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우육면관

우육면, 수교

by HERMITAGE



홍콩에 가본 적은 없지만 현지의 맛이란 이런 것일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대만 드라마 <상견니> 속 등장인물들이 매일 먹던牛肉麵(우육면)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진지한 입간판에는 이 메뉴를 補藥(보약)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보약일탕> 보신의 단계를 넘어 藥材(약재)라는 말을 가져다 쓸 수 있을 만큼 진지한 메뉴는 아닌지 기대감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비스듬히 열리는 낡은 문에서, 조금 불편하고 좁은 테이블과 자리가, 현지의 감성까지 연출하고 있다는 인상을 마주한다. 거기에, 윤택한 기운,’기름’이 당기는 걸 보니 解酲(해장)이 필요하다.


지난밤 잘 달궈진 몸 안의 숙취가, 너무 무거운 메뉴는 떠오르기만 하고 고르기엔 부담스럽다. <우육면관>의 기름이 지금 옆에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에도 해장하는 기분으로 국물을 넘길 것이다. 뜨끈한 국물이 食道(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생생하다.


면은 다소 풀어지는 느낌, 刀削麵(도삭면)보다는 맛도 향도 확실히 가벼운 느낌이다. 취향보다는 조금 더 삶아진 것 같다. 그렇다고 불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부드럽고 유연하다. 꾸덕한 국물이 아주 잘 묻어나는 중면을 쓴 콩국수 같은 질감은 아니지만 짙은 국물과 가볍지 않은 고명이 기운을 차리게 만들어, 조금 흩어졌던 정신이 또렷하게 한다.



“청경채는 또 어떠한가.”


东坡肉(동파육)이나 그와 결이 닮은 종류의 ‘고기’를 먹을 땐 공식처럼 옆에 따라붙는다. 어쩐지 삶은 계란이 이곳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이 그릇 안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의문점이다. 고수를 넣을 수도, 밥을 말아먹는 사람도 있지만 말거나, 비비고, 섞어 먹는 건 취향과는 다르다. 재료 각각의 맛을 따로 즐기고, 때론 조합을 해보기도 하면서 드러나는 고유의 특징적인 맛을 찾아간다.


아, 뜨끈한 비주얼에 현혹되어, 고수 넣는 걸 깜빡했다. 고수는‘고수탕’으로 보일 만큼 넉넉하게 넣었어야 하는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이번엔 틀렸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각각의, 본연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 특징을 두드러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가령, 어울릴만한 사이드 메뉴를 골라 주문해 곁들인다거나 하는 것이다. 오이에 대해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두 가지 준비된 사이드, <오이소채>와 <수교>를 모두 주문한다. 보약 한 그릇만으로는 어쩐지 아쉬울 것을 알기에,


주저할 수 없다. 素菜(소채)는 냉장 보관이 잘 되었다. 채소 그 자체로, 뜨거운 메인 메뉴가 입에 남아 넘치게 베였을 때, 올 수 있는 부정적인 인상을 換氣(환기) 하기 유리한 맛이다. 매장에서 혹여, 국물을 들이마시며, 땀 흘릴 것에 대비해 강렬히 뿜어져 나오는 寒氣(한기)가, 국물의 열기, 면에 묻어나는 그 뜨거움과 대비되어 기억에 남을 異質感(이질감)을 준다. 기름은 그 사이에 입안을 장악하고 주문과 동시에 빚기 시작하는 <수교>를 한입 문다.


여기도 기름이다. 반으로 갈라진 그 틈에서 머금었던 아주 뜨겁지만은 않은 온도의 적당한 기름기, 한국의 <만두>보다 왠지 모를 투박함으로 완성되어야 더 맛있는 중국식 <물만두>에 감탄한다. 아마, 오늘 이후 언젠가 청계천의 [미쉐린가이드]에 오른 집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이 온다면, <우육면>의 진중한 국물보다 <수교>의 기름기를 떠올리지도 모르겠다. 거들뿐이었던 素菜(소채), 오이는 몰라도, 몇 번 쥐었다 폈다 무심한 듯 뚝딱 만들어 낸 만두는 다르다. 다시금, <만두>를 빗어 먹는 동북아시아권에서 최고 실력자는 역시 중국이라는 생각이 굳어진다.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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