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期

일 년 중 비가 많이 오는 시기.

by HERMITAGE
IMG_7102 2.JPG 그칠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못할땐 어디로 피해야할까

미묘한 차이가 가져온 파장이 이렇게까지 커져 있을 줄이야. 접어든 주름 사이로 무어라 무엇 하나 개운치 않다. 쌓여가는 시커먼 무언가를 토했을떄 도로 다시 집어넣었다. 경계선 어디쯤 아슬하게 서있는 듯한 지금 적절한지가 의문이다.‘쉬이 고쳐지고 털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꼬리를 물고 넘어가는 생각에 벽이 있다.

없는 벽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무엇일까. 하루 종일 하늘이 우중충하다. 당최 언제쯤 날씨가 좋아지는 건지 원망스럽다. 암막 커튼은 아주 반듯하게 쳐져 있고 오랜만에 조용한 집에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없다. 얼마 만의 정적인가. 때때로 비가 내리고 따뜻해진 줄 알았던 공기는 갑작스레 몸을 오들오들 떨게 한다. 그렇게까지 떨리는 기온이 아닌데도 유난스럽게 추위를 탄다. 이것도 지나가면 언젠가 돌이켜봤을 때 또 한 번의 과정이라며 웃어넘길 수 있을까 웃어넘길 수만 있는 게 무슨 소용일까또렷해지는 생각에 얼마 못 가서 금방 몰입이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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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이번에는 악-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제일 좋아하는 한국 감독의 영화처럼 어두운 여운이 남았다.

한 번에 설명할 수 없는 뜨거움이라 가볍게 치부하고 싶다.꿈은 흑백의 무성영화처럼 그다지 유쾌한 광경은 아니다. 관객일 때 보다 주인공일 땐 더더욱 아니다. 최근엔 꿈에서 빠져나오는 법도 잊었다. 몰입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땐 꿈이라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알아차리기 유리했다. 몰입 하는 편이라 현실 과몰입이 언제나 문제였다. 적당한 데서 빠졌어야 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랬어야만 했다. 여지없다. 여지없이 남아있었기에 선명한 컬러로 보이던 수많은 장면들과 그 속에 있는 등장인물들이 한순간에 흑백 처리 되었다. 내 영화의 결말은 언제나 바스락 소리를 내야 끝이나는 걸까. 떨쳐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도하루 이틀 안에는 괜찮아져야 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때 장면이 스쳤다. 꿈을 이렇게까지 기억할 수 있는지 지금에서야 알았다. 꿈에 대한기억력에도 기복이 있다. 그마저도 일정했어야 했다. 그래야 순탄하다 말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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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남아로 여행을 갔을 때 우기를 피해 건기에 가야 한다고 했다. 덥고 습한데 빗물에 발까지 젖을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불쾌했다. 건기라면, 마지막 불쾌함만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들도 분명히 있다. 조금이라도 수월해질 수 있다면 더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게 현명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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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이 내리는 비가 아니다.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쏟아지는 통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푹 담가야 하는 정도의 양을 처음엔 몰랐기에 가능한 건조한 생각이었다. 雨期(우기)에 접어들었다. 전선의 영향인지 어떤 기후 탓인지 알 필요 없을 것 같은. 태풍에 휘말린듯한 초조함으로. 눈이 가져다주는 고요함 맞이한다. 우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하면 한편으론입이 쓰다. 우기의 빗방울은 쓴다고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이 이르고 그 바람이 더 세 개 불때면옷깃은 더 강하게 여미게 되어있다. 여밈에 몰입하다 보니 차라리 아무렇게나 고른 캔들이 향이 마음에 든다. 오늘은 하루 종일 레드우드나 태워야겠다.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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