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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Aug 17. 2020

소년이 죽고 싶다는 이유

자녀를 지켜줄 최후의 무기, 자존감(가제)


pexels.com


201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죽고 싶다는 생각의 이유' 1위가 '학업 문제', 2위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한다. 경쟁과 서열화로 인해 학생들이 지나친 억압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사회적 교육시스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개선에 따른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이 이렇다 하여 공부를 놓을 수 도 없지 않은가?


다행히 학업과 불안을 해결할 방안이 있다. 바로 아이의 자존감 형성이다. 자존감은 왜 중요한 것일까? 


'초등기 부모가 아이를 잡고 있으면 당장은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 있다. 학교에서 인정을 받는 것처럼 보이고 성적도 상위권일 테니. 부모가 꽉 잡으면 잡을수록 아이의 성적이 더 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는 자꾸만 아이를 혼자 해보게 하기보단 배워야 할 것, 배우는 방법, 배워야 할 분량 등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키워서 결과가 좋은 것은 딱 이때뿐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부모들은 “초등생 때까지는 공부를 정말 잘했는데, 중학교 가더니 뚝 떨어졌어요”라고 말한다. 시키는 대로만 공부한 아이들은 중학교에 가서 공부가 하기 싫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부모는 늘 결과가 좋기를 바라기 때문에 조급하다. 그런데 공부는 길게 봐야 한다. 길게 봐야 어떤 시기는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다. 초등생 때는 당장 결과가 좋지 않아도 조급하고 초조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초등생 아이의 부모는 느긋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시행착오를 충분히 경험하면서, 자기만의 공부 방식을 잘 찾아갈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 클리닉 원장)


부모들은 자녀가 겪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한다. 특히, 자녀의 공부에 있어 노심초사와 불안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다. 처음부터 두 발 자전거를 탈 수는 없다. 직접 넘어지고 무릎이 쓸려가며 서서히 중심을 잡는 느낌을 깨달아야 운전(轉)에 성공할 수 있다.


다만, 영어학습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자전거 타기와 같이 초등기에 충분한 시행착오를 아이 스스로 겪어보고 본인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자존감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을 말한다.


타인이라는 범위에 부모의 영역도 포함이다. 자녀가 공부에 있어 부모의 기대치와 바람을 의식하는 순간 자존감을 지키며 공부하기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의 인정은 가장 의미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는 지점인, 초등학령기를 잘 보내야 한다. 아이들의 겪는 문제의 90%는 자존감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학업부터 친구 관계까지 말이다.


자존감을 키우지 못한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학업과 친구관계 등 결국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다 귀한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다. 일어나선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럴 경우 가장 힘든 건 내 아이가 될 것이다. 


근래, 서점에 자존감이 핵심어인 도서가 많아졌다. 지금도 순위의 상위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자존감에 관한 책들을 보면 공통적 메시지가 있는데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무엇이든 지속 가능하다. 


아이의 공부 역시 삶의 한 과정이기에 건강하게 버텨낼 순간도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부는 내 아이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 물가에 데려갈 순 있어도 결코 억지도 물을 먹일 순 없다. 


[송영준]

저는 그런데 남들이 다 하는데 내가 안 해서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말씀을 드리면 좀 건방져 보일까 봐 걱정되긴 하는데 저는 내가 고등학교 3년 동안 다니면서 항상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 노력에 대한 그만큼의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어서 그런 불안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비교의 기준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였던 거네요.


[송영준]

그렇죠.


(2020 수능 만점자 인터뷰, 전교 꼴찌의 기적)


pixabay.com


비교의 대상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일 경우 자존감은 떨어진다. 만족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전에 가장 큰 방해 요소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행위이다. 


비교 대상이 자신인 경우는 어떨까? 개인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비교의 대상은 과거의 나, 그리고 현재의 나로 정하여 자기반성과 함께 문제점을 개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 즉 '자존감' 생길 수밖에 없다. 개선점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것이다. 자존감과 건강한 성장은 함께 존재한다.


자존감 형성의 최적기인 초등기는 공부량이 많지 않고 학습의 난도도 낮다. 이 시기, 학습 결과에 집중하기보단 학습 의지에 더 공들여야 하는 시기다.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 학습 의지가 이후 학업에 주력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 


[자녀의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6가지 방법]


첫 번째, 강점에 집중한다. 자녀가 즐기고 잘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강점을 개발할 기회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강점을 더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자녀의 행복과 실천력을 향상할 수 있다.


두 번째, 맹목적 칭찬을 하지 않는다. 부정확한 칭찬은 오히려 자녀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과한 칭찬으로 인해 아이를 완벽주의 성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는 분명 정신적 스트레스이며, 아이가 성장하면 과한 칭송이 거짓 칭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 번째,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준다. 부모가 제시한 합리적 선택권 안에서 자녀의 선택이 이루어진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간단한 선택을 하는 법을 배운다면 성장함에 따라 마주할 더 어려운 선택에 대비할 수 있다.


네 번째, 실수는 경험이라고 알려준다. 실수는 실패가 아닌 배움의 기회이다. 아이가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대한 해결책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아이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다섯 번째, 결과뿐만이 아닌 과정과 노력을 칭찬한다. 아이를 칭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칭찬을 하는 방법 또한 귀중하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하는 방식을 인정한다. 자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태도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 부모가 모든 것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부모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 아이를 망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온실 속의 화초보단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는 온실 속 잡초가 더 낫다. 


대입까지 이어지는 학업은 긴 항해와 같다. 여정의 출발점인 초등학교부터 튼튼한 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 튼튼한 배는 곧 건강한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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