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미모리아와세 :마곡나루 일본요리집 정화
:Prologue
이쯤 되면 뭔가, 큰 걸 하나 터트릴 때가 됐다. SNS 채널의 ‘400’ 번째 게시물이다. 숫자의 연연한 적 없었지만 지울 건 지우고, 남길 것들을 찬찬히 추려내다 보니 숫자는 조금씩 불어났다. 누군가 물어왔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냐고. 거기에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까지는 적지 않은 경험이 필요하겠다고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깎아 공을 들이는 일은 어쩌면 의도치 않게 내게는 당연한 일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
本意(본의)에 대해 자주 떠올리는 요즘이다. 누군가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서려있는 眞心(진심)이 통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런 것들은 같은 선상에 있다. 차가운 노트북 자판이 뜨겁게 달궈질 때까지 두들기는 일과, 불타오르는 화구 앞에서 땀을 흘리며 벌겋게 上氣(상기)된 얼굴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일까지. 어느 하나 품이 들지 않고는, 살을 잘라내는 아린 고통 없이 이뤄지는 것이 하나 없다는 변치 않는 사실이 그렇다.
고르고 싶은 걸 골라내는 검색 능력과 종종 알 수 없이 찾아오는 感(감)이라는 녀석이 시너지 효과를 낼 때면 터트리고 싶은 무언가 하나를 우연히, 운수 좋게 발견한다. 정말 적은 확률로 일어나는 보석 같은 일이지만 그런 일을 마주할 때면 내심 흥분되기 시작해 기대감을 만든다. 그날부터 조금씩 그건 스스로뿐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서 그리고 바라던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비슷한 감정과 기분을 그곳에서 느낀다. 차츰 더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고,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꽤나 탄탄해지면서 언젠가 과거를 回想(회상)할 때에도 因緣(인연)은 잘 준비된 재료처럼 든든하게 기다린다. 멀찌감치에서, 언젠가 어느 날 찾아 주기를 기다리는 그들처럼 저기 저 멀리에서 말이다.
아무도 몰라주던 자리에서 언젠가, 누군가 알아주리라는 기대로 시작한 모든 일에는 보이지 않는, 소리조차 낼 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 버텨내야만 하는 것들이 뒤따른다. 또 하루를 딛고 일어서 멈추지 않았을 때 언제나 유쾌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작은 응원이, 실로 적지 않은 힘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잔잔하게 보내온 시간이 돌이켜보면 켤코 가벼운 것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時期(시기)가 어느 날에, 평일 늦은 시각에 나타나는 단골처럼 조용히 찾아와 스치듯 여린 慰勞(위로)가 될지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숫자가 그랬고,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들른 이 가게가 그랬다. 조용히 부리고 있는 固執(고집)이, 확신에 가까운 熱意(열의)가, 애써 담은 음식 하나하나를 접시 위에 올리는 손짓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그게 자판을 두드리는 손과 닮았다고 느꼈다. 막연하게 기다렸다기보다 제자리에서 우직하게 서있는 모습이, 지나칠 만한 사람 한 명 또 다른 한 명에게 결코 단번에 잊을 수 없는 印象(인상)을 또 그런 기억을 가져갈 수 있게 만들어 낸 것에 묘한 同質感(동질감)이 느껴졌다. 오래 알던, 그보다 잘 알 것 같은 낯선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강렬함이란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것이고, 餘韻(여운)은 그렇게 소리 없는 殘熱(잔열)처럼 가시지 않는 것이다. 식지 않은 온도의 기억은 발걸음을 같은 곳으로 반복하게 만들었다. 선택지는 다채로웠고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졌다. 이유 없이 쓴 문장이 하나 없듯 유려하게 흐르고, 다시금 새로움에 그만큼 慰勞(변주)를 빠트릴 수 없는 여러 가지 시도와 도전이 섞여 다양성으로 뒤범벅되었다.
일을 마치고 마감 정리를 끝내고도 뚜벅뚜벅 새벽시장으로 걸어가는 그들의 일이 결코 헛된 순간이 하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음식은 오늘 저녁에도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온다. 마를 일 없는 그들의 뭉툭한 조리화가 그 사실을 傍證(방증)하기라도 하듯 태연해 자연스레 눈이 간다. 다음 접시에는 무엇이 담겨있을지, 또 어떤 이야기로 남을지에 대한 소소한 기대가 전부 하나로 뭉쳐졌을 때 숫자의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하나하나 뜯어보았을 때에도 딱 한 점의 아쉬움 정도만 남기를, ‘조금 더 나은 방법은 없었을까.’ ‘이보다 최선일까 하는.’
알기 전에 이미 시작된 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베여 있는 ‘진심’이 오늘도 여전히 입가에 맴돌며 속에서 큰 무언가가 터진다. 그건 아주 우연처럼 찾아오는 상기된 靈感(영감)이 되어주었다.
EDITOR
:HERMITAGE
BY_@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