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정신없는 하루였다. 남편이 퇴사한 이후 요리에 열의를 보인다. 원래 나보다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요리도 잘하는데 종종 요리를 하는 것 외의 주방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 본인이 밥을 차려먹는 시간이 느니 갑자기 주방 대청소를 하자고 나섰다.
나도 게을러서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계속 미루고 미루어왔는데 이참에 싹 정리를 하자며 동의했다. 싱크대 쪽에 쭉 늘어놓고 쓰던 조미료도 싱크대 밑 공간에 정리해두고, 키가 안 닿아 수납하기 어려웠던 공간에는 평소 쓰지 않는 것들로 채워 아랫 공간을 더 확보했다.
나는 또 서울에 집 보여주러 가야 해서 저녁 6시쯤 집을 나왔다. 하루 종일 주방 정리를 하느라 걷기 운동할 틈이 없었기 때문에 볼일을 보러 나가는 길에 걷기 운동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2020.07.05 매일 걷기 83일차!
집에서 5분만 걸어 나가면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일부러 4 정거장 정도를 걸어가서 탔다. 요새 매일 걷고 있는 아파트 사이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가면서 역시나 팟캐스트를 들었다. 이번 게스트는 김민식 PD 겸 작가님이셨다. 지금은 안 하지만 예전에 가장 즐겨 듣던 '책 이게 뭐라고'라는 팟캐스트에 <매일 아침 써 봤니?>라는 책으로 나오셨을 때 사람이 너무 유쾌하고 언변이 좋으셔서 무척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 다른 팟캐스트에서 또 뵙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오늘 들은 이야기 중에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 번에 큰 행복이 아니라 자잘한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이걸 재테크 쪽에서는 한방에 큰돈보다 조금씩 자주 들어오는 돈이 더 낫다는 말로도 변형할 수 있단다. 맞다. 인생은 하루하루의 연속이기에 어제의 큰 행복보다 오늘의 작은 행복이 언제나 더 크고 귀하다. 나도 무수한 오늘의 행복들을 이루어 나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하루였다.
아참, 그리고 주방 정리를 하면서도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집이 워낙 작아서 매번 물건을 둘 공간이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막상 모든 것을 싹 꺼내고 이리저리 효율적인 배치를 해보니 생각보다 공간이 넉넉한 것이었다!
이것은 비단 집의 공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하루도 매번 '~할 시간이 도저히 없어!'하고 볼멘소리를 했는데 쓸데없는 것에 할애하는 시간을 없애고 이리저리 효율적인 시간 분배를 하면 분명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시간이 생길 거라고.
오늘은 비록 30분 정도의 짧은 걷기였지만 하루를 정리하며 내면의 대화를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