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와 쓰기 습관을 키운 지 한 달째라는 감격스러운 하루가 가고 오늘은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때마침 복용하던 배란유도제도 안 먹으니 미묘하게 지속되던 우울감이 사라졌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나는 확실히 느껴진다. 오늘은 정말 '보통의 기분'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음 주기가 오면 또 약을 먹어야 하지만 당분간은 이 보통의 기분을 만끽하자!
어제 음식과 식습관에 대한 나의 오랜 애증이 폭발했다.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일이 끼니 챙기기와 요리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먹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은 크나큰 불행이다. 내가 면역력이 낮은 것도 잔병치레가 잦은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제때 잘 안 챙겨 먹어서 생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벌써 2년 전 청천벽력 같은 폐결핵을 앓고 난 후 끼니 챙기기는 목숨과도 같은 일이 되었다. 하지만 중요성을 깨달은 것과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은 별개였다. 무던히도 괴로워하며 억지로 삼시 세 끼를 챙겨 먹는 나.
그 괴로움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끼니 챙겨 먹는 것을 좋아하기만 한다며... 하루 세 번의 괴로움이 하루 세 번의 즐거움으로 바뀌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니 내가 요리가 싫은 이유는 그것보다 재미난 일이 훨씬 더 많이 때문이었다. 요리에 몇 시간 투자하느니 그 시간에 소설도 읽을 수 있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멍 때 리거나 남편이랑 이야기도 나누는 게 나에겐 훨씬 즐거웠다. 하지만 이제 내 하루를 정말 단순하게 만들기로 작정했다. 나의 모든 자유시간을 끼니 챙겨 먹는 일에 쓰겠다고.
일하고 운동하고 청소하고 글 쓰고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에 나가는 이런 특별한 일과가 없는 시간은 무조건 먹는 생각만 하는 것이다. 남편은 나에게 '당신이 요리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것은 경험의 부족'이라 지적했다. 타고난 재능도 없는데 노력마저 안 했기 때문에 메뉴를 떠올리는 일 마저 고문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나는 이제 잘 먹기 위해 하루를 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매일 걷기와 매일 쓰기도 절어버렸는데(고작 한 달 성공하고 ㅋㅋㅋ) 이것쯤이야! 마음먹는 게 어렵지, 한다면 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운동 가기 전 나는 건두부를 토르티야처럼 활용해서 닭가슴살을 구워 올리고, 상추와 치즈 그리고 머스터드 소스를 뿌려 말아먹었다. 일명 단백질 폭탄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다. 밀가루는 최대한 멀리 해야 하니 앞으로 건두부포를 여러 가지 요리에 활용할 생각이다. 배두둑 하게 챙겨 먹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원에 갔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기운이 넘쳐서 조금 빠르게 걷거나 천천히 뛰면서 공원을 돌았다. 아, 이런 기분이었지 초반에! 약을 안 먹으니까 너무 좋다.
2020.05.14 매일 걷기 31일차_ 마스크 깜박해서 ㅠ 그려넣음
오늘도 역시나 과학 팟캐스트를 들었다. 오늘은 범죄 프로파일러 특집이었다. 범죄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엄청 무서워하면서도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있어서 집중해서 들었다. 엄청나게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중에 몇 가지만 적자면, 오늘 게스트로 나오신 프로파일러 님께 전혀 흔적이나 단서를 남기지 않은 사건 현장도 보신 적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런 현장이 훨씬 더 많다고 하셨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현장에 지문이 전혀 남지 않아서라기보다 현장에 너무나 많은 지문과 흔적들이 있어서 어려운 경우라고 했다. 오히려 현장이 깨끗할수록 말해주는 바가 명확해진다고 한다. 그만큼 계획적인 범행이고 치밀한 범죄자라는 말이 되고 강박증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제 말했듯이 오늘은 걷기 운동을 다녀온 후 똥배를 빼는 운동도 시작하기로 했다. 열심히 걷고 집에 도착하자 땀이 흘렀는데 쉬지 않고 바로 뱃살 빼기 운동을 준비했다. 우선 드디어 나의 뱃살을 제대로 측정해보기로 했다. 한때는 25인치 청바지도 입을 때도 있었는데 나조차도 믿기지 않는다. 총 두 군데를 쟀다. 배꼽에 맞춰 한 번, 배꼽에서 2~3cm 정도 아래에 나의 배에서 가장 살찐 곳을 한 번 쟀다.
충격적인 숫자를 보고 말았다.
배꼽 기준 허리둘레: 82.5cm (인치로 환산하면 대략 32인치 정도였다)
가장 뚱뚱한 곳 기준 허리둘레: 88.4cm (인치로 환산하면 대략 34~35인치였다)
미.쳤.다
믿을 수 없어. 남편 뱃살 보며 웃을 때가 아니었다. 유난히 배가 나왔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나는 그 숫자들을 수첩에 기록해두고 유튜브로 뱃살 빼는 운동 영상을 틀었다. 허리를 바닥에 깔고 누워 영상에서 시키는 데로 열심히 다리를 공중에서 들어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며 운동을 했다. 겨우 7~8분 정도의 운동 분량인데 8분이 끝날 쯤엔 기진맥진해 있었다. 아랫배에 힘을 주며 운동을 하라고 했는데 다 하고 나서 일어서려고 하니 사타구니 쪽이 엄청나게 당겼다. 휴, 그래도 오늘 운동은 이것으로 끝이다.
이 정도 운동으로 과연 뱃살이 빠질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다. 한 달 뒤에 제발 1cm만이라도 허리둘레가 줄어있었으면!
좋은 습관 하나를 만들어 놓으니까 그 습관이 또 다른 습관까지 연결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늘 두 다리 뻗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