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점을 잇는 그날의 편지.
*올트랙 소속리뷰어 “대웅정의 끄적끄적”입니다.
새하얀 설원에서 울려 퍼지는 “오겡끼데스까”라는 외치는 장면,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의 한 장면 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 장면은, 영화를 몇 번을 보더라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맙니다.
특히 30주년을 기념하여 극장에서 재개봉한 이 영화는 주연을 맡은 나카야마 미호 배우분께서 2024년 12월 돌아가신 것이 생각이나, 영화를 보면서 잘 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는 매력적입니다.
2023년 개봉작 <키리에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그의 모든 영화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브레터>라는 영화또한 199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세련미와 가진 부드러운 색감은 지금 2025년에 보더라도 촌스럽지 않은 강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는 하나의 신념이 그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영화에서 묘사되는 인간관계는 ‘점과 점’으로 묘사됩니다. 그에게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는 존재입니다.
현대인은 ‘선과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간은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버블경제 속에서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등장했지만, 이들은 필수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사치품에 더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것을 관측했던 그에게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보다 아날로그적인 도구들을 통해서 이어져 있던 것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 편지로 소통했던 두 주인공의 모습처럼 말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합시다.
이 영화는 죽은 약혼자를 기리며 천국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그 편지를 받은 오타루에 사는 후지이 이츠키의 기묘한 펜팔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감독의 고집스러운 성격이 드러난 부분처럼 느껴집니다. 위에 언급했던 복잡한 인간의 존재론에 관한 이야기를 “첫사랑”이라는 이야기에 천천히 녹여내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것은,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은 분명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편지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이 작업은 영화가 더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이유일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 작업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두 사람이 사랑한 한 남자에 대한 추억을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아가는 과정을 편지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이러한 독특한 감독이 생각하는 사회 배경 속에서 이뤄지는 기적과도 같은 우연을 통해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울려 퍼지는 히로코의 “오겡끼데스까!”라는 외침은 더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전달하지 못하는 약혼자에 대한 감정을 쏟아내는 과정을 이번 30주년 기념 재개봉에서 더더욱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이와이 감독이 생각하는 인간은 아마도 현대에 연결되어도 “개인”, 혹은 “고독한 존재”로 존재한다고 여기나 봅니다. 마치 우연과 같은 만남 속에서 이어지는 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더더욱 사랑스러운 존재로 반짝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2023년 개봉한 <키리에의 노래>에서도 그런 특징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집니다.
배경이 현대가 되었음에도 꾸준한 그의 세계는 과연 바뀌게 될까요?
그럼 이만 올트랙 리뷰어 대웅정의 끄적끄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