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라구식당

라구 파스타, 라자냐

by HERMITAGE


토마토소스를 고르러 백화점엘 들린다. 대형 마트나 집 앞, 크고 작은 슈퍼와 편의점에는 재밌어 보이는 소스가 없기 때문이다. 때론 모두가 자는 새벽에 문 바로 앞까지 가져다주는 환상적인 온라인 배송에 기대기도 한다. 어제보다 더 새로운 신선식품의 낯섦이 느껴지는 라인업을 구축하기를 좋아하는 그들의 시선을 조금 엿본다. 직접 찾아가 고를 땐 익숙한 기업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보이는 이름에는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고 있거나 면을 끼워 넣고 알뜰살뜰해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는 점원이 호객행위를 하는 소스라면 고맙지만 조심스레 피한다. 과잉친절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거기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


이미 먹어본 맛이기 때문이라는 데에서 출발해 어떤 맛일지 추측은 가능하지만 정확하지 않을 때, 평균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다른 것에 비해 소스의 절대적인 양이 적다고 하더라도, 또 토마토 홀만 들어있는 통조림만으로는 풍미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일 땐 주변을 더 살펴보아야 한다. 너무 싱겁기만 한 건 아닐지, 그렇다고 너무 뻔한 조미된 맛은 지루하다. 기꺼이 호기심에 투자한다. 하나를 넣어서 부족할 것 같을 땐 혹시 몰라 지난번 괜찮았던 맛의 기억을 떠올려 골랐던 걸 보험처럼 사둔다. 남으면, 다른 것과 섞어서 써보기도 하고 케첩을 활용하는 편이다. 그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 하나의 스타일이 완성되고, 소스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전체적인 인상이 생기면 다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돌아와 새로운 라벨, 새로운 설명이 적힌 낯선 수입 소스 코너를 기웃거리게 한다.


어쩌면 집에서 만드는 ‘가정식’이라는 게 그저 그런 보통의 재료, (무엇이든 보통이 가장 어렵다)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단출한 것들로 구성해 기분에 따라, 때론 마트나 구입하는 곳에 컨디션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지만 결국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아주는 데에는 소스가 중심에 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오랫동안 머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자극 저런 자극에 기웃거리고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지만 결국은 완성해 두었던 하나의 스타일, 인상으로 가 꽂힌다. 더 담백하고, 너무 느끼하지 않을 정도의 슴슴함, 때로는 마지막에 불을 올려 더 건조하게, 소스를 평소보다 많이 넣고 진득하게 하거나 (버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면수를 조금 더 쓴다면 ‘꾸덕’하기보다 조금 더 촉촉한 스타일로 질감을 바꿔볼 수 있다.


‘가정식'이라는 표현은 선택을 조금 주춤하게 한다. 결국 자극의 파티가 끝나면 집 밥을 그리워하는 ‘감성'을 건드리려는 시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감성은 조금만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 크게 반응하게 만들고 기억 속에 각인된다. 파스타를 만드는 방식 하나에도, 입안의 질감마다에 시선을 머물게 하면 각각의 새로운 것들인데 어느 가정을 떠올려 정리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다만, 스타일이라는 게 어떤 인상으로 다가올지,


눈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입에 넣었을 때 느낌이 기억에 남을지에 대한 호기심은 소스를 고르는 것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라구식당]은 家庭食(가정식)이라거나, 어떤 화려한 스타일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이 수수한 곳에서 여행으로부터 멀어진 지금 ‘현지’를 느끼고 추억한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라구’를 활용해 얼마간의 숙성과정을 통해 만든 밀도 있는 베이스를 활용해 [라자냐]와 스파게티 면으로 만든 [파스타] 두 가지만 만든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신중하게 골라 만든 소스에서 오랜 시간, 신촌의 한 골목길 안쪽에서 꾸준하게 그들만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보기 드문(그만큼 보고 싶던)匠人精神(장인 정신)을 느꼈다. 이런 맛이라면 이탈리아의 [Home Meal]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가보지 못한 현지에 집이 있다면 그 집 식탁 위에는 이런 [파스타]와 [라자냐]가 올려져 있지 않을까.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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