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빴다. 오전엔 서울에 일이 있어 다녀왔고 오후엔 학원 출근을 했다. 점심 챙겨 먹을 시간도 없어 편의점에서 대충 단백질 셰이크 하나와 말린 고구마 한 봉지를 샀다.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매일 걷기 운동을 하는 공원이 있다. 배는 고팠지만 이대로 집에 가면 다시 나오는 일이 훨씬 고달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깨에 매는 가방과 복장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면 집에 가는 길에 걷기 운동까지 한 큐에 끝낼 수 있다.
2020.05.07 매일 걷기 24일차
평소와 다르게 가방을 들어야 해서 한쪽 팔이 자유롭지 못했다. 짐이 없을 때의 그 홀가분함이 새삼 그립고 감사했구나 깨달았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평소 즐겨 듣는 과학 팟캐스트를 들었다.
밀린 에피소드가 많아서 제법 오래된 방송을 듣고 있는 중인데 「과학 콘서트」라는 책으로 이미 유명했지만 '알뜰 신잡'이라는 방송으로 훨씬 더 유명해진 정재승 박사님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방송이 나오던 시점에 「열두 발자국」이란 책이 출간해서 그 책에 담긴 내용들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정재승 박사님께서 평소 창의적인 사고 훈련으로 하는 자신만의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박사님은 어떤 책을 써야 할 때 그 책의 주제와 전혀 동떨어진 주제의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 앞을 서성인다고 한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주제를 하나로 연결하는 지점을 고민하고 상상하다 보면 스무 번에 한번 꼴로 엄청나게 획기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생뚱맞은 두 가지를 연결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이상하게 끝나지만 계속해서 하다 보면 한 번은 소위 대박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다. 나도 글을 쓸 때 이런 방식으로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공원 곳곳에 이런 작은 정원들이 가꿔져 있다. 이 옆을 지날 때마다 사진에 보이는 저 보라색 꽃이 너무 예뻐서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나중에 나도 나만의 정원이 생기면 저 꽃을 꼭 심고 싶다.
공원 나무들 사이로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이 아름답다. 자연은 정말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같은 장소를 매일 걷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이롭다. 이름도 모르는 이 식물의 아름다움도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낮에 많이 걸어서 오늘은 3 바퀴만 돌았다. 그래도 이미 1만 2 천보가 찍혀 있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나는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집으로 향했다. 일도 운동도 모두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개운하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