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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andy Jan 08. 2017

타이타닉의 바이올린과 세월호 1000일

'구조'된게 아니라 '탈출'한 거라는 아이들..

월리엄 헨리 하틀리. 빙산과 충돌해 배에 구멍이 뚫려 침몰한 타이타닉 호의 악단 단장이다.


쏟아져 들이치는 바닷물과 기울어 가라앉는 배.

구명정에 서로 먼저 오르기 위한 승객들의 아비규환.


타이타닉호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 아비규환의 타이타닉 갑판에 느닷없이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울리기 시작한다.


'내 주를 가까이' 를 시작으로 타이타닉  호의 악단 연주는 세 시간 넘게 타이타닉 호를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울린다.


아수라를 방불케 했던 승객들은 안정을 되찾고 여자와 아이 먼저, 질서있게 탈출한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구명정.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북대서양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들의 연주는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질서와 안정을,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마지막 안식과 위안을 주며 , 죽음에의 공포를 어루만져준다.

 

세상의 어떤 연주자도 하지 못한 연주.


월리암은 그렇게 자신의 죽음으로 세상의 어떤 연주자도 하지 못한 연주를

자신의 마지막 연주로 세상에 남긴다.


그리고 북대서양을 떠돌던 월리암의 시신은

타이타닉 침몰 열흘 뒤  발견된다.


발견 당시, 월리암의 바이올린도 월리엄과 함께

발견된다.


월리엄의 바이올린은 가지런히  가죽 가방에 담겨

가방채 밧줄로

월리엄 몸에 꽁꽁 묶여 있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죽어서도


월리암과 운명을 함께 한 월리엄의 바이올린.


가죽 가방 케이스엔 W. H. H. 월리엄 헨리 하틀리 라는 그의 이름 이니셜이 새겨 있었고,


바이올린엔,


월리암에게


우리의 약혼을 기념하며


마리아가


라는 문구가 새겨진 태그가 붙어 있었다.

영국 시골 다락방에서 발견되 느닷없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월리암의 바이올린. 황금색 삼각형 동판에 '월리암에게 우리의 약혼을 기념하며 마리아가' 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가라앉는 배위에서 마지막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고

죽는 순간에도 몸에서 떠나보내지 않은 바이올린.


그 바이올린은 타이타닉이 출항하기 며칠 전 마리아 라는 이름을 가진 약혼녀가 건넨,  


약혼 선물이었던 것이다.


진품이 아닌 이탈리아 명품 바이올린의 모조품을 선물하며 미안해 하는 마리아에게 월리암은,


'당신과 나의 이름이 새겨진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바이올린' 이라며

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약속은 슬프게 지켜졌고, 연주자를 잃은 바이올린은 마리아에게 돌아간다.


월리암의 나이 '겨우' 서른세살.


살 날이 더 많이 남았던 창창한 마리아는 그러나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바이올린과 함께 평생을 홀로 살다  생을 마친다.


마리아의 죽음이후 이후 칠십년간 종적이 묘연했던 월리암과 마리아의 바이올린은 지난 2006년,


영국 시골의 한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 경매에 나오게 되면서 그 사연이 다시 세상에 회자된다.


두줄이 끊어져 현이 두줄만 남은

낡고 상처난 바이올린.


연주도 할 수 없는, 명품을 모조한 이 '모조품' 바이올린은 그러나 물경 15억원에 낙찰된다.

명품 진품 가격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소소해보이고 별거아닌 물건에도, 사연과 감정이

담기면 액면이야 어쨌든 그거는 본인에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무엇이 된다.


크든작든 누구나 '월리스와  마리아의 바이올린' 같은 게 있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의 권세와 부귀를

가져다주진 못해도,

나중에 미한해 하고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


지나고 나면 언제나 지난 그때가 제일 아숴워지고 소중해진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돌아갈 수 없으니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언제나 늦다.


입이 쓰다.

미국에선 16살을 sweet sixteen 이라고  표현하는 모양이다. 모든게 달콤할 나이여서 그런가?


연유야 몰라도 '중2병' 같은 험악한 표현보단 어쨌든 한결 낫다.


아이가 '꿈나라 귀신'을 기억 못한다.


어렸을 때 침대에 누워 재우는데 아이가 계속 장난치고 잠 잘 생각을 안하면,


'아이가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잠을 안자면  

꿈나라 귀신이 와서 아이를 잡아간다'고 겁을 주고,


침대를 퉁퉁 치며 '꿈나라 귀신 왔나보다' 하면  미동도 안하고 자는 체를 하다 스르르 잠이 들곤 했는데,


그 꿈나라 귀신을  기억 못한다.


하긴 세월이 흘렀으니..


나는 나이 들고 아이는 커간다.


세월이 무상하다. 아직 세월무상을 말할만큼 그만큼엔 근처도 안갔는데..


지난 7일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란 이름의 세월호 1000일 촛불집회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자신들은 구조된 게 아니고 탈출한 거' 라며,


'가만히 있으라' 는 말을 믿고 가만히 있다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떠올리며 펑펑 울었다

한다.


차가운 바다속에서 혹은 횡횡한 바다를 떠돌다 하나둘씩 엄마아빠의 품으로 돌아왔을 아이들의 유품들,


유품.. 너무도 서러운 두 글자.


수많은 사연과 아픔을 머금게 된

꽃다운 아이들의  

이제는 주인을 잃은 그 수많은 '바이올린' 들.


그럼에도 박근혜 탄핵 변호인단은 세월호 관련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는, 직접 책임을 물을 일을 한게 뭐가 있냐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구조된게 아니고 탈출한거. 라는 아이들의 발언은

그래서 나온 듯하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면,


그럼 내 친구들은 왜 죽은 거냐고,

'말 잘들은 죄'밖에 없는 내 친구들은 도대체

왜 죽은 거냐고, 누구 책임이냐고,


가슴이 튿어지는 눈물로 묻고 있는 것이다.


자식을 바다에 묻고 1000일이라...


내가 아이에 가진 미안함과 애틋함이야

세월호 엄마아빠의 그것의 천만분의 일이나

되겠냐만,


스치듯 읽은 촛불집회 기사에 타이타닉 월리암

마리아의 바이올린 사연, 아이 생일, 지금 상황 등이 이상하게 결합하며...


술만 땡긴다...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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