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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Dec 31. 2023

친해지길 바라 흑도야지와  

제주시 노형동 연탄과친한돼지



제주시 노형동은 ‘핫플레이스’다.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1,2차는 어딜 가야 할지 마지막 해장까지의 코스를 상상을 해보곤 한다. 이자카야 ‘청담이상’ 신제주점에서부터 ‘인계동껍데기’를 거쳐 ‘신의주찹쌀순대’까지. 거리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는 늦은 시간까지 웨이팅 줄이 늘어선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보인다. 대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이 환상의 섬인지, 건물 숲 속 매연 가득한 빅-시티인지 종종 헷갈린다. 물론 특급호텔과 오래되고 한적해 보이는 작지만 소중한 집들이 나란히 섰다. 


키오스크의 웨이팅 숫자만 보면 여의도의 랜드마크 ‘더현대서울’에 몰리는 식사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줄을 서는 기분으로 기웃거린다. 당장은 가까이 다가설 수조차 없다. 또 한쪽에는 커피와 와인을 동시에 팔고 있는 카페 겸 와인바가 있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쾌적하게 구획된 공간의 섬세함이 잘 닦인 통창으로 여과 없이 노출된다. 대부분의 가게가 그래 보이진 않았지만 여행지의 낯선 거리에서 제일 뜨거워 보이는 가게를 목격했다. 이미 ‘숙성도’가 왜 그렇게까지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귀포에 사는 사람의 말을 들은 직후라 더욱 눈이 갔다. 콘셉트가 집어삼킨 북적이는 공간은 외관부터 고기를 먹어야만 할 것 같은 사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짙은 옥색 타일이 낯설지 않았고 웨이팅 손님을 익숙하게 응대하는 모습에서, 인근에 2호점을 오픈한 것에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인상을 받았다. 인스타그램에도, 구글맵에 리뷰에서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핫-한’ 신상 가게였다. 그때 같이 '코로나 시대'에 보기 힘든,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처럼 지속적으로 몰려들었다.


 ‘심지어 그들은 곧이어 입장한다는 안내를 받은 전체 중 ‘일부’였다.' 


길고 끝없이 늘어선 줄. 비장한 메뉴 설명에 한 방 묵직하게 얻어맞은 기분에 마이너 한 감성이 뿜어져 나왔다. 너무 뜨겁다면 오늘 당장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저항, 그런 걸 보면 골라내는 접근 방식이 조금은 달라졌다. 최초의 눈길이 언제나 최선이 아닐 때도 있다. 차선이라고 마이너 한 것만도 아니다. 어쩌면 찾고자 하는 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을 수도 있다. 천천히 훑어보는 동안 네이버의 담백한 설명이 눈에 들어와 마음에 들었다.


도민이 애정하는 흑돼지’ 



검색 목록엔 대부분 '도민 추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도민들에게 백돼지와 흑돼지는 다 거기서 거기일 테지만 텐션 다른 사장님 캐릭터에 충분히 매료되었을 것이다. 사람 냄새나는 매력은 그렇게 차별성 있는 특징으로 분류된다. 


비속어부터 남발하는 욕쟁이 할머니의 와는 결이 다른 설정이다.’ 


진짜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게 회사의 형태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주의지만 첫 방문에 오랜 단골을 대하는 듯이 인사를 건네는 사장님의 태도는 어쩌다 한번 방문하는 관광객이 아닌 인근 주민들에겐 친구 같은 존재일 것 같다. 오랜만에 본 숙성된 살가움이었다. 2시간 남짓 기다려 입장했던 남영돈의 內傷(내상) 때문일까. 어쩌면 제주도민들이 주장했던 돼지는 거기서 거기일 수 있다는 의견에 일부 동의한 상태였다. 큰 기대 없이 들어갔던 낯 뜨거운 연탄과 친해지고 싶다. 간헐적인 여정에 친분이라는 게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게를 들어가는 순간 시작되는 사장님의 입담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기억에 남는다. 직접 주문을 넣기 전에 사장님의 호탕한 멘트로 초벌 준비는 시작된다. 



할 수 있다. “ 


벌써 하루 세끼를 넘긴 상태에서 벅찬 숨을 고르고,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 


세 번 외치고 연탄불 위에 두툼하게 올라온 잘 익은 고기를 멜젓에 푹 찍어 누르고 제주 화산 암반수로 만든 21의 숫자가 새겨진 청명한 한라산 소주로 뜨거운 입을 시원하게 적신다.



EDITOR

:HERMITAGE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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