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츠츠케멘 :합정동 윤멘
오늘의 오월보다는 조금 더 쨍하고 한여름의 光彩(광채)보다 덜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도시 전체 중의 일부인 한복판의 거리가 아직은 일렁이기 전이었고 걷다가 멈추기를, 구름이 울창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바람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여유로운 걸음이었다. 고층 건물이 나무를 등져 도시 전체가 울창해지는 季節(계절), 단지 낯설어지지 않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여유 있어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한 곳을, 마지막일지 모르는 어딘가를 위해 세심하게 길을 나선다. 도로 위의 표지판은 원색적으로 빛났고 속에선 알 수 없는 설렘을 좇아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로 가보지 않은 길을 선호하다 보면 낯섦을 발견하고 새로움에 취한다. 아직은 무엇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대조되는 많은 현상과 그 위에 놓인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고, 꾸준해질 때면 으레 관찰하는 재미를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인 타인을 타인이 된 자신을 멀찌감치 바라보고 언제 그랬냐는 듯 구체화된 낯선 가면을 쓰고 자리에 앉아,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敢行(감행)을 시도한다.
‘油’(기름) 앞에 멈춰 섰다. 호기심으로 범벅된 충동은 다양한 종류의 면 요리를 탐닉하게 하더니 이제 비로소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디는 순간이다. 익숙하지 않아 알 수 없는 온도, 아직은 서서히 친숙해져 가는 동네 어딘가에 ‘마제 소바’의 유행 이전의 시기다. 동북아시아가 서로 경쟁하듯 공유하는 매트한 국수문화가 유행의 선택지 전반에, 대중의 시야에 아직은 들어서기 이전이라는 확신이 타오를 때다. 재해석한 탄탄멘 정도였거나 색이 짙은 츠케멘을 조금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어설프게 흉내 내어 보았던 것이 전부였다.
선선한 바람이 아쉽지 않게 불어대는 요즘이었거나 달아올라 어지러울지 모를 지면의 열기가 여과 없이 발목을 감싸던 날에도 그랬다. 耽溺(탐닉)은 호기심으로 성장했고 생선 기름이 육수가 된 국물이 있는 또 다른 면 요리 집에서는 얼어붙은 서린 병에 담긴 황금빛 에비스를 비장하게 꺼내 올려 보였다. 적당하지 않을 만큼 찬 온도와 기름을 머금은 면이 입에서 춤을 추는 것인지 그밖에 밀려드는 各色(각색)의 고명이 향연을 베풀어 축제가 되는지는 정확지 않았지만 즐거울 만큼 신선하다는 점에서는 말이 필요 없었다. 숙연해질 만큼의 몰입감. 아직은 여전히 낯선 영역을 탐구하는 재미는 그렇게 시간의 텀을 두고 간직했다. 완벽하지 않은 嗜好(기호)는 그렇게 탄생했다.
한가로운 주말 오전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 느지막한 오후가 되기 전이라면 적당한 먹거리를 찾는 고민을 시작한다. 자전거에 올라 단숨에 도착할 거리를 재고,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자극과 포만감, 대체로 면 요리를 떠올리고 입맛이 별로 없는 보통의 날이라면 더욱 특별한 것을 고른다. 합정동 정도가 좋겠다. 망원동을 사이에 두고 고민을 하던 사이 자주 지나오던 거리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린다. 눈부시게 밝은 거리가 어느 날 빨아드린 광채와 닮았다. 가게 앞은 그리던 메뉴의 재질과 제법 비슷해 보였고 사람들은 북적였다.
호기심은 자라나 지날 때면 시선을 빼앗겼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양화대교의 차도를 피해 들어선 조용한 골목 안에 비친 창에는 친절해 보이는 섬세한 접객,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갈증해소 정도로 목을 축일 수 있는 작은 아사히 병맥주, 한쪽에서 천천히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주문 방식이 그때의 여러 날들과 겹쳐 보였다. 메뉴의 이름들은 그때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이곳 역시 하나의 스타일을 구축한 ‘츠케멘’으로 부른다. 찬바람이 적잖이 불 땐 처음 낯설었던 그 온도가 떠올랐고 기온이 제법 오른 요즘 같은 날씨에는 조금 더 편안했다.
시간이 멈춘 듯 여유를 부리던 날 희망하던 소박한 자극이다. 기름의 풍미를 한껏 머금은 메뉴에 대한 갈증으로, 그렇게 어느 날 탄생해 오랫동안 간직해 오던 불완전한 기호를 [윤멘]의 창에 붙은 ‘츠케멘샵’, ‘아리가또’가 시선을 사로잡는 공원 앞을 지날 때마다 떠올렸다. ‘油’(기름) 앞에 섰던 그날로부터 희미하게 자리 잡았던 다른 이름의 메뉴를 기억하게 만들었고 보기 좋게 새로이 해석했다. 건실한 면과 다소곳한 차슈, 신선한 파가 뒤범벅되는 사이 もつ(모츠)가 남긴 여운을 따뜻한 밥 안에 가두려는 노력까지 한 편의 짧은 드라마는 자리에서 재탄생되어 상영되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하지만 기리던 자극의 향수를 무던히 채워줄 장소를 만났다.
EDITOR
:HERM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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