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기, 매일 쓰기 D-23

by 마리뮤



남편이 6일 만에 출근을 했다. 눈을 떴을 때 남편이 없으니 개운했다(?!). 나의 아침시간을 방해할 사람이 없으니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운동을 하러 공원에 바로 나갔다. 실로 오래간만에 아침에 운동을 하러 나간 셈이다.


기분은 어제보다 나아졌다. 평소보단 여전히 가라앉아 있지만 정상 범주 근처에 맴돈달까. 나는 아침이 좋다. 밝고, 따스하고, 쾌청한 아침에는 왠지 모르게 더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 같다.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 어젠 추웠는데 오늘은 또 한여름이다. 아직 여름옷을 다 안 꺼내서 입을 반팔티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거의 일 년간 안 입었던 탁구복을 꺼냈다. 기능성 옷이라 땀이 금방 흡수되고 통기성이 좋은 티셔츠다. 디자인이 화려한 편이라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나만 당당하면 된다.


20200506_101303.jpg 2020.05.06 매일 걷기 23일차

오늘은 또다시 부동산 팟캐스트를 들었다. 청취자의 사연을 듣고 재무상담이나 투자 코칭을 해주는 코너가 있는데 이게 꽤 재밌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사정이 다른데 이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을 듣다 보면 의외로 나에게도 필요한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다만 많은 부부들의 수입이 생각보다 높아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남편이 그래도 좋은 직장에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고 있지만(이번 달에 퇴사 확정) 나만 놓고 봤을 때는 거의 하루 벌어 입에 풀칠하면 남는 것도 없다. 나는 언제쯤 돈을 좀 많이 벌 수 있을까.

팟캐스트 사연을 들으며 내 삶도 되돌아봤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많다. 가령, 내가 예술보다는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더 크다는 것을 미리 깨달았다면 미술을 전공하는 대신 직업으로 확실히 전환되는 전공을 택했을 텐데... 어릴 때는 주변 어른들의 조언에 '난 다를 거야'라는 어쭙잖은 자만으로 현실은 나에게 훨씬 관대하리라 생각했다.


걷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한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앞으로가 중요하겠지.


울며 겨자 먹기로 붙들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쥐꼬리만큼 밖엔 못 벌지만 놓을 수 없는 학원 알바, 기약 없이 계속되는 임신 준비, 남편의 급작스러운 퇴사. 아직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곧 들이닥칠지 모르는 여러 가지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서 나는 무기력해진다. 지금 이 상황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도 되나?


답은 없다.


모든 것은 다 나의 결정에 달려있겠지. 걷다 보면 마음의 방향이 더 명확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게 오늘은 아니더라도.




매일 걷기, 매일 쓰기

D-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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