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기, 매일 쓰기 D+85

by 마리뮤






뒤늦게 '부부의 세계'를 정주행 중이다. 하도 인기도 많고 회자도 많이 되어 보고 싶었던 드라마인데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되어 며칠 전에 시작했다.


현재 벌써 10회까지 봤다. 하루에 3편씩은 몰아서 본 듯하다. 덕분에 취침시간이 자꾸 늦어지더니 급기야 새벽 3시에 자기도...


저녁을 먹고 또 드라마 2편을 내리 시청하는 바람에 9시 반이 되어서야 걷기 위해 밖을 나섰다.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부부의 세계'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각 인물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0200707_215520.jpg 2020.07.08 매일 걷기 85일차!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는 말이 입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김희애 씨에게 감정 몰입을 하면서 보고 있지만 때때로 다른 인물들에게로 옮겨가기도 한다. 특히, 아들에 대한 태도를 볼 때마다 내가 숨이 턱턱 막히며 제발 좀 Personal Space를 지켜달라고 소리치고 싶다. 극 중에서 아들이 엄마의 마음을 몰라줄 때는 물론 속이 상하지만 허구한 날 아들 방문 앞에서 끝까지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면 엇나가는 아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고 남는다.


이 Personal Space에 대한 생각을 하자 두 명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엄마, 그리고 남편.


나도 성장하면서 엄마에게서 내 공간을 침범당하는 기분을 자주 느꼈다. 지금에 와서는 딸에 대한 걱정과 절대적인 애정을 이해하지만 그때에는 무엇하나 내 마음대로, 혹은 엄마 몰래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갑갑했다. 이 Personal Space는 비단 공간이나 행동에 제약 같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부정적인 감정을 엄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종종 가면을 써야 했다. 화가 나거나, 짜증 나거나, 괴로울 때도 이 감정을 들키기라도 하면 과도하게 엄마를 걱정시키거나 혹은 이 감정의 이유를 결국 속속들이 알아내고야 말 것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편했다.


반대로 내가 종종 남편의 Personal Space를 침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애정이 때로 나를 숨 막히게 했던 것처럼 나도 남편에게 똑같이 하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면 나는 꼭 그날 화해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이유로 때론 남편이 감정적으로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인데도 그를 자극한다. 억지로 대화를 하자며 그를 동굴 밖으로 끌고 나온다.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하루를 넘기지 않고 화해하고 잘 풀어왔지만 오늘 갑자기 과연 내가 그렇게 했던 게 잘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드라마를 보고 이런 생각까지 하며 걷고 있다니... 나도 참.


답은 없는 생각이다. 아무쪼록 빨리 정주행을 끝내고 다시 아침 시간을 좀 확보할 수 있게 일찍 자야겠다.



20200707_223417.jpg 운동 후 물 한잔 D+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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