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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Mar 07. 2024

아등 아등 아 등 푸른 생선!

노원역 털보고된이



고갈비 美學


부산이 고향이다. '많은 국민들이 배고플 무렵'부터 시작되었다는 유구한 역사에 비해 생선은 평범하고, 집에서 엄마나 아빠가 구워주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갈비라는 묵직한 타이틀이 붙었음에도 식탁에서 마주할 때면 특별하다기보다 꽤 담백해서 얌전한 편에 속한다. 이름에 따라오는 몇 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뜯어보아도 그다지 공감하기란 어렵다. 아마 거슬러 올라가도 1960년대부터 70년, 그때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아 그럴지 모른다. 살아온 세대의 차이만으로 공감하기 어렵다고 해도 별 수 없다. 꽤 오래전부터 이름 그대로 살아남아 새겨진 곳에선 이미 그렇게 아름아름 그렇게 불리고 있었으니까. 



고등어는 기름이 많다. 등 푸른 생선이라서 그런지 회로 먹어도 본연의 기름맛이 난다. 고등어를 구울 때면 그 기름 때문에 불붙은 화력은 더 강해지고 퍼지는 존재감도 상당하다. 그리 호락호락하게 구워지는 생선이 아니다. 특히 실내라면 더 그렇다. 요즘이야 아래위로 막혀있는 생선구이 전용 팬이 있지만 그전에는 화생방이 따로 없었다. 존재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연기다. 연기 나는 모습이 한 편의 갈비를 굽는 것 같아 보여 고등어 갈비라고 했는데 그보다는 먹을게 부족했던 1960년대에, 갈비를 먹을 때처럼 귀한 음식으로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부르지 않았나 싶다. 또 당시에는 지금보다 대학생이 흔치 않았다. 대학생을 높은 학생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이 즐겨 먹던 고등어를 두고 (고) 갈비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뼈에 붙어 있는 살을 발라 먹는 모양새도 특별한 날 씹고 뜯고 즐기는 음식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연기 나는 고등어를 대신 구워주는 고갈비 백반집은 일명 밥집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이상적인 만족감을 준다. 



이제 더 이상 흔치는 않아 졌지만 특정 골목이 아니더라도 도심 곳곳에서 생선구이 전문점을 찾아볼 수 있다. 간단한 사이드 메뉴 하나, 두 개, 몇 가지 종류의 생선만 전문으로 구워주는 곳이거나 백반집에서 한 가지 정도의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 보인다.‘고갈비백반집’이라는 타이틀이자 조금 생소한 표현은 이곳 털보 고된이 본점에서 쓰는 말이다. 강북구 도봉구와 함께 서울의 가장 북단, 노원구에 고갈비 백반이라는 든든한 이름으로 예측하기 어려워 불시착하는 자연재해나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감히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사시사철 인근 주민들의 든든한 밥상을 지켜내고 있다.  



적당한 포만감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다양한 조합으로의 구성은 그야말로 진정 밥도둑으로서의 면모를 고루 갖추었다. 별것 아닌 평범하고 일상적인 고등어가 어쩌면 지난한 검색의 해답이라는 깨달음을 받고 돌아오게 만든다보통은 기본에서 출발해야 완성될 수 있다는 가장 완벽하고 단순한 진리에 도달한다. 기본 찬 구성에 고갈비 같은 일상적인 메뉴가 나온다. 다른 생선도 있지만 갈비는 역시 '높은 갈비'가 제맛이다. 백반집의 묘미는 찬과 콜라보다. 고갈비가 지휘하는 밥상에서 추가 찬의 역할은 거들 기다. 고등어가 만족스러워 나머지는 선택적 즐거움으로 남겨 둘 수 있다.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특별한 노하우로 처리된 고갈비 코팅 기술이 어떤 이름으로 명명하지 않았지만 여러 번 방문할 때마다 느껴진다. 덧바른 세월만큼이나 대처가 자연스럽다.



한 번은 종로의 끝자락이자 동대문의 뒤편 오래된 생선구이 골목에 간 적이 있다. 닭 한 마리 칼국수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특정 지역의 이름으로 나뉘는 몇 개의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과 함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투박하게 조절할 수 없는 강력한 화력 위에 위태롭게 얹어진 생선에선 회색 연기 맛만 강하게 났다. 힘들고 어렵던 그때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던 어느 어르신의 운치 한 스푼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조금은 얼떨떨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털보고된이의 고갈비에서는 그렇게 투박한 맛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캐주얼한 생선구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조금은 의심해 봐야겠지만 다른 곳을 다녀오고 난 뒤라면 확실하게 알게 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코와 입이 금세 알아차리게 만드는 이곳만의 노하우가 지금의 백반집 ‘고된이’를 만들었다. 배고픈 시절부터 존재하던 메뉴를 펜데믹이라는 대혼란을 지나 이제는 좀 주춤한다지만 배달 서비스 시대에 맞게 배달 전용 직영점까지 운영하게 된 이유는 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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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ITAGE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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