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기예보를 챙겨보는 편은 아닌데, 아침식사를 하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오늘의 날씨를 봤다. 바람이 많이 불어 어제보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했다. 무엇을 입고 나갈 것인가! 평소 입는 옷은 교복처럼 정해져 있지만 날씨가 더 춥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똑같이 입고 나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걷기 운동을 하는데 너무 두껍게 입고 나갔다가 자칫 더워서 괴로울지도 몰라 난감했다. 바람이 아무리 많이 불어도 걸으면 땀이 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평소 입는 후드티보다 살짝 더 두꺼운 후드티를 입고 나갔다.
아파트를 막 나섰을 때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들어가서 더 챙겨 입을까를 백만 번 고민하다가 운동하기 전이라 추운 것이라 스스로를 타이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예전에 남편과 제주도에 놀러 갔던 날이 떠올랐다. 미친 듯이 바람이 불었던 그곳에서 그래도 기념사진을 남겨보겠다고 삼각대를 펼치고 온갖 고생을 다했던 그 날... 폭풍처럼 바람이 휘몰아치던 그날이 떠오르는 날씨다.
오늘은 아침잠 많기로 유명한 내가 무려 7시에 일어났다. 걷기 운동의 또 다른 효과다. 일찍 일어나서 기분이 무척 좋았는데 우중충한 하늘과 거센 바람 때문에 시무룩해졌다. 일주일간 너무 재밌게 걸었는데 오늘은 빨리 걷고 집에 들어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원으로 나온 나를 칭찬하고 싶다.
2020. 04. 21 매일 걷기 8일 차_부제: 바람아 멈추어다오
목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목이 칼칼했다. 조금 흉해 보일지 모른다는 걱정을 뒤로하고 푹 눌러쓴 모자 위에 후드에 달린 모자까지 겹쳐 썼다. 목 사이 공간이 막아지면서 한결 나아졌다. 다음엔 바람이 분다고 하면 꼭 스카프라도 더 둘러매고 나와야지.
어제에 이어 <메타인지 학습법>이란 오디오북을 들었다. 가뜩이나 날이 차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딱딱한 내용의 글을 집중해서 들으려니 즐겁지 않았다. 두 바퀴를 걷는 동안은 꾹 참고 들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팟캐스트를 켰다. 팟캐스트는 여러 명의 MC와 게스트가 나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기 때문에 훨씬 편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오늘의 게스트는 '생각정리 스킬'에 대한 책과 강의를 하고 있는 분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은 총 5단계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는 생각을 비우는 단계, 두 번째는 생각을 채우는 단계, 세 번째는 생각을 저장하는 단계, 네 번째 생각을 설계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로 설계된 것을 토대로 표현하는 단계이다. 명상이나 휴식 등으로 생각을 비우고, 독서나 강의 등으로 생각을 채우고, 거기에서 얻은 생각을 기록하거나 보관하고 그 자료들을 정리하고 다듬어 하나의 체계를 갖춘 생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듣다 보니 아까 들은 <메타인지 학습법>이란 책과 연결이 된다. 메타인지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생각과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야 한다. 두서없이 흐트러져 있으면 내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을 파악하기 어렵고 원하는 때에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꺼내 쓸 수 없다.
생각정리 스킬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툴을 추천해주셨다. 대표적으로 알마인드와 싱크 와이즈라는 툴을 추천하셨는데 전혀 들어본 적 없던 툴이라 감이 오지 않았다. 간략히 말해서 온라인으로 마인드맵을 그리게 도와주는 툴이라고 한다.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보니 오늘의 게스트였던 복주환 작가님의 책들이 모두 있었다. 책을 읽어보고 추천해주신 생각정리 툴도 한번 사용해 봐야겠다. 내가 독서 리뷰를 쓸 때 마인드맵이 특히나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방면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좋은 습관이다. 특히나 매일 하는 꾸준한 운동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한 예찬은 빠지지 않는다. 평소에는 '아, 나도 어서 실천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뿌듯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맞아, 나도 알지! 나도 계속 이어나가야지! 하면서 말이다.
팟캐스트를 재밌게 듣다 보니 어느덧 네 바퀴를 다 걸었다. 걸음수를 확인하니 역시나 9 천보 정도였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이마트에 들러 장을 볼 테니 무조건 1 만보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3일째 1 만보 성공이다. 캐시 슬라이드에는 오늘까지 총 500원 정도가 적립됐다. 물론 가입 축하금과 이것저것이 포함되어 그만큼인 것이다. 오늘도 남편에게 자랑하기 푸시를 보내 11원을 적립했다. 캐시 슬라이드 적립금으로 커피라도 한 잔 사 먹는 날에는 꼭 인증사진을 남겨서 남편이 아닌 브런치에 자랑해야겠다. 흐흐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얼었던 몸이 녹았다. 칼칼하던 목도 다시 가라앉았고 나른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장을 보고, 개운하게 씻고 나왔는데도 아직 아침 10시 30분밖에 안되었다니!!!! 매일매일 나의 하루를 지배하는 기분이다. 이제 더 이상 끌려다니는 삶은 살지 않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