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그렇게 생각했으면서도 매일 아침 운동을 나설 때면 또 그렇게 느끼게 된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기온이 상승하고 있어 반팔 티셔츠 위에 카디건을 하나 걸쳤다. 더우면 언제든지 벗을 수 있는 겉옷이 최고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장장 6일 간 회사를 안 가는 남편도 함께 나섰다.
남편이 함께라는 말은 오늘은 운동보다 느긋하게 걷고 대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말과 같다. 공원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2020.04.30 매일 걷기 17일차_앗, 남편 눈 감았네
지금 복용하는 약 때문에 계속 무기력하고 기분이 올라가지 않는다. 배란장애에 당료 약이 효과가 좋다고 해서 당 수치를 떨어뜨려주는 약도 같이 처방해주셨는데... 확실히 당이 떨어져서 그런가 세상의 모든 재미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래도 일주일만 더 먹으면 또 당분간 약 기운에 울적하진 않을 테니 견뎌봐야겠다.
나는 말수가 별로 없고, 남편은 한번 이야기가 시작되면 멈출지 모르고 폭주하는 편이다. 드디어 회사에서(무려 10차례 상담을 하고 나서야) 퇴직계를 작성하라고 승인해주어 퇴사가 결정 났다. 남편은 내가 몇 달간 이미 들어서 외울 수 있을 만큼 원 없이 들은 회사 이야기를 한 시간 내내 쏟아냈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지만 참았다. 남편도 속에 있는 말을 쏟아낼 창구는 있어야 하니까.
내가 버는 돈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남편이 퇴사하는 상황이 겁이 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기분이 착 가라앉은 상황에서도 길가에 예쁜 꽃과 푸른 식물들이 아름다워 발길을 멈춘다. 매일 오는 장소인데 매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