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치: 스스로 거리낌 없이 자유로운 상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얼마간을 버틸 수 있는지 떠올리다 보면, 또 마지막을 생각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뭉뚱그렸지만 구체적이지 않았던 그땐 결국 있어도 자유롭지 못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어떤 것도 정확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게 중요하다 던 ‘그것’ 하나가 빠져있었다. 그것 하나만 빼놓고 보면 겉으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권태로움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오점이,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애써 감춰야만 했다.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면서 또 어디에도 있다가 없고, 언제든 없다가도 있는 애매하고 모호한 감정. 도대체 어디쯤에서 잠시나마 기대어 놓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걸까. 앞만 보고 가는 것처럼 보여도 분산된 視野(시야)는 肆放(사방)을 향한다. 멀리서 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자유로워 보여서 거추장스러울 것 없어 그럴 수 있다 할지 모르겠다. 그게 어떻게 해석되든 추스르고, 해명하듯 설명하고 싶지 않다.
‘언제나처럼, 늘 그래 왔듯이.’
‘그럼에도 언제까지고, 계속해 나갈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디쯤으로 한정하는 게 적성에 맞는 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포함한 모두가 적성을 따져 고르고 선택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얼마 지나지 않은 이르다 할 시점에, 판단에는 무리가 있다고 다독였다. 정확히는 자의 반과 타의가 뒤섞인 다독임이었다. 무덤덤한척했지만 불안에 사로잡히면서, 결핍을 먹고 자라났다. 가장 많이 의존했던 건 손에 잡히는 타우린과 카페인이었다. 그 끝에 뭐가 있는지 아주 어렴풋이 조차 알 수 없으면서도 이어나갈 수만 있다면 그래야만 했다.
‘비겁한 ‘도’라고 그랬다.'
그래도 조금은 비겁해야만 했다.
우연 아닌 우연히 들어온 수많은 말들을 문장으로 바꾸다, 생각만큼이나 떠오르는 것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고르고 고른 게 그것 하나라면 의심에 여지가 없었다. 이제 와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불안을 송두리째 뽑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때마다 연기처럼 올라오는 감정을 부채질하듯 날려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가벼운 손짓이, 그럴 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힘이 필요했다. 처음엔 방법을 몰랐지만 이젠 아니다.
배부르게 굶주려 있는 만큼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날카로운 것은 예리한 편에 속하지만 세심한 감성과는 달랐다. 경계와, 거리낌이 없는 상태. 지금 서있는 곳은 외딴섬이다. 고요한 섬에서 마주한 건 낯설게 걸린 까슬하고 아주 조그마한 것이었다. 애써 눈에 초점을 맞춰 작고 조그마한 점이 어딘가를 관통해 들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일 만큼 작은, 자세히 보지 않고는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꽤 안정적이라서 손을 가져다 대봤지만 흔들리지 않고 단단했다.
더 가까이 다가서려면 날카로운 집게, 집게손 검指(검지)를 대신할 작고 예리한 것이 필요했다. 마침 검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가까스로 그 작은 것을 떼어냈다. 떼어낸 자리만큼 작지만 깊은 구멍이 났다. 안에서부터 자라난 것일까. 밖으로 떠돌았어야 할 무언가가, 어딘가에서 그대로 소멸될 예정이던 게 깊숙이 박히고 만 것이었을까.
안에서 자란 것이라면 말 그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있는 그대로를, 보이는 건 거리낌 없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주변 피부조직이 어떤 응집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이 작고 날카로운 것을 막아내기 위해 변형을 불사하면서 없는 힘을 쥐어짜 막아낸 것일까. 자유로운 깊은 구멍으로 더 이상,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수 없었다.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