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짐 아비뇽 〈21세기 스마일〉전

잔잔한 위트의 색감


*올트랙 소속 리뷰어 대웅정의 끄적끄적

이번주 몽땅연필로 찾아뵈었습니다.


요즘은 ‘웃음’이라는 감정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 재미있는지, 어떻게 웃어야 할지조차 애매해진 세상 속에서, 독일의 팝아티스트 짐 아비뇽이 부산에 왔다는 소식은 꽤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광안리 포디움 다이브에서 열린 그의 전시는 제목처럼 ‘스마일’, 즉 “웃음”을 주제로 삼고, 그 안에 담긴 여러 감정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냅니다.

가볍고 위트있는 그림들

아비뇽은 ‘베를린 장벽의 아티스트’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독일이라는 역사적 배경 안에서 거리 예술과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온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점점 연결되어 가는 세계에서 오히려 멀어져 가는 마음의 거리, 그 간격에 대해 이야기하고있습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원색의 강렬한 색감과 자유로운 선, 그리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입니다. 처음에는 밝고 장난스러운 분위기에 눈이 갑니다. 하지만 한 작품, 또 다른 작품을 보고 있을수록 그 안에 숨어 있는 사회적 메시지와 감정들이 천천히 드러납니다. 그가 그리는 웃음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가벼운 농담 속에 진지한 질문을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재밌는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인 비판까지 툭 하고 들어난다

특히 도시의 풍경 속에서 무심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 표정 없는 얼굴들 사이에 놓인 그림 속 인물들은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보는 동안 익숙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비뇽은 단순히 인간의 모습만 그리지 않습니다. 말 없는 물건들이나 감정을 지닌 사물들까지 등장시키며,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합니다. 여기에 그가 병행하고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전시에 생동감을 더하고, 그의 작품을 단순한 시각 예술 이상의 것으로 만듭니다.


‘스마일’이라는 키워드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단순하거나 일차원적이지 않습니다. 진심 어린 미소와 무기력한 헛웃음,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그라데이션을 섬세하게 표현한 그의 작업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웃음이라는 개념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에게 예술은 고립된 공간 안에서 조용히 감상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는 예술이 사회와 끊임없이 반응하고 영향을 주고받아야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고 말합니다. 그 철학은 그의 작품들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그의 말처럼 예술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늘 우리 곁에서 말을 걸고 있었지만, 우리가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지도.

짐 아비뇽의 그림은 그런 의미에서, 일상 속 예술의 존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 대웅정의 끄적끄적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