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사에 모욕감..박영수 특검에 sns 공개 구직
황운하 경찰대학교 교수부장이 박영수 특검에 sns로
'공개 구직'을 신청했다. 엮시 특이한 양반이다.
황운하 부장의 계급은 경무관이다. 군대로 치면 원스타 정도에 해당한다.
10만 명 넘는 직업경찰 가운데 30 명 조금 넘는다.
육사나 해사, 공사 나와서 별 다는 거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좁은 관문이다.
그럼에도 '출세했다'고 보긴 뭣하다.
일년 후배인 경찰대 2기 강신명이 1기들을 다 제끼고
경찰대 출신 경찰총수 1호로 이미 2년 임기를 다 채우고 나갔고,
같은 1기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일치감치 경기청장, 치안정감까지 하고 정치권에 투신, 벌써 재선 의원이다.
경찰대 2기인 박종준은 경찰청장과 같은 차관급인
청와대 경호처장을 역임하고 새누리당 공천으로 20대 총선 세종에서 출마했지만 이해찬 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아깝게' 떨어졌다.
그러니 황운하 경무관을 '출세했다'고 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경무관까지도 못가고 총경에서 그친 1기들이 수두룩한걸 생각하면 또 '망했다'고 하기도 뭣하다.
흔히 경무관을 '경찰의 별'에 비유하지만 실제 경찰 직급을 검사나 군인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된다.
군대로 치면 일선 연대장 정도인 경찰서장 계급은 작은 무궁화 4개 총경이다,
이 총경 직급이 4급 서기관에 불과한 반면
군인은, 연대장은 커녕 대대장도 안되는 소령 직급이 총경에 해당하는 4급 서기관이다.
별 하나 준장이 1급 관리관인 반면 경찰의 별이라는
경무관은 3급 이사관, 중령 직급 정도 밖에는 안된다.
직급으로는 두 직급 차이지만 고위 공무원에게
3급과 1급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직급이 4급 서기관에 불과한 총경부터 경찰청장이 추천하면 행자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반면 군인은 관례적으로 대령까지는 각군 참모총장이 임명하고, 별을 달아야 국방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묘한 부조화. 이는 정권 유지 도구로서 경찰의 어두운 역사와 맞닿아 있지만,
암튼, 경찰청 수사국장 계급은 경무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치안감이다.
10만 경찰을 통틀어 스무명 남짓 정도 밖에는 안된다.
그리고 통상 치안감 이상 인사는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와 '교감' 하에 이뤄진다.
근데 촛불 탄핵 국면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해 배경과 의도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물론 민정수석실이 마비된 상태에서 인사가 단행된데다,
친박핵심 서병수 부산시장의 동생인 서범수가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막판 보은인사, 자리 챙기기 인사라는 논란을 키웠다.
이 논란의 인사에서 황운하 경무관은 물을 먹은 모양이다.
그리고 얼마전 자신의 sns에 공개 구직장을 냈다.
잘 알려졌다시피 황운하 경무관은 경찰대 1기로 경찰 수사권 독립의 '기수' 같은 존재다.
용산경찰서 형사과장 할 때는 수사지휘검사의 전화 지시를 문서로 법대로 하라고 거부하는 등
검찰과 들이받기도 많이 들이 받았고,
이때문에 경찰 내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망과는 별개로,
'너무 크는 걸' 껄끄러워 한 '어떤' 사람들이나 세력에 의해 인사와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하는 등 평탄치 않은 경찰 생활을 보냈다.
경찰대 일년 후배이지만 경찰 총수였던 강신명 청장을 향해 '정권 눈치나 보며 자리보전, 퇴임 이후 다음 자리 눈치나 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좌고우면 안하는 그 자신의 캐릭터도 이런 평탄치 않은 경찰 생활에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본인이 sns에서 밝힌 '좌절과 분노' 는 아마 그런 것들의 종합일 것이다.
그래도, 그래서 경찰청 '수사국장'이 되기 위해 조직 내에서 이를 악물고 버티고 남았는데,
정권 입김이 들어올 여지가 없었던,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던 이번 인사에 나름 기대를 했던 모양인데,
결과적으로 또 물을 먹어 상실감과 참담함이 상당한 모양이다.
그래서 박근혜 특검에 공개 구인장을 보냈는데,
이건 정말 순진한 건지 뭔지 모르겠다.
박영수 특검은 검사, 그것도 대검 중수부장 출신이다.
뼛속부터 그냥 '검사' 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일개' 경찰이,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검찰 개혁을 위해, 그동안 개판쳐왔던 '전현직 검찰을 수사' 하겠다는데,
'그래 너 와라' 하고 본인을 특검에 부를 거라 생각하고
저런 '공개 구직'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면, 그런데 그 사람이 바보나
아무 생각없는 사람이 아니면, 배경과 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선의로 보면 검찰이 깨바가지로 욕 먹고 있는 시점에,
박근혜 특검이라는 전 국민적 괸심사에 숟가락 좀 얹어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를 어떻게든 이슈화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다음 인사나, 아니면 정치권에 '여기 나 있다'고
포석을 던져놓은 것일 수도 있고,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그게 뭐든 암튼 개인적으론 황운하 경무관을 응원한다.
그의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의지가 조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거 같지 않고,
무엇보다 선출된 권력도 아니면서 통제받지도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쌍칼을 들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유일한 대안이
검경 수사권 분리, 경찰 수사권 독립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본인 말씀대로 작게는 박근혜 게이트 진상규명, 나아가 수사구조개혁 검찰개혁을 위해,
경찰청 수사국장이든 특검이든 정치권이든
꼭 '구직'에 성공해 소망하는 바를 이루시길 진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