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MITAGE Feb 28. 2024

너는 지금 양갈비가 먹고 싶다

서초구 남부터미널역 오우치



지식백과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오우치 가문은 일본의 고대부터 중세에 걸쳐 주고쿠 지방의 서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가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백제의 聖王:성왕(威德王:위덕왕)의 셋째 아들인 [琳聖太子:임성태자]가 야마구치 현(과거:스오 국의 연안)에 정착하여 이 가문에 시초가 되었다는 점. 백제의 철기 제련 기술과 선진 문물을 전파하여 문화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이다.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오우치는 가문과는 연관 없다.


삿포로식 양고기 구이를 얘기하면서 일본 고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유는 서초구 남부터미널에 쟁쟁한 여러 후보들 사이에서도 유독 빛나는 오우치만의 감동을 전부를 표현해 내기란 어디서부터 해야 좋을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오픈초기였고 주변으로는 슴슴한 칼국수나 만두, 두부 요리 같은 걸 먹으러 다닐 때였다. 그때 사무실이랑 가깝기도 했지만 예술의 전당에 때마다 방문하며 꾸준히 검색해 오던 결과였다. 자주 다닐 땐 '은근' 먹을 게 없는 동네라며 투덜댔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다시 방문하고 싶은 가게들 몇몇 스친다. 터미널 이용객들이 아니거나 오피스상권에 몸담은 게 아니라면 비교적 생소할 수 있는 남부터미널역 이하 예술의 전당 라인의 오우치는 간략하게는 서울에서 더 넓게는 한국에서 경험한 양고기 구이중에 깊이 있는 인상을 남긴 여운 있는 풍미를 경험하게 해 준 곳이다. 



꾸준히 방문해 보는 가게들은 점점 많아지지만 맛과 서비스 모두 감탄하며 나온 곳은 드문 데다, 첫 방문만으로 확실하게 魅了(매료) 되기란 어렵다. 이제는 그만큼의 감동을 그중 하나라고 표현해야 할 수 도 있겠지만 언제나 그리고 모든 순간이 강렬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그만큼 그날도 어김없이 오랜 시간 검색하던 중이었다. 양꼬치는 너무 가볍고, 돼지고기는 조금 물렸다. 검증되지 않은 소고기를 모르는 곳에 가서 먹기는 싫었다. 기분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진중한 맛이면 좋겠고 기운 나게 할 肉食(육식)이 간절해지는 중이었다. 그렇다. 오우치는 앞서 등장한 임성태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저녁을 그저 후회 없이 알차고 든든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오히려 처음이던 그날에 미처 닿지 못하던 기대가 드라마틱하게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드문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요즘은 따로 업데이트하지는 않지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구글 지도 '리뷰'를 시작하게 해 준 가게다. 새로 생겼던 당시에는 읽어볼 만한 리뷰는 몇 없었지만 적은 리뷰에도 후기를 남긴 사람들 모두의 진심이 전해졌다. 이 정도의 진심이라면 설득력 있는 맛일 것 같다는 묘한 기대감을 숨기며 첫 방문을 했다. 첫인상은 새로 생긴 깔끔하고 정갈한 고급스러운 양갈비 집의 모습이었다. 친절하면서도, 세심한 설명이 돋보였고 모든 것이 편안했다. 기름지지 않은 식기와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 세팅은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기다리고 있던 '내 자리' 같아 보였다. 




그리고 먹는 순서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메뉴판의 디자인, 주문을 유도하기 쉽게 설정되어 있는 순서와 구성도 보기 좋았다. 붉은빛이 영롱한 양고기가 부위별로 접시 위로 오른다. 먹어야 하는 순서대로 준비되는 동안 시선은 선도 좋은 붉은빛 영롱함에 그대로 갇힌다. 그보다 감탄할 수밖에 없던 직원분의 서비스 실력은 경험하는 모든 양고기의 세팅과 굽는 과정, 그러니까 눈으로 지켜보는 것을 시작으로 끝내 입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이 정도 굽기 실력을 가진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양고기의 육즙과 육질을 갖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가 먹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인지 아주 가볍게 알아맞히는 타이밍에 움직임은 거침없다. 확신으로 건네는 찰나에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참지 못하고 또 한 번의 탄식이 나온다. 고기를 굽거나 먹고 있는 사람들 모두 입가에 아빠와 엄마의 미소가 번졌다. 아래는 당시 가게 방문 직후 나오자마자 적은 첫 구글 지도 리뷰다.


SNS에 업로드는 하지만 구글 지도 리뷰는 처음입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구글지도를 더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18년과 19년 직장이었던 서초구, 남부터미널을 자주 왔었습니다. 딱히 술 한 잔, 밥 한잔 하기에 만족스러운 곳이 없어 우버 잇츠를 포함한 배달 앱 서비스를 이용하며 저녁 끼니를 와인으로 대체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남부터미널 역에서 오우치를 검색 중에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설명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방문해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아 첨부합니다. 서비스, 맛, 그리고 분위기까지 만족했습니다. 소, 돼지를 포함한 육류 중 양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취향으로서 프랜차이즈 양 갈비 집의 맛과는 차별화된 맛입니다. 정갈한 반찬과 깨끗한 식기, 그리고 STUDIO GHIBLI - OST가 흘러나오며 배정받은 자리 뒤편에 짐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 과하지 않은 설명과 수준급 실력의 구이 서비스는 짧은 시간, 첫 방문인데도 높은 만족감을 주네요. 처음 가시는 분들에게도 단골이 된 듯한 착각을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곳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맛볼 수 있었던 가장 캐주얼하면서 부담 없는, 매력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 주신 가게 직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번창하세요.



EDITOR

:HERMITAGE

BY_@BIG_BEOM

작가의 이전글 건너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