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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Aug 13. 2020

튼튼한 영어뿌리는 기다림을 머금고 자란다

영어 성장을 방해하는 과잉 요소

pexels.com

'우리가 외국어를 익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어를 익히는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학부모의 진짜 공부, 정의석)


영어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모든 학습에는 목적성(目的性)이 있어야 한다. 지식의 확장, 승진, 학업, 진학, 등 다양한 학습의 목적이 존재한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튼튼한 영어뿌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뿌리가 튼튼한 식물은 분갈이할 지라도 부적응 없이 잘 자란다.



뿌리가 튼튼한 영어실력을 키우려 한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우선, 언어를 익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어공부를 '세계여행' 또는 '사고체계의 확장'이라고 표현한다. 또 다른 세계가 생기는 커다란 변화의 과정이다. 단기적인 노력만으로 자신의 튼튼한 영어영역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녀의 영어공부에 중요한 것은 학습 방향을 부모가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자녀들은 사고체계가 설익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유나 목적으로 공부하기보다 시간과 함께 성장하며 그 목표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때까지 관찰자로서 잘 지켜봐 줘야 한다. 지도자가 아닌 관찰자의 시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튼튼한 뿌리의 필수조건>


튼튼한 영어 뿌리를 만들려고 한다면 적절한 물과 햇빛 그리고 시간, 세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뿌리의 역할은 '식물체'를 땅에 고정하며, 흙으로부터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때 흙 속의 물과 무기양분은 뿌리털을 통하여 흡수되어, 뿌리를 거쳐 줄기로 보내진다.


여기서 '식물체'는 우리 아이와 같다. 흙 속의 '물'과 '무기양분'은 적절한 교육과 부모의 사랑이다.

뿌리는 내 아이의 학습 수용(受容), 즉 받아들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어느 하나 과하거나 부족하면 튼튼한 뿌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썩는다. 영어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적절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조건 중, 어떠한 결핍 또는 과잉이 발생한다면 결국 튼튼한 뿌리 생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풍파(波)에 쉽게 꺾이지 않는다. 아이가 성장하며 경험할 난관에 쉽게 좌절하는 모습을 원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튼튼한 뿌리를 만들 수 있게 자생력(力)을 길러줘야 한다.


필자는 경험하였다. 튼튼한 뿌리 없이 위태한 방식의 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오히려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을 말이다.


부모는 아이에 대해 기다림도 필요하다. 어려울 것이다. 조바심도 나고 무엇보다 시간과 비용의 낭비는 자녀를 공부시키는 부모의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일 것이다. 하나, 조바심은 될 일도 그르치게 한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바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노력의 총량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채워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영어학습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공부했던 단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입 밖으로 부려 쓰일 때, 'Big = 큰'이라는 뜻만을 사용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huge’라고 말할 때의 그 짜릿함 말이다. 물론 큰 발전이 아닌 듯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여기가 시작점이다. 아이가 변화하는 시점. 내가 학습한 내용이 자신의 입으로 뱉어질 때 아이는 공부의 매력에 빠진다. 문어체가 구어체가 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로 해 본 경험들이 모여 지속적 학습 동기가 만들어진다.


영어강사이자 방송인인 이보영 님의 저서에, '무언가를 가르친 직후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교육 효과는 시간이 지나 서서히 나타나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당장은 확 하지 못할 학습 결과일 지라도 다른 공간, 다른 형태의 영어에 노출되면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결국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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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른다고 평생 모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는 다르다.'


(우리 아이 영어 어쩌죠, 이보영)


오늘 우리 아이가 틀리고 몰랐다고 해서, 앞으로도 모를 거라는 섣부른 추측은 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계속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 아이의 영어실력이 설익은 과일과 같다고 하여 이후 무르익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지속해서 영어를 경험하고 스스로 소화하여 받아들인다면 결과물을 수확하는 시기는 분명히 온다. 충분히 성숙할 수 있는 시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뿌리로부터 좋은 양분을 머금고 자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필자는 나름의 방법으로 영어에 달인 이 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기다림'이다. 영어공부에 필요한 적절한 기다림은 성숙(成熟)의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가 공부하다 보면 스스로 힘으로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순간 영어가 싫어지고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이 생기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만 더 참고 버텨보자'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대체 왜 그런지 아이를 잘 살펴야 하며, 만약 아이가 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다면 학습을 관리하는 담당 선생님과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대안을 찾으려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명심할 것은 그 과정에 있어서 부모의 지나친 걱정과 염려가 아이에게 전달되어선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신속한 선택과 행동이 그때그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장애물에 대한 아이의 마음 살핌이 먼저이며 나아갈 긴 여정에서 잠시 숨 고르기라는 생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시행착오를 꼭 집어서 가리키는 지적이 바탕이 된 조치가 이루어져선 안 된다. 반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모이기에 내 아이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려 한다는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을 것이다. 하나만 명심했으면 한다. 부모의 과한 관심이 아이의 성장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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