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어딜 가든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얇은 겉옷을 꼭 챙긴다. 낮에는 태양이 뜨거운데 건물에만 들어가면 으슬으슬. 집에서 저녁을 먹고 운동 갈 채비를 하는데 밤이라 쌀쌀할 것 같아서 긴바지와 후드 점퍼를 걸쳤다. 더우면 어쩌지?라는 염려가 무색하게 바람이 차다. 으... 추워(추위 많이 타는 편) 투덜대면서 공원으로 나갔다.
2020.06.17 매일 걷기 65일차!
8시 조금 전에 도착했더니 아직 밝다. 한동안 음악만 듣다가 다시 과학 팟캐스트로 돌아갔다. 오늘의 주제는 '냄새의 과학'이었다. 재밌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페로몬 향수는 상술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은 페로몬을 뿜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동물들이 페로몬을 뿌리며 이성을 유혹한다는 이야기를 주워듣고 인간도 동물이니 그래서 페로몬 향수라는 아이템이 나온 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은 페로몬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페로몬 향수를 뿌렸다고 이성들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뒤를 돌아보고, 그 향수를 쓴 사람을 매혹적으로 느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냄새를 맡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분이 과거의 기억을 회상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과 가까워서 우리가 특정 냄새를 맡을 때 기억 훅 떠오르기 쉽다고 한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떤 냄새가 하나 떠올랐다. 피비린내와 흡사한 쇠 냄새였는데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소년(?)이 항상 메던 벨트 냄새였다. (쇠로 된 징이 박힌 ㅋㅋㅋ 벨트였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헤어질 수밖에 없어서 마지막으로 만난 날 나에게 자신의 벨트를 선물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그 나이 때에나 가능했던 형태의 사랑이다. 한국에 돌아와 결국 장거리 연애는 몇 달만에 마무리가 되었다. 장롱 속 어딘가에 깊숙이 파묻혀있던 벨트를 몇 년만에 발견했었다. 벨트를 들어 올리자마자 콧속을 강타하는 쇠 냄새와 함께 그 소년의 얼굴이, 미소가,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물론 그의 체취가 남아있던 벨트는 진즉에 처분했지만 아직도 기억 어딘가에는 그 특별한 냄새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남편의 냄새가 떠올랐다. 사실 남편에게서는 흔히 홀아비 냄새(?) 비슷한 남자들만의 특유의 향이 난다. 객관적인 관점으로 호감을 주는 향은 아니지만 너무 좋다. 그냥 그 냄새를 맡으면 내가 안고 있는 이 듬직한 남자가 우리 남편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전달해줘서 좋다. 그 누구도 아닌 이 사람만의 향이라서 좋은 것 같다.
냄새에 관한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으며 중간중간 추억에도 잠기고 즐겁게 걸었다. 컨디션은 오늘도 최상은 아니라서 가볍게 두 바퀴만 걷고 돌아왔다.
운동 후 물 한잔 D+8
운동 후 생수를 한 잔 들이켰고,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며 글을 남기고 있다.
오늘도 이렇게 나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항상 보내는 게 아쉬운 하루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야 만 내일을 살 수 있으니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