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과 조연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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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우리나라가 '국가의 3요소'인 국민 / 주권 / 영토 중에서 주권과 영토는 잘 유지하고 있지만, 국민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국민이 없으면 영토와 주권 모두 의미가 없어지는데,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그 숫자가 줄어들고 늙어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가 어떻게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했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출산과 육아 정책의 문제점을 집어보고자 한다.
프랑스는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성공적인 인구정책을 시행한 나라로 꼽힌다.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1994년에는 1.66명을 기록했다. 그런 프랑스가 2007년에는 2.0명을 기록했고, 2010년에는 2.0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프랑스는 어떻게 성공적인 인구정책을 만들었을까?
프랑스는 이미 1970년대부터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
출산과 육아에 관련한 모든 예산은 정부에서 부담할 테니, 젊은 부부들은 출산과 육아보다 본인들의 생업에 더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2017년 기준으로 프랑스 GDP의 5%가 출산과 육아에 관련한 예산이다. 선진국임에도 프랑스는 국가의 사활을 걸고 출산 및 육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출산율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었다. (최근 프랑스의 출산율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으나, 이는 일관되게 추진해온 출산과 육아 관련 정책에 신정부가 손을 대면서 발생한 일이라는 평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프랑스의 경우 비혼 출산율이 높았고, 동거 커플까지 지원했기 때문에 출산율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비혼 출산과 동거에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것도 사실이다. (사실 비혼과 동거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와 차이점은 따로 있다. 바로 복지 예산의 타겟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VQ_GX2LzgM
프랑스 '젊은 층' vs 한국 '고령층'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은 약 430조였고, 그중에 보건 / 복지 / 노동 분야의 예산은 34.1%인 약 146조이다. 이렇게 엄청난 예산이 보건, 복지 분야 등에 쓰이고 있는데, 과연 저 예산의 주타겟은 어디일까? 우리나라의 복지 예산 대부분은 '노인층'에 집중되어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 노인 보건 사업, 노인 주거 사업 등 주인공은 나이가 많은 세대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복지 예산의 주인공이 '젊은 세대'였다. 이 말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하는 말이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만으로는 절대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항상 주인공 주변에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조연들의 지원이 있어야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인공과 조연을 국가 정책에 대입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젊은 세대가 복지 정책의 주인공이 되어야, 그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납세를 한다. 국가는 그렇게 걷은 세금으로 고령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지금의 고령층도 과거에 이런 과정을 겪었다.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 속에서 다시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그들의 부모세대가 현재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의 주인공은 계속 '고령층'이다. 이런 스토리가 계속될 경우, 들어오는 돈은 사라지고 나갈 돈만 많아지므로 복지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기가 100년, 200년 후가 아닌 50년 이내에 일어날 수 있다.
젊은 층을 위한 나라는 없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엔진(주인공)은 젊은 세대일 수밖에 없다. 고령층은 과거에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간 주인공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이런 물질적 혜택을 누리지 못했을 거라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 주인공의 자리를 내려놓고 조연으로 활약하여 주인공을 빛내줄 타이밍일 수도 있다.
국가의 3요소인 국민 / 주권 / 영토에서 국민은 늙어만 가고 사라지고 있다. 국민이 사라진다면 '대한민국'도 지도에서 사라진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그들이 시행하는 정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고, 단순히 자리 욕심과 표 욕심만 채우기 위해 단발성 / 일회성 정책을 쏟아내는 건 아닌지 심사숙고를 해야 할 순간이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