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해가 참 길어졌다. 저녁 8시에 나왔는데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하늘이 짙은 푸른색이다. 오늘도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저녁에 나오면 특히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분들이 많다. 어둠 속에서도 강아지들의 고 귀여운 뒤태에 정신이 혼미하다. 마음 같아서는 백만 번도 더 만져보고 안아보고 싶지만 꾸욱 참는다. 아고 귀여워, 통실통실한 강아지들의 뒤태!
두 바퀴쯤 걸었을 때 음악을 끄고, 과학 팟캐스트를 들었다. 오늘 주제는 '가위눌리는 현상'이었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가위눌렸던 때가 떠올랐다. 그날따라 무슨 이유였는지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자려고 누웠다. 가끔씩 무서울 때나 마음이 울적할 때 부모님 방에 가서 잤던 것 같다. 부모님은 이미 잠에 드셨고 나는 잠이 안 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든 순간 귀를 찢을 듯한 뱃고동 소리와 눈 앞에 거대한 배가 나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꼭 타이타닉 호 같은 유람선이었는데 나는 칠흑 같은 바다에 떠 있었다. 몸은 누가 바닥으로 찍어 누르듯 무겁고 꼼짝할 수 없었다. 눈을 뜨고 있었는데 펼쳐지는 환각 형상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고 너무 무서웠다. 그날 이후로 종종 가위에 눌렸는데 생각해보니 가위에 안 눌린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가위는 몸은 잠이 들었는데 의식이 깨어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잠에 들었을 때 꿈에 보이는 데로 실제 몸이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몸이 자물쇠로 잠근 것처럼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의식은 깨어있게 되면 몸은 움직일 수 없는데 꿈인지 환상인지 하는 것을 보고 듣게 된다.
가위는 눌릴 때마다 기분이 너무 나쁜데 그래도 귀신이 누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가위에 눌려도 "아, 또..." 이러면서 가위를 풀려고 무덤덤하게 애쓴다.
가위눌림과 반대되는 현상이 몽유병이라는데 몸은 깨어있는데 의식은 잠이 든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보통 사람들은 몽유병이 꿈결에 걷는 것이란 생각을 하지만 렘수면 상태가 아닌 비렘수면 상태에서 걷는 것이기 때문에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걷는 것이라 한다. 재밌는 과학 상식을 들으며 어느덧 마지막 바퀴를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김없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오늘은 복근 근육통이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여전히 당길 때마다 아프긴 하지만 어제처럼 곡소리 날 정도는 아니었다. 스트레칭만으로 똥배 뿌시기 운동을 대체하기 아쉬워서 어제 배운 필라테스 호흡법을 몇 번 더 해주었다.
허리둘레: 89.6cm (첫날 대비 1.1cm 증가. 똥배 뿌시기 운동 24일 차인데 둘레가 더 늘어나는 싱기방기한 현상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