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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Oct 23. 2018

첫 번째 직장(1) - '뉴스' 보는 게 내 직업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뉴스 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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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12


    대학원의 모든 학기가 끝날 무렵, 두 가지 선택을 두고 고민이 생겼다. 첫 번째는 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공부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취업하는 것이었다. (내가 '인구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는 다른 글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러나 또다시 대학원을 가기에는 시간적 / 재정적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 취업하기로 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나름대로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1) 필기시험으로 인적성 검사를 보는 기업은 피하자

2) 필기시험이 있지만 인적성이 아닌 직군별로 다른 시험을 보는 기업과 면접 비중이 높은 기업에 지원하자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내가 관심이 있는 직군을 채용 중인 회사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자' 채용 공고를 확인했다. 공고에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업무'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에서 뉴스 공유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원하여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후 서류를 접수하고 1차 논술 시험 - 2차 면접 - 3차 면접을 거쳐서 '뉴스 편집자'로서 내 인생 첫 번째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글 쓰고 취재하려면 바쁘고 힘들겠다.


    포털사이트 뉴스 편집자로 일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자는 기자와 다르다. 각종 방송 매체 및 언론사에서 보낸 수많은 기사 중에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기적절하고, 가장 관심을 끌 수 있는 기사'를 골라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한다. 서비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각종 매체에서 하루 평균 기사가 35,000건 ~ 50,000건 이상 올라오는데, 이 중에서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수는 보통 1,000건 ~ 1,500건 정도 된다. 따라서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기사를 읽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첫 번째 직업으로 삼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정하고 싶어한다.,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출근하는 게 즐겁다.


    내가 뉴스 편집자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많이 한 말이다. 정말 출근이 즐거웠다. 물론 뉴스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일반 회사처럼 출퇴근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스케줄 근무를 해야 했다. 아침에는 다른 회사들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해야 했고, 야간 업무 담당일 경우 오후에 출근하여 새벽까지 근무해야 했다. 이런 스케줄 근무에도 매일 기분 좋게 출근했다.




    뉴스 편집자로 일하기 전에 나는 페이스북에 많은 뉴스를 공유하여 올렸다. 이전에 언급했지만,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서 올렸을 뿐 '필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사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를 한 후 한 달간 '뉴스를 제대로 읽는 법'을 배웠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1) 기사를 쓴 목적이 무엇인가?

2) 그 기사를 주로 읽는 사람은 누구인가?

3) 팩트(사실) 기반의 중립성을 가진 기사인가?


    위의 세 가지는 뉴스 편집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뉴스를 읽을 때도 중요하다. 만약 세 가지를 인식하지 않고 기사를 읽으면 '게이트 키핑' 없이 무작정 정보를 받아들인다. 팩트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해당 정보를 마치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근에 적절한 기사가 한 가지 있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2/2018100200250.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이 기사는 지난 10월 2일에 모 포탈 메인 뉴스로 걸려있던 기사다. 심지어 당일 경제 분야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1위에 일정 시간 동안 랭크되어 있었다. 이 기사를 그냥 한 번 읽어보고,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를 인지한 채로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혼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추천한다.


    기사를 읽은 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위 기사는 간단히 말해서 '선동성 기사'에 가깝다. 기사에 직접 드러나 있지 않지만, 핵심 논조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중소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망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새로운 정부가 들어온 후 1년 반 만에 기사에 나온 회사들의 경영상황이 갑자기 악화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발견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 기사에는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통계자료


    기사에서 제시한 통계 그래프의 출처를 보면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업계'라고 되어있다. 당연히 자동차 관련 업계는 본인들이 유리한 통계 자료를 제출할 것이다. 통계 자체에 '주관적인 잣대'가 적용된 것이다. 기사는 절대 주관성 / 개인성을 기반으로 작성하면 안 되고, '객관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뉴스 업계에서 객관성의 범위를 두고 아직 논쟁이 많지만, 그런데도 최대한 지켜야 하는 가치이다. 따라서 위의 기사는 객관성을 잃은 기사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지고, 위에 예로 제시한 것처럼 '객관성'을 잃은 기사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되어 수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앞으로 내가 위에 적은 세 가지 사항을 기반으로 뉴스를 읽되 특히 '정치', '경제', '사회' 뉴스를 읽을 때 더 꼼꼼히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해당 분야들이 가장 '객관성'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정치 뉴스에서는 개별 정치인의 발언 / 자극적인 단어 / 색깔론 / 갈등 유발 등을 조심해야 한다. 경제 뉴스는 통계 자료의 출처 /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 / 개별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발언 등을 유의해야 한다. 사회 뉴스는 특정 이익집단 옹호  /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 / 자극적인 내용 등을 주의하면 된다.


    과거에는 나도 뉴스를 무차별적으로 읽고 공유했다. 그 점에 대해 반성하고 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그리고 뉴스 읽는 법을 배우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관심이 없던 분야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특히 IT 분야가 그랬다. 그리고 이는 내가 사람들의 '이동'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소비'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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