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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발표..'대통령이 시켜서' 라고?

시키면 다하나..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악의 평범성

by big andy

바야흐로 '배신의 계절'이다. 안종범, 김기춘 등 언필칭 청와대 수석이라는 자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자도 다 '대통령이 시켜서', '대통령 지시로..'.


왠 반무당 아줌마 만나 해처먹을거 다 해처먹고 한세상

좋은 시절 보낸 차은택, 고영태, 장시호도 이제와 '최순실이 시켜서' '이모가 시켜서'. 가관이다.


오늘 오후에 최순실 사태 검찰수사결과발표가 있다고 하는데,


특검으로 넘어가고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하면 일년이라도 빵살이 줄이려면 이런 양태는 도를 더할 것이다.


수석은 '난 몰라요.' '대통령이 시켜서', 그밑의 공무원이든 누구든은 '수석이 시켜서'... 이런식으로 '시켜서' 의 피라미드를 이룰 것이다.


민간인들은 민간인들대로 '최순실이 시켜서..' 가 아래로 퍼지는 '시켜서'의 피라미드를 이룰 것이다.


재벌들은 '시키는데 어떡하냐' 고 읍소하는, 피해자 코스프레의 피라미드를 이룰 것이다.


피라미드와 피라미드, 피라미드.. 나라가 무슨

다단계도 아니고ㅡ.ㅡ


http://m.newsway.co.kr/view.php?tp=1&ud=2016120713411047116


대통령이든 누구든 '시켜서' 가 저들이 저지른 작태에 대한 그 어떤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독일인이 있었다.나찌 독일 히틀러의 국민이자 군인이었다.


나찌 친위대 유대인과 과장으로 그는

유대인 말살이라는 총통 지도자 각하의 명령과 지시를

한치의 어긋남 없이 수행하기 위해,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들을 잡아내 아우슈비치 등으로

일사분란하게 '수송' 한다.

나치 친위대 장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 모자의 저 '해골'을 보라.


독일 패전 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숨어살다 1960년, 이스라엘 모사드에 체포된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으로 압송돼 전범 재판을 받는다.


그는 재판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한다.


나는 살인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나는 유대인을 기차에 태워 지정된 장소로 이송한 것 뿐이다.

시키는 것을 수행한 것 뿐이다.


하긴, 사람 태워서 수송한 게 무어 큰 문제이겠는가.


문제는 그 수송 목적지가 수용소라는 거, 사람들 개스실에서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지어진 살인 수용소 라는 거다.


이 재판 과정을 지켜본 그 자신 독일 태생의 유대인인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아이히만의 '죄'를 밝힌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바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나치즘의 광기로든 뭐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 뿐이다."


한마디로 '시킨다고 아무 생각없이 한' 바로 그게

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렌트는 하이히만에 대해,


"그는 어떠한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도 아니다. 그는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것 뿐이다." 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히만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결과는, 그가 '근면'하게 자신의 과제를 수행한 결과는,


수백만 유대인의 죄없는 죽음이었다.


여기서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 이라는 개념을 성찰해 낸다.


유대인 기차에 태워 아우슈비츠로 수송하는 기관사나, 수용소 기계실 의자에 앉아 '단지'가스 분사 버튼을 누르는

기술자들의 '평범한 일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뇌 없는 자'의 시킴을 따른 죄


그래서 안종범이든 김종이든 차은택이든 누구든, 대통령이든 최순실이든 누가 시켰든 '시켜서' 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근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 는 아렌트의 저 말이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자들에게 적용되야 겠지만,


묘하게 한 사람을 콕 찝어서 한 말 같다.

촛불로 탄핵받고 '비자발적 실업자' 되신 그 분 말이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했는데 뭐..


아렌트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붙이면 '전체주의의 기원'

이라는 책에서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때, 그것은 처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악이 된다.”


미르 재단이든 케이스포츠든 정유라의 이대입학이든 등등등 애초 눈꼽만치라도 가능했겠는가.


최순실과 박근혜, 기타 떨거지들 연루자들. 이들로

이득을 본 자들.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재벌 포함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때, 그것은 처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악이 된다.”


권력 쥐고 온갖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했을 땐 '처벌할 수' 없었겠지만 더이상은 아니다.


나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


아렌트는 당시엔 몰랐지만, 아이히만은 단순히 근면하게 자기 일을 한 자가 아니었다.


그는 수송한 유대인들을 빨리빨리 '처리'하라고 독려한 적극적 학살 수행자였다. 유대인 학살 총책임자였던 하인리히 뭘러가 이제 그만하자 했는데도 저혼자 미친듯이 학살 행위를 멈추지 않은 광기까지 부린 자이다.


아이히만은 재판에서 어떻게든 살아 남아 보려고 '평범하고 근면한 공무원' 코스프레를 한 것 뿐이다.


나는 몰라요. 대통령이 시켜서...를 핑계라고 대고 있는 청와대 인사나 행정부 고위 관료의 얼굴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 자꾸만 진하게 겹쳐진다.


아이히만은 1962년 교수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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