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부터 지리학 변태였던 호기심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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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주요 과목(국어, 영어, 수학) 중 국어와 영어는 보통이었고, 수포자(수학 포기한 학생)였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지리' 과목에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 당시에는 지리 과목이 3가지(한국지리, 경제지리, 세계지리)로 나뉘어 있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저 3가지 중에서 한국지리만 수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인터넷 강의로 독학해야 했다.
한 번은 세계지리 공부를 하다 어려운 문제 때문에 한국지리 선생님께 문제집을 들고 갔더니 '종종 너 같은 변태가 꼭 한 명씩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를 변태로 지칭하신 그 선생님께서는 매번 질문하러 가면 친절하게 끝까지 이해가 되게 설명을 해주셨고, 본인이 가지고 계신 각종 문제집도 나눠주셨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속칭 '삼지리'를 선택한 것은 예정된 결과로 보인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사회과 부도'라는 책을 받았다. 당시에 집에 가면 다른 책은 안 읽고 '사회과 부도'만 몇 번이고 봐서 엄마께 혼나고 잔소리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얻어낸 지구본을 책상에 올려두고 돌려가며 흐뭇한 미소 지은 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내가 어렸을 때 매주 일요일 KBS에서 방영하던 '디즈니 만화동산'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가 일요일 아침 8시에 방영했는데 나는 항상 그전에 방영한 KBS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꼭 챙겨보고 '디즈니 만화동산'을 시청할 정도로 우리나라 밖의 사건/사고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렇게 싹수(?)부터 다른 나라에 관심이 많고 '지리 변태'끼가 보였던 나는 원래 대학교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모부께서 우리나라에서 지리학을 전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지리학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식민지 지배를 했던 국가들(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이유였다. 위의 국가들이 식민 지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발전시킨 학문이 지리학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지리학'의 한 갈래인 '지역학'을 전공하기로 했다. 여러 지역 중에서도 '일본학'을 선택했다. 과거부터 중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와 가장 많은 교류를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먼 이웃보다 가까운 이웃에 더 관심이 쏠리는 심리와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지리 변태'였던 나는 대학교에서 '일본학'을 공부하게 됐다. 다른 글에서 자세히 작성할 예정이지만, 이런 나의 선택은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미국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됐고 첫 번째 직업으로 '뉴스 편집자'를 선택하게 된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