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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Apr 22. 2020

매일 걷기, 매일 쓰기 D-9

유비무환의 자세



아침 걷기 운동을 시작한 이래 아침에 눈을 뜨 나의 관심은 온통 날씨에 집중된다. 창 밖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의 밝기로 하늘의 맑기를 유추한다.


오늘은 무려 6시에 일어났다! 아니, 분명 어제 아침 7시에 기상하고 스스로가 대견해서 감동했는데 6시라니. 하지만 어제저녁 8시 반에 잠든 것은 나만 알고 싶은 비밀! (ㅋㅋㅋ) 아프지 않은 이상 저녁 9시가 되기 전에 잠든 적이 없는데 어제는 특이한 날이었다. 불가능할 줄 알았던 아침형 인간이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되어가는 건가.


아침 토스트를 간단히 해 먹고 무엇을 입고 운동을 나갈까 고민했다. 어제 강풍에 오들오들 떨며 걸었기 때문에 오늘은 만발의 준비를 해야지 각오했다. 오늘도 바람이 엄청나다는 말에 울 스카프를 꺼내어 목에 둘러봤다. 후드티에 울 스카프라니... 미간이 찡그려질 정도의 부조화였다. 하지만 목을 감싸주는 운동복도 없고, 가볍게 목을 덮을 손수건 하나도 없는 현실에 타협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인증사진 찍기도 부끄러운 차림으로 나갈 뻔했는데 남편이 나를 살렸다.


"여보, 오늘 강풍 주의 보래. 패딩 입어"


패딩!! 그렇다. 내게는 목 위까지 올라오는 패딩 코트가 있다. 4월이 끝나가는 완연한 봄이란 인식 때문에 패딩을 꺼내 입을 생각을 못했던 나의 굳은 사고. 봄이라고 패딩을 입고 나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렇게 추운데 말이다.


어제 드디어 자전거에 바람도 넣고 바구니도 달았다. 나의 애마가 생생한 기운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칼바람을 뚫고 공원을 나가면서 다시 한번 패딩을 입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2020.04.22 매일 걷기 9일차_ 이젠 목이 따듯해요!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에 앞서 무엇을 들을까 고민했다. 재미는 덜 했지만 그래도 <메타인지 학습법>이란 책을 이어 듣기로 했다. 어서 다 읽어버려야지!


오늘은 어제보다 집중이 잘 됐다. 아마 어제는 추워서 책도 귀에 잘 안 들어왔던 것 같다.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학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이가 생각하고 답을 말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정해진 수업 시간 때문이기도 하고, 한 아이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놓치는 아이도 생기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것을 아이의 부모님이 원하는 경우도 있다. 수업 때 정해진 분량을 꼭 맞춰 달라는 요구를 받거나, 아이의 이해 속도에 상관없이 더 어려운 단계로 빨리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으 교사로서 매우 큰 스트레스와 고민에 빠진다.


아이가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판단하고 인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조망하고 관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기다림'이 부모나 교사가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다. 현실적 제약, 끊임없는 비교, 빠른 성취에 대한 욕망을 모두 끊어내고 아이를 기다려 준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모와 교사가 '기다림'이란 한 글자를 가슴속에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 방법은 스스로 가르쳐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정말 많이 들어봤다. 아이가 스스로 배운 것을 타인에게 가르쳐주는 행위만큼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은 없다고.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내용을 아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개념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가르침(teaching)'이라고 했지만 간단히 아는 것을 말해보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가지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분이 자신이 그날 공부한 내용을 자기 전에 A4용지에 빼곡하게 적는 방법으로 단기 합격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공부한 내용을 적으면서 메타인지가 작동하여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 매일매일 점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밌게 듣다 보니 어느덧 네 바퀴를 다 걸었다. 책은 내일이면 완전히 끝날 것 같다. 3~4일에 한 권을 들을 수 있다면 한 달이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10권 정도는 너끈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좋다!


매일 봐도 매일 아름다운 풍경

걷기 운동을 마치니 8 천보가 찍혔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서 조금 적다. 그래도 남은 하루 동안 열심히 움직이면 또 1 만보가 채워지겠지. 오늘은 아침부터 서울에 일도 있고, 오후엔 학원 수업도 있는 날이라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 그래도 아침 시간을 쪼개어 운동하러 나온 나, 기특하다. 수고했어!




매일 걷기, 매일 쓰기

D-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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