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밤의 온도

녹사평역 달맥슈퍼

by HERMITAGE


어느 날엔가 한 번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밤의 도시 ‘이태원’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주변을 빠져나간 일이 있다. 대중교통은 여전히 도로 위, 서울의 밤을 밝혀대고 있었고, 시간은 그만큼 아직 충분히 이르다고 느껴졌다. 주변 모두는 飮酒(음주)가 한창이었고, 말 그대로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둠의 溫度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체감하기란 어려워서 아마도 눈 깜짝할 사이에 휴일을 끼고 있던 찰나의 시간들은 사라지고 잡히던 손에서 빠져나가 이를테면 책상 앞에 앉아있거나 출근길에 이제 막 오른 자신을 3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거나 해야 할 일만 남았다.


그만큼 무섭다면 무서운 여러 가지 이유야 있었지만 다음날에 대한 부담감, 컨디션과 관련되어 있는 몇 가지가 시작이었다. 그보다 두려워해야 하는 건 아직은 다닥-다닥이라고 해야 할 만큼 붙어 앉아 앞과 뒤, 양옆으로까지 울려 퍼지는 호흡을 주고받기가 부담스러워서라는 결론에 到達(도달) 했다. 다른 方向(방향)으로 애써봤지만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에(조심한다고 나쁠 건 없지만 그만큼 기회는 줄어든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 발자국씩 이끌고 주변의 녹사평역을 지나 언제나 ‘숨은 고수’들이 둘러앉아 시끌벅적한 소리를 일정하게 내고 있는 이태원제일 시장 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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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언제부턴가 사계절 ‘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실내와 실외의 구분 없이 앉거나 서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종종 머리가 복잡할 땐 그렇게 보고만 있어도 대신 만족할 만한 光景(광경)을 찾아 얼큰함을 代理(대리) 할 수 있는 거리, 본능이 안쪽으로 향했다. 그리 오래 거리를 쏘다니지는 못했지만 골목, 골목 맥주병과 술잔을 들고 선 사람들의 代理(행렬)이 이어졌고, 인근을 산책하듯 한 바퀴 휘-이 돌고는 주저하지 않고 지하로 달리는 야속한 열차에 있는 그대로 몸을 실었다. 집에 도착한 후 셔츠를 벗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어울리지 않는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 같은 건 챙겨본 일이 없는 오늘 낮에 그곳으로 가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아마도 오늘 하루의 운을 끝에 전부 몰아 쓴 것 같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알고리즘들이 진작에 그곳을 지나온 장면들을 조합해 골목 안의 풍경을 만들어 냈고, 마침 즐겨보는 유튜브-채널의 유명 가수가 인근의 힙한 가게에서 버거를 포장해 와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무의식은 밖으로 흘러 하루의 企劃(기획)이 되고 現實(현실)에 提案(제안) 됐다. 아직은 살랑이는 바람이 줄곧 멈춰 있는 공기들로 無害 (무해) 한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해 떨어진 하늘 아래 밖에 앉아 있어도 어느 정도는 버텨줄 만큼 지면을 달군 뜨거운 온도였다. 아주 좋아한다고 만은 하기 어려운 맥주 한 잔이 생각날 만큼 순식간에 渴症(갈증)을 불러일으키고, 아직은 조금 더 앉아 있어도 길어진 해는 지구력 있게 하늘에서 오래 버텨줄 거라는 期待(기대)가 있는 季節(계절)에 이제 막 도착했다. 운 좋게 자리를 잡았고 그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같은 자리에 앉아 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목을 축이는 동안은 여전히, 적지 않은 시간 몇 번을 다시 해봐도 印象(인상)적인 風景(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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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공을 들여 완성해 놓은 아카이빙과, 현실적인 그래서 더 직관적으로 보이는 큐레이팅을 훔쳐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생각보다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라는 데서 놀라고, 치열하지만 말 한마디가 따뜻하다는 데에서 感歎(감탄) 한다. 주변 온도는 적당했고 그렇게 아쉬웠던 지난날의 渴症(갈증)을 解消(해소)하기에 충분한 場所(장소)로 남았다. 밤에 온도와 걸맞은 차가운 맥주를 몇 번이고 더 골라낸 걸 보면 결과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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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ERM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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