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희의 하나님과 사탄

이교도와 빨갱이...블러드 메리

by big andy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가수 윤복희 씨가 자신의 sns에 사랑하는 내 나라가 빨갱이 사탄의 세력들에 의해 결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도의 글을 올렸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를 지칭한거 아니냐며 난리다.

학교 다닐 때 억울한 일 한두번 안겪어본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어디 있겠냐만 지금도 억울한건,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권리장전 인가를 탄생시킨 영국 '명예혁명'을 '무혈혁명' 으로 배웠다는 거다.


런던의 귀족들이 카톨릭인 제임스 2세가 지들 권리 제한하려하자 아빠 뒷통수 치려하는 신교 믿는 딸년(메리 공주)과 작짜꿍해서 네덜란드인가 어디선가 메리 공주 서방을 데려와 제임스 2세 제끼고 왕으로 세운,


한마디로 딸과 사위가 귀족들 등에 업고 또는 업혀서 아빠와 장인 홀딱 벗겨먹은, 그리고 메리는 귀족들한테 뒤통수 맞고 아빠가 갖고 있던거 다 털리는,


사랑과 전쟁은 저리 가라할 막장 드라마가 명예혁명이다.


이후엔 알려졌다시피, 두 세력간의 충돌은 제임스2세가 프랑스로 도망가는 것으로 끝났고, 왕을 끌어내린 '혁명'에 성공한 귀족들이 메리와 그 서방에게,


'너네, 누구 덕에 왕된지 알지. 니들, 니들 아버지처럼 하면 안돼. 안하겠다고 각서 써' 해서 나온 게 권리장전 이고.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아무 실권없는 허수아비 왕을 저렇게 그럴싸하게 포장해내는 말기술이 놀랍지만,


암튼 아빠 등쳐서 팔자좀 펴볼라 했던 메리가 써준

저 각서로, 영국식 의회 민주주의의 전통과 법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수립됐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다시 '무혈'로 돌아가면, 이 과정에 카톨릭을 믿는, 특히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숱한 민초들이 죽어 나갔고,


'재커바이트'라 불리는 제임스 2세 지지자들은 이후로도 '반란의 무리'로 두고두고 피를 뿌렸고,


개인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섹시했던 배우라고 생각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의 소재가 됐던 영 연방에서 북아일랜드 분리독립을 요구했던 아일랜드공화국군 IRA 로 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피와 저항의 유전자를 남겼는데.


흘리지 않은 것은 왕족과 귀족들의 피였지, 민중의 것은 아니었다. 뭐가 무혈인가.



빨갱이 사탄 운운하는 윤복희 씨의 sns 글을 보고 불현듯

권리장전을 탄생시킨 메리와 영국 여왕이었던 또다른 메리, 두 명의 메리가 떠올랐다


명예혁명의 메리 공주와는 다른, 또다른 메리는 그보다

한 백 몇십년 일찍 태어나 튜더 왕조의 계승자로 아버지 헨리 8세의 뒤를 이어 한 5년 정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왕국 여왕으로 영국을 통치했다.


카톨릭을 믿었던 그녀는 이 기간 교회와 하나님의 이름으로 수많은 신교도와 성공회교도들을 탄압하고 학살해 '피의 메리, 블러드 메리' 라는 별명을 얻었다.


신의 뜻에 따른다고, 하나님의 뜻에 따른다고 다 선의이고 선량한건 아닐 것이다. 반대로 인간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야만적인 행위들은 종종, 대게, '신의 이름' 으로 자행됐다.


윤복희 씨의 글에선 두 메리가 다 겹쳐졌다.

무지한 메리와 피의 메리.


반어적 의미나 희화화의 대상으로서 '빨갱이' 가 아니라, 아직도 정색을 하고 빨갱이 사탄 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음에, 무지함과 섬뜩함이 동시에 든다.


촛불집회 참가 시민 중엔 윤복희 씨처럼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윤복희 씨가 믿는 하나님과, 촛불집회에 아이들 데리고 나간 그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들이 믿는 하나님은 다른 하나님인가.


윤복희 씨는 촛불을 지칭한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기도해준 '억울한 분들' 은 누구이며,

그렇게나 날뛰고 있다는 빨갱이 사탄의 세력들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면상좀 보고싶다.

알면 좀 가르쳐 주시라.


하긴 일개 철지난 가수의 sns글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거 자체가 '혼이 비정상' 인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날들을 잊으라니요. 지나간 날들을 잊으라니요. 사랑이 무슨 장난인가요.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하나요.

마음 속의 눈물을 보아야 하나요.

사랑한다 말을 마오. 유행가 가산줄 아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 봅니까~!'


하고 울부짖듯 노래를 부를 때,


그 목소리를 따라 같이 가슴이 찢어지게 만들었던,

그 윤복희는 이제 없다.


노래는 남았는데 사람은 잃었다.


이것도 박근혜와 최순실 탓이라고 치부책에 남겨 놓으려다, 박근혜와 순siri가 '윤복희가 똥볼찬게 내 탓이냐. 내가 빌리지도 않은 돈, 보증 선 돈도 아닌데 왜 내 빚으로 남기느냐' 하면 할 말이 없을 거 같아 그냥 잊기로 한다.


안그래도 부아가 나고 안그래도 신산한데 창밖으로 부는 바람소리가 참 스산하다. 이래저래 술을 부른다.


보드카는 있지만 블러드 메리 칵테일 만들 재주는 없으니 그냥 보드카나 한 반병 까야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