알아본 것처럼,


김 전 실장도 민 전 대변인이 정치를 할 '운명' 임을

단박에 알아 본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김 실장이

"민경욱 안의 애국심을 꺼냈구나'.

민경욱은 그렇게 애국심이 꺼내어 졌구나. 하는 생각.


채널A가 왜 인터뷰 제목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한 것인지 조금 이해가 됐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을 기초하는데 일조한 '잘나가는' 검사이자 '간첩' 잡는데 앞장섰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만 알았던 김 전 실장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운명'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신기(神氣)'까지 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반만 맞았다.


'무의식, 애국심,운명... '..

이 모든 단어들의 '기운' 이 가리키고 있는 지점은,

신기의 주인공은 김기춘이 아니었다.


'순실선녀'님 이었던 것이다.

기춘대군은 그저 순실선녀의 메신저에 불과했던 것이다.


복사꽃 휘날리는 하늘엔 별 가득한 밤.


뚱보 팬더 포가 '용의 전사'가 될 운명임을 알아 보았던 우그웨이는 포에게 "너의 운명을 따라가라(follow your destiny)"는 말을 남기고,


점점 꽃잎이 되어 하늘로 우화등선(羽化登仙) 한다


KBS 기자에서 워싱턴 특파원으로, 메인뉴스 앵커로, 청와대 대변인으로.


'운명'을 따라 '꽃길'을 밟아가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민 전 대변인은 20대 총선에 인천 연수구에서

한사람 한사람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좋은 운명이다. 그 좋은 운명을 타고난 민경욱 의원이

요 며칠 무척 곤혹스러운듯 하다. 세월호 브리핑을 하면서 파안대소 하는 화면이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공개됐다.


http://m.joongboo.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124011#cb

민경욱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블로그를 통해

'NG컷' 이라며 '비신사적 편집'이라고 이를 최초보도한 jtbc를 강하게 성토한 모양이다.


ng컷 은 맞을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생떼같은 아이들이

수장당하고 있는 순간에,

'세월호 난리났다'며 저처럼 환하게 웃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ng컷에도 정도가 있다. 무슨 날씨 리포트나 고속도로 교통상황 중계차, 6시 내고향도 아니고 사람이, 아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에,


날아가는 새 똥꾸멍을 봤어도 저리 천진난만하게 웃을순

없는 것이다.


하여 합리적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정의 최종이자

종합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 사태에 대해

아는게 아무 것도 없는게 아니었냐는.


대통령은 7시간 어디가 있는지도 모르다 나타나서는 뜬금없이 '아니,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데

학생들을 발견하는게 그렇게 어렵나요' 라는 헛소리나

삘삘 해대고,


청와대 대변인 이라는 자는 세월호 침몰 상황을

'세월호 난리났다'고, 무슨 호떡집에 불난 정도로 시시덕거리며 낄낄대고 있고.


니들 뭐냐. 뭐 한거냐.



"공영방송의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 의식을 저버린 상식 밖의 일이다"


민 전 '기자'가 KBS 9시뉴스 앵커자리에서 내려온지 몇 달도 안돼 보도국 보직부장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할 당시 언론노조 KBS 본부가 낸 성명서의 일부다.


kbs 기자들의 평가는 너무 후했다.


'공영방송의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이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 도 '상식' 도 없는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 뿐이다.


문득 든 궁금함은, '민경욱의 웃음'이 그때에도, 나중에도

왜 어떤 매체에서도 가십성이라도

지금까지 전혀 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설마.. 그때 그자리 청와대 출입기자님들도 같이 웃진 않았겠지, 무슨 얼마나 웃긴 ng컷 상황인줄은 몰라도, 그러진 않았을 것이라 믿을 밖에.


암튼 민 전 대변인은 jtbc의 비신사적 편집 이라며 무자게 '억울' 해 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정도 '억울함' 쯤은 비교조차 안되는 사람들이

이 나라엔 적어도, 그날 하루에만, 민경욱 당신이 쳐 웃고 있던 바로 그 시간에,


304 명. 아무 죄없는 금쪽같은 새끼들을, 아빠를,

남편이자 아내를 차디찬 바닷속에 수장시키고도,


그래도 살겠다고, 숟가락 들고 밥먹는걸 죄송스러워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기막힌 일을

겪으면서도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면... 당신의 '억울함' 쯤은 '견디셔'라고 할 밖에.

downloadfile-18.jpg


downloadfile-15.jpg 세월호 당일 저리도 밝게 웃었던 박근혜 정권은 그 1년 뒤 같은날, 진실을 밝히라는 추모제 참가자들에게 '불법 시위대'라며 최루액을 난사했다.


숫자 1 이 남아 있는 저 핸드폰... 아빠의 마지막 문자들을

읽지 못한 아들..저 아빠는 어찌 살아갈까...


새벽 5시...술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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