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센터가 마치 벼랑 위의 흔들리는 집처럼 인식되던 시기를 지나(가기 너무나 두렵고 낯선 곳)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순간에 상담을 고려하는 것 같다. 심각한 병이 있어야만 상담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도 많이 변화한 것 같다.
그러나 대체 상담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이 의문이 상담센터에 발을 들여놓기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심리학자의 숙제라고 본다.
하지만 학문에 갇힌 사람들은 의외로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기 어려워진다. 바로 이 '상담'이라는 개념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까지 무수히 입구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어렵다.
" 상담하러 가면 말 몇 마디 주고받는 것 아니야?"
" 친구들이랑도 충분히 힘든 걸 얘기하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
시니컬한 이 시선은 꼬꼬마 학부생 시절의 내 것이다, 허허.
반대도 있다.
" 상담비용을 냈으니, 선생님이 마술사처럼 내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 아니, 왜 해결책을 알려주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거야!"
양 극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둘 모두 비슷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찌 보면 당연한 시선인 것 같다.
우리는 미용실에 가면 뭘 하는지 잘 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경험했기 때문에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다 안다.
펌을 할 거면 펌 약을 발라야 할 거고, 커트를 한다면 가위로 머리를 자르고 이발기로 밀기도 할 거다. 처음 가보는 미용실이라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하다면 리뷰도 검색할 수 있고, 주변에 가본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그만큼 정보가 많고, 결국 접근성에 있어 장벽이 낮다는 말이다.
그러나 상담은 아니다. 우리는 상담에 가면 뭘 하는지 상세히 경험해 본 일이 잘 없다. 주변에서도 들어본 적이 많지 않다. 여전히 상담은 다소 폐쇄적인 영역 안에 있다.
이 그림은... 조금씩 꺼내지는 실타래를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 상담사의 모습일까?적나라하군..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담은 일반적인 대화 이상의 효과를 가지기는 한다.
학부 4년, 석사 2년 반, 수련(자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3년이면 거의 10년의 공부 기간이다. 정말 효과적인 상담을 하기 위해 공부한 시간이다.
그 이후로도 쭉 일을 해왔건만, 그럼에도 여전히 상담이 참 어렵다. 상담자들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물론 끝없이 새로운 기법과 연구가 쏟아져 나오기는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열심히 배우고 익혀도 늘 부족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상담자는 상담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내담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살피며, 그 안에서 내담자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들도 함께 읽어야 한다.
내담자 분들도 초반에는 50분 상담이 끝나면 운동한 것처럼 피곤하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상담자도 상당한 에너지를 들여서 상담에 임한다. 상담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 케이스를 제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상담은 마법적인 효과를 낼 수는 없다.
당신의 모든 어려움을 완벽하게 해결해 드리고 소망을 이루어드립니다, 자 여기 꿈속의 상담센터로 놀러 오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상담센터는 없다.
혹시 있다면 그곳으로부터는 도망가시길 권한다. 위험하다….
그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결국 내담자는 상담자 없이도 잘 살아야 한다. 상담의 목표는 상담자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함께 달리며 페이스를 조절할지언정, 결국에는 이 사람이 혼자 행복하게 달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서론이 길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그렇다면 상담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자, 상담에는 참 다양한 기법이 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 상담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치료 방식이 존재한다.
상담자마다 자신이 주로 트레이닝을 받고 선호하는 이론과 기법이 다르다.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가령, 저는 미술을 해요, 라고 소개한다고 해보자. 미술 안에도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을 것이다.
누구는 유화를 전공했을 것이고, 누구는 도예를 전공했을 것이다. 그래도 둘 모두 기초적인 데생이나 스케치는 공부했을 것이다. 상담도 비슷하다. 큰 틀은 상담이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주된 이론이 있다.
이제 상담자는 자신의 그 이론을 기반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모든 상담이 기법적인 차이는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다.내담자가 건강하게 잘 기능할 수 있는 상태를 목표로 한다.
상담자는 첫 상담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기 위해 질문도 많이 하고, 경청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계속 추가되고, 또 변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내담자를 중심으로!
목표가 잡혔다면, 그 목표를 위해 필요한 과정을 진행한다.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결국 공부를 하다 보면 모든 상담 기법은 연결된다는 느낌도 든다. 대신 그 안에서 상담자의 성향과 지향하는 이론, 주로 사용하는 기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흔한 상담 진행방식은 내담자가 자유롭게 그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이 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져올 수도 있겠고,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날 이 이야기를 상담자와 하고 싶은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상담자는 그 이야기를 당신의 큰 삶의 이슈와 연결시키기도 하고, 그 안에서 앞으로 나아갈만한 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당신에게 그대로 돌려주며 자 이렇게 하세요! 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신이 그 답을 찾아낼 수 있게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상담자의 숙제다. 당신이 준비가 되었으나 정말 방법만을 모르는 것 같다면, 슬쩍 방법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어느 순간 내담자는 스스로 자신의 답을 말하게 된다.
이 문제가 내 안에 있었음을 깨닫고, 나의 어떠한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지 알게 된다. 아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는 것이 시작이다. 이십 대 초반, 나의 내담자로서의 경험도 비슷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가 심각하여 고통스럽고 그 점에 대해 호소한다면, 상담의 목표는 그것을 경감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상담은 철저히 당신이 행복하기 위해 진행된다.
상담자는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하겠지만, 당신의 건강을 위해 종종 당신과 대립하는 순간도 있겠고,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는 기대한 것과 다른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담을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라 부른다. 힘들어서 상담에 왔는데, 또 부서져야 하나요?
상담자는 당신을 부서트리고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항상 고통을 받는 그 지점을 찾아 함께 부수고, 당신과 함께 그 조각들을 다시 당신이 고통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 당신의 몸 안에 넣을 것이다.
그 과정은 힘들지도 모른다. 모든 나아가는 과정이 항상 편안하고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가치가 있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망설이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이 적나라한 정보를 읽고도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을 한 것만으로도, 당신은 참 용기 있고 멋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