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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Jan 17. 2024

달과 밤의 온도

녹사평역 달맥슈퍼



어느 날엔가 한 번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밤의 도시 ‘이태원’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주변을 빠져나간 일이 있다. 대중교통은 여전히 도로 위, 서울의 밤을 밝혀대고 있었고, 시간은 그만큼 아직 충분히 이르다고 느껴졌다. 주변 모두는 飮酒(음주)가 한창이었고, 말 그대로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둠의 溫度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체감하기란 어려워서 아마도 눈 깜짝할 사이에 휴일을 끼고 있던 찰나의 시간들은 사라지고 잡히던 손에서 빠져나가 이를테면 책상 앞에 앉아있거나 출근길에 이제 막 오른 자신을 3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거나 해야 할 일만 남았다. 


그만큼 무섭다면 무서운 여러 가지 이유야 있었지만 다음날에 대한 부담감, 컨디션과 관련되어 있는 몇 가지가 시작이었다. 그보다 두려워해야 하는 건 아직은 다닥-다닥이라고 해야 할 만큼 붙어 앉아 앞과 뒤, 양옆으로까지 울려 퍼지는 호흡을 주고받기가 부담스러워서라는 결론에 到達(도달) 했다. 다른 方向(방향)으로 애써봤지만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에(조심한다고 나쁠 건 없지만 그만큼 기회는 줄어든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 발자국씩 이끌고 주변의 녹사평역을 지나 언제나 ‘숨은 고수’들이 둘러앉아 시끌벅적한 소리를 일정하게 내고 있는 이태원제일 시장 쪽으로 향한다. 





이곳은 언제부턴가 사계절 ‘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실내와 실외의 구분 없이 앉거나 서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종종 머리가 복잡할 땐 그렇게 보고만 있어도 대신 만족할 만한 光景(광경)을 찾아 얼큰함을 代理(대리) 할 수 있는 거리, 본능이 안쪽으로 향했다. 그리 오래 거리를 쏘다니지는 못했지만 골목, 골목 맥주병과 술잔을 들고 선 사람들의 代理(행렬)이 이어졌고, 인근을 산책하듯 한 바퀴 휘-이 돌고는 주저하지 않고 지하로 달리는 야속한 열차에 있는 그대로 몸을 실었다. 집에 도착한 후 셔츠를 벗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어울리지 않는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 같은 건 챙겨본 일이 없는 오늘 낮에 그곳으로 가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아마도 오늘 하루의 운을 끝에 전부 몰아 쓴 것 같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알고리즘들이 진작에 그곳을 지나온 장면들을 조합해 골목 안의 풍경을 만들어 냈고, 마침 즐겨보는 유튜브-채널의 유명 가수가 인근의 힙한 가게에서 버거를 포장해 와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무의식은 밖으로 흘러 하루의 企劃(기획)이 되고 現實(현실)에 提案(제안) 됐다. 아직은 살랑이는 바람이 줄곧 멈춰 있는 공기들로 無害 (무해) 한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해 떨어진 하늘 아래 밖에 앉아 있어도 어느 정도는 버텨줄 만큼 지면을 달군 뜨거운 온도였다. 아주 좋아한다고 만은 하기 어려운 맥주 한 잔이 생각날 만큼 순식간에 渴症(갈증)을 불러일으키고, 아직은 조금 더 앉아 있어도 길어진 해는 지구력 있게 하늘에서 오래 버텨줄 거라는 期待(기대)가 있는 季節(계절)에 이제 막 도착했다. 운 좋게 자리를 잡았고 그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같은 자리에 앉아 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목을 축이는 동안은 여전히, 적지 않은 시간 몇 번을 다시 해봐도 印象(인상)적인 風景(풍경)이다. 



누군가 공을 들여 완성해 놓은 아카이빙과, 현실적인 그래서 더 직관적으로 보이는 큐레이팅을 훔쳐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생각보다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라는 데서 놀라고, 치열하지만 말 한마디가 따뜻하다는 데에서 感歎(감탄) 한다. 주변 온도는 적당했고 그렇게 아쉬웠던 지난날의 渴症(갈증)을 解消(해소)하기에 충분한 場所(장소)로 남았다. 밤에 온도와 걸맞은 차가운 맥주를 몇 번이고 더 골라낸 걸 보면 결과는 굉장했다.




EDITOR

:HERMITAGE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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