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걷기 운동을 13일째 열심히 이어나가고 있다. 매일 기분 좋은 일정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이지만 이번 계획은 느낌이 좋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내 자의로 기뻐서 공원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1년간 매일 걷기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두고두고 뿌듯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남편과 함께하는 주말은 기분이 더욱 좋다. 아침밥도 같이 먹고, 청소도 같이 하고, 소파에 같이 누워 빈둥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남편을 끌고 운동을 갔을 때 그를 신경 쓰느라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말에 다시 같이 나가자고 할까 고민을 했다. 결론은 내가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나가는 날은 운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냥 둘이서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어제 오래간만에 탁구를 치고 온 남편이 근육통으로 울상이었지만 그래도 나를 따라나섰다. 기특한 그에게 나의 애마(자전거)를 특별히 빌려주었다.
2020.04.26 매일 걷기 13일차
이번 봄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다. 오늘도 여름을 연상케 하는 포근한 날씨였지만 꽤 쌀쌀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었다. 그래도 덕분에 걷다가 더워지면 바람이 땀을 말려주어 좋은 점도 있었다. 매일매일 햇빛을 머금은 나무들이 풍성해지고 색도 진해지는 것이 보였다. 모두가 제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남편과 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공원에서 나란히 걸으며 하는 대화는 확실히 집에서 서로 나누는 대화와 달랐다. 같은 주제에 대해 말하더라도 더욱 밀도 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 생각해보니 연애시절엔 이런 시간들이 참 많았다. 서로 손을 꼭 마주 잡고 걷고 대화하고 서로를 더 알아가고 싶어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한 시절. 이런 시간들을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부 관계에서도 기분 전환은 필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제 찍었던 말타기 기구의 모습!
어제 봤던 말타기 놀이기구가 또 있었다. 어제는 꼬마 손님들이 한 명도 없었는데 오늘은 만석이었다. 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손님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말의 손잡이를 꼭 붙들고는 열심히 몸을 흔들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말인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각각의 말에 스프링이 달려있었다. 따라서 아이들이 몸을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어야 했다. 어떤 아이는 신나 보이고, 어떤 아이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말에 앉아 있었다. 말 타는 기구를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보다 더 행복해하는 엄마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나까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행복하고, 아이의 모습에 행복해하는 그 모습에 나도 행복했다.
남편은 오늘도 두 바퀴째에 휴식 타임을 외쳤다. 근육통에도 불구하고 같이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나는 쉬고 있으라며 인사를 하고 힘차게 다시 걸어 나갔다. 이제 혼자가 되었으니 걷기에 조금 속도를 붙였고, 남편이 로봇 같다던 내 시그니처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었다. 팔이 삐걱(?) 거리던 느낌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왼쪽 어깨와 팔에서는 전혀 나지 않고, 오른쪽은 아주 가끔씩만 난다. 잘은 모르지만 모든 게 다 좋아진 거라며 믿고 싶다.
두 다리가 뻐근해질 때쯤 오늘의 걷기 운동 할당량을 다 채웠다. 남편과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열심히 한 시간 정도 걷고 나서 스트레칭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근육이 뭉치는 것 같아 요새는 집에 도착하면 지압봉을 활용해 근육을 풀어주고 있다. 곡소리가 나게 아프지만, 지압을 끝내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