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덥다 더워! 낮동안 여기저기 땡볕에서 돌아다녔더니 집에 돌아와서는 녹초가 되었다.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어 혼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티브이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시는 '가장 보통의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때부터 팬이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보면 식사를 했다.
그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배우 홍지민 씨의 두 딸이 나왔다. 동생은 이제 한 두 마디 할 수 있는 나이라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지 못했다. 언니와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마음에 언니가 무언가를 가지고 놀 때마다 옆에 가서 언니가 들고 있는 물건을 뺏었다. 그러면 두 살 터울 언니는 조금 실랑이를 하다가 그 물건을 놓고 휙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 이게 계속 반복되면서 부모의 눈에는 동생이 언니를 괴롭히는 모습으로만 보이고, 말 못 하는 둘째의 설움은 커져만 간다.
육아는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학원에서 일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아이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 산교육이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밑거름일 테지만 종종 지나고 나서 후회되는 일들이 있다. 오은영 박사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들으며 지난날 내가 서툰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했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진지하게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고 싶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슬슬 일어났다. 낮에 많이 걸었지만 오늘의 걷기 운동을 위해 힘을 냈다. 이미 8 천보 정도 걸었기 때문에 공원에 걸어갔다가 한 바퀴만 돌고 다시 집으로 걸어오기로 마음먹었다.
2020.06.20 매일 걷기 68일차
걷는 동안은 과학 팟캐스트를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술'이었다. 마침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있을 남편이 떠올랐다. 한껏 들떠서 목청껏 떠들고 있을 그 해맑은 얼굴이 떠오르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그래, 재밌게 놀다 와.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관심 주제는 아니었지만 내용은 재밌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취중진담이란 말이 진짜일까? 였다. 술에 취하면 간혹 평소에 전혀 하지 않았던 말이 나오거나, 뜬금없이 고백을 한다든가, 조용하던 사람이 욕을 한다든가 하는 일이 생긴다. 그렇다면 술에 취한 행동이나 말은 진심인 것일까? 나는 그렇기도 하지만 아닐 때도 있을 것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상태였다. 팟캐스트에서는 술에 취해서 하는 말이 100% 진심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사람의 생각을 무 자르듯 진심인 것과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없다면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생각들 중에 억제되어 있던 부분이 튀어나오는 것이라 했다. 따라서, 술에 취해한 말을 그 사람의 주된 생각으로 부풀려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 뭐, 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서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콸콸 들이켠 적이 있는데 그때 술에 취해 가슴속에 쌓여있던 울분(?)을 모두 거침없이 쏟아냈던 기억이 있다. 말을 하면서 그간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이라 어찌나 통쾌하던지! 술에 취한 경험은 괴로웠지만 그때만큼은 솔직해질 수 있어 속이 시원했다. 이런 걸 보면 어쨌든 술에 취해도 속에 없던 말이 나오는 건 아니란 생각도 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