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기, 매일 쓰기 D+71

by 마리뮤







어제 쓴 글은 몇 시간 뒤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발행을 취소했다. 격한 마음에 걸러지지 않은 마음들을 쏟아냈더니 속이 후련한 반면 자꾸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제의 감정싸움으로 하루 종일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남편이 고향집에 내려가 있었을 때 통화로 싸운 일이라 화해도 제대로 못하고 오늘을 맞이했다.


남편에게 내가 원하는 공감의 언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수도 없이 확인하게 되니 이번에도 내가 포기하고 어물쩍 넘어가야 하나 아니면 매번 조금 더 내 입장을 관철시켜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남편에게 연락이 없었고 나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오후 3시쯤 카톡이 하나 왔다. 곧 집에 도착한다는 남편의 메시지였다. 집에 내려간 김에 며칠 더 있다 올 줄 알았는데 나랑 어제 다투고는 마음이 안 좋았는지 바로 출발했나 보다.


자존심 다 팽개치고 그와 화해해서 이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고 싶었는데 참고 또 참았었다. 매번 내가 마음 약해서 금방 화해했던 것이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재생산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편의 연락에 벌써부터 마음이 풀리고 흐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이쿠. 고민이 깊었다. 남편은 또 아잉, 하며 대충 넘어가려 들 텐데... 어떻게 하면 내 이 곪은 감정을 진심으로 느껴지게 만들까.


고구마를 손질하고 있는데 문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대문을 열자마자 두 팔을 넓게 벌리더니 "여보 나 왔어. 안아줘, " 했다.


나는 아랫입술을 삐죽이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음은 이미 남편과 화해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환호했지만 진심 어린 사과와 앞으로의 변화를 위해 내가 얼마나 더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속에 있던 말들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그렇게 원하던 화해를 했다.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또 다른 변이를 일으키며 발생할 테지만 뭐 어쩌겠나.


남편과 화해를 하고 저녁은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배불리 먹고 났더니 벌써 저녁 9시였다. 매일 걷기 운동의 변수가 부부싸움이 될 줄은 몰랐지만 어제의 최대 위기도 극복했으니 힘들어도 지켜내야지.


20200623_220556.jpg 2020.06.23 매일 걷기 71일차!


귀찮고 몸이 무거웠지만 남편과 함께 나갔다. 공원에 걸어가는 길에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비가 오려는 건가? 우리는 상황을 지켜볼 겸 공원 대신 집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다. 여차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자는 계획이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동네에 새로 생긴 가게들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20200623_224932.jpg 운동 후 물 한잔 D+14

남편과 손을 잡고 산책을 하니 행복했다. 가끔은 미워 죽겠다가도 결론은 항상 똑같다. 미운 짓을 해도 오래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편 없는 삶은 이젠 상상하기가 어렵다.


남은 6월은 매일 평온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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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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