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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04. 2018

취업 인적성 검사가 과연 효율적일까?

주입식 교육의 연장선처럼 보이는 인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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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20


    최근에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하반기 취업 인적성 검사를 시행했다. 매년 뉴스나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지만, 올해는 모 기업 인적성 검사에 출제된 사자성어('토사구팽')가 시선을 끌었다. 취준생들은 면접 기회를 잡기 위해서 반드시 기업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인적성 검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인적성 검사가 사람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대학교 입학할 당시에도 인적성 검사를 통해 대학교 입학을 결정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취업할 때도 똑같았다. 나는 이 제도가 '제대로 일할 사람'을 가려내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인적성 검사를 풀어서 말하면 '인성''적성' 검사를 하는 것인데, 나도 인적성을 몇 번 봤지만 대부분 모든 직군이 '똑같은 인적성 검사'를 본다. 회사에는 수많은 직군이 있고, 직군별로 필요한 역량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1차 서류에서 스펙 과열 / 동일화 현상으로 변별력이 없으니 기업 나름대로 판단 기준을 세우기 위해 인적성 검사를 본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채용 시기에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들어보면 거의 똑같이 말하는 것이 있다.


우리 회사는 '창의적 인재'를 원합니다.


    '창의적 인재',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들어보거나 어디선가 보았을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창의적 인재를 찾는 기업은 더 많아졌다. '창의력''창의적 사고'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창의력: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
창의적 사고: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새롭고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 또는 새로운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기업들이 말하는 창의적 인재도 분명히 이 범위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적성 검사가 과연 창의력을 가지고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를 뽑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도 본다. 현재 인적성 검사는 현재 '수능'과 다르지 않다. 서점에 가면 인적성 검사 문제집이 넘쳐나고, 온라인 / 오프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학원도 많다. 인적성 시험을 치른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서 최대한 많이 맞추면 된다.


인적성 시험에서 절대 '창의력'을 발휘할 시간은 없다.




    나는 인적성 검사처럼 객관식 시험이 아닌 논술 시험이 면접 전까지 그 사람의 창의력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무작정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지원한 직무와 그 업무에 관한 내용으로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사 부서에서 인원을 뽑으면, 인사 관련 업무에서 실제로 발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주제를 제시할 수 있다. 영업 부서, 회계 부서, 마케팅 부서 등에도 모두 가능한 이야기다. (이 내용에서 기술직군은 예외라는 점을 참고 바란다) 현재는 인적성 검사 후, 다양한 면접으로 지원자의 창의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한다지만, 그런 능력도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등에서 모두 주입식으로 가르친 결과다.



    물론 채용담당자가 이 글을 본다면 뽑는 인원은 적고 지원자는 많은데 어떻게 수많은 글을 어떻게 전부 읽느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인적성 검사가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창의적인 해결 능력'을 가진 인재를 뽑는 데 과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서별 관리자(팀장, 매니저 등)가 본인의 부서로 지원한 취준생들의 글을 직접 읽고 평가하면 된다. 채용한 후, 각 팀에 잘 적응하고 잘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한 사람이 채용담당자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예전에 근무한 회사에서는 인적성 검사가 아니라 논술 시험으로 채용을 진행했는데, 지원자의 담당 부서 팀장급들이 모든 글을 다 읽고 면접 대상자를 추려냈다. 그리고 매년 수능 시험에서도 논술 전형이 진행되는데, 수험생들이 쓴 글을 입학처와 해당과의 교수들이 모두 읽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논술 시험도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창의적 인재'를 판단하기에는 인적성 시험보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없고, 주어진 주제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야만 한다. 취준생들은 지원한 부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일을 생각해볼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수 있다. 그리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본인의 글로 옮겨 적는다. 이것이 기업들이 원하는 모습 아닌가?


    만약 아니라면 겉으로만 창의적 인재 채용을 표방할 뿐, 속으로는 수능과 다르지 않게 주입식 교육으로 '획일화된 사고'만 하여 '말 잘 듣는 사람'을 뽑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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