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그라미가 될 수 있을까.
손님의 미세한 몸짓이나 시선을 자동으로 알아차리고,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눈과 귀는 손님의 작은 움직임이나 의사를 포착하는 중요한 센서가 된다. 필요 이상으로 관찰하여 불쾌하게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포착한 정보에 따라 재빨리 손을 움직인다.
하루의 시작. 세계가 눈을 뜨고, 세상의 모든 톱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하는 시간. 그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 돌고 있는 나. 나는 세계의 부품이 되어 이 '아침'이라는 시간 속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다.
학교에 불려 나온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안한 듯 중얼거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또 뭔가 나쁜 짓을 저질러 버린 모양이지만, 나는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학생, 밴드를 하고 있는 젊은 남자, 프리터, 주부,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같은 제복을 입고 '점원'이라는 균일한 생물로 다시 만들어져 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날의 연수가 끝나자 모두 제복을 벗고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꼭 다른 생물로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밖에 나가면 내 인생은 또 강간당합니다. 남자라면 일을 해라, 결혼해라, 결혼을 했다면 돈을 벌어라, 애를 낳아라, 무리의 노예예요. 평생 일하라고 세상은 명령하죠. 내 불알 조차 무리의 소유예요. 성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자를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취급당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